‘동양의 신비한 사상을 서양의 세련된 기법을 통해 마스터한 화가’라는 평을 듣는 서양화가 남관(南寬, 1913년 ~ 1990년 3월 30일)은 파리에서 자신의 처참한 생활을 반영하듯 새까맣게 보일 정도로 어두운 그림을 많이 그렸다. 그러다가 점차 태양을 받은 환한 빛의 세계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작품 '허물어진 고적'(古跡)이 탄생했다. 이 작품은 오랜 세월 어둠에 파묻혀 있던 어떤 거대하고 고귀한 존재를 의미한다. 가치 있지만 가려져 있던 것, 그것이 빛을 받아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결정적 순간을 환상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남관은 감춰진 의미, 다시 말해 비의(秘義)를 내비치는 게 예술의 힘이자 역할이라 생각했다. 예술은 정신적인,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내포한다. 말하자면 ‘신비한’ 영역이다.
남관은 잔혹한 고비를 겪으면서도 악착같이 생을 이어가는 인간상을 그리고 싶다고 했다. 그런 비참한 인간상에 영원한 생명력을 부여하고 싶다고도 했다. 실은 남관 자신이 그런 인간이었다. 어둠과 고독에 파묻혀 있던 인간. 그러나 영원히 빛나는 것을 향해 나아갔던 예술가.
'서울의 예수' '시인 예수' 저자 국민시인 정호승(1950- )은 그의 시 '고래를 위하여'를 애송하는 시인 소강석 목사에 대해 말했다.
“소강석 목사님의 시에는 예수님의 온화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우리가 인생의 길을 걸어가다가 절망과 고통의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을 때, '일어나 걸어라!’ 하신 예수님의 그 다정한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마음이 가난한 이들은 사람의 아들 예수님의 사랑과 고뇌가 깃든 시인 소강석 목사님 시집을 읽으십시오. 그러면 우리를 안아주시고 일으켜주시는 예수님의 위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시인 소강석 목사는 말한다.
"인생을 살다 보면 꽃이 필 때도 있고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릴 때도 있습니다. 아니, 언젠가는 낙엽이 되어 떨어지고 폭설에 갇혀 길을 잃을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사랑하는 주님과 함께 한다면 그 모든 날이 상처의 계절이 아닌 사랑의 계절이 되어 감싸주리라 믿습니다."
생전의 청빈하고 겸손한 모습으로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목회자 한경직(韓景職, 1902년 12월 29일 ~ 2000년 4월 19일) 목사 이후 대한민국의 가장 뛰어난 영적 지도자는 소강석 목사일 것이다. 시인 소강석 목사가 예술가 남관처럼 견딘 그의 믿음의 삶을 시로 노래한다.
눈앞의 꽃 지고 나면
세상 모든 꽃 다 진줄 알았더니
일어나
눈을 들어보니
사방 천지가 다 꽃이었다
꽃 한 송이 졌다고 울지 마라
눈 한 번만 돌리면
세상이 다 꽃이다.
나는 몰랐다
저 하늘의 별이 차마 마주치지 못한
눈빛이었다는 것을
나는 몰랐다
저 지상의 꽃들이 차마 고백하지 못한
사랑의 마음이었다는 것을
나는 몰랐다
저 창문 밖으로 스치는 바람이
차마 지우지 못한 그리움이었다는 것을
성경은 말씀한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초장에 누이시며
쉴만한 물 가으로 인도하시는도다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하시는도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찌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주께서 내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베푸시고
기름으로 내 머리에 바르셨으니
내 잔이 넘치나이다
나의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정녕 나를 따르리니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거하리로다
시 23:1-6
2024-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