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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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다. 단풍잎은 가을 바람결로 나부끼며 오솔길을 주단으로 장식할 성싶다. 계절의 시간표가 일러주는 자연의 이치는 올가을도 으레 그러하리라 짐작한다. 그랬건만 길 굽이마다 고슬고슬하게 말라 온천지를 덮어버린 단풍 낙엽 꽃밭 앞에서 남다른 현기증이 들어 그만 발길을 멈추고 만다.


“우리 모두는 기본적으로 시간 여행자들이며 함께 미래를 향해 여행을 하는 동반자이다. 그러나 그 미래가 우리가 방문하고 싶은 곳이 되게 하려면 함께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스티븐 호킹 ‘호킹의 큰 물음(Big Question)에 대한 간결한 대답’ 중


2018년 세상을 떠난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유작이 된 ‘호킹의 빅 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대답’에서 시간 여행이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과 같이 과거나 미래로 훌쩍 뛰어넘어 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얼마나 멋진 말인가. 타임머신을 타지 않고도 우리는 지금 다 같이 시간 여행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흐르지 않는’ 시간을 여행하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하지만 호킹은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거시 세계에서는 과거로 가는 시간 여행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미래로 가는 시간 여행은 가능하다. 단 빛보다 빠른 타임머신이 필요하다. 그런데 빛보다 빠른 타임머신을 만들 수 있을까. 내가 사는 동안 그러한 기계가 만들어지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그럼에도 역사의 기록을 따라 1597년(선조 30) 10월 25일 과거로 돌아가 보자. 그날 이순신 장군이 지휘하는 조선 수군의 함선 13척이 명량에서 일본 수군 함선 330여 척을 거의 전멸에 가깝게 격퇴했던 명량 해전(鳴梁海戰) 현장이다.


“적들은 더욱 다가왔다. 일자진(이순신 장군의 명량 해전에서 유일하게 쓰인 전술, 횡렬 일자로 진을 펼치는 진)은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기다렸다. 적선들에서 함성이 일었다. 적의 제1열과 제2열이 합쳐지면서, 양쪽으로 날개를 벌리기 시작했다. 적은 선두가 전투 대형으로 바뀌었다. 물은 적의 편이었다. 적은 휩쓸듯이 달려들었다. 감당할 수 없는 적의 힘이 내 몸에 느껴졌다. 나는 뼈마디가 으스러지듯이 아팠다. 물러서야 한다고 내 속에서 내가 아닌 내가 나에게 소리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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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19일 오후 2시 107년 역사의 총회를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의 황금빛으로 회복시킨 제104회 정금 총회장 김종준 목사의 꽃동산교회에서 제14차 임직 감사예배를 드렸다. 꽃동산교회는 1986년에 중구 신당동에서 시작해 1988년에 상계동으로 이전한 뒤 어린이전도를 중심으로 등록 교인 1만 명 교회로 성장했다. 김종준 목사가 성경 고린도전서 4:1-5을 읽었다.


사람이 마땅히 우리를 그리스도의 일군이요 하나님의 비밀을 맡은 자로 여길찌어다 그리고 맡은 자들에게 구할 것은 충성이니라 너희에게나 다른 사람에게나 판단 받는 것이 내게는 매우 작은 일이라 나도 나를 판단치 아니하노니 내가 자책할 아무 것도 깨닫지 못하나 그러나 이를 인하여 의롭다 함을 얻지 못하노라 다만 나를 판단하실 이는 주시니라 그러므로 때가 이르기 전 곧 주께서 오시기까지 아무것도 판단치 말라 그가 어두움에 감추인 것들을 드러내고 마음의 뜻을 나타내시리니 그 때에 각 사람에게 하나님께로부터 칭찬이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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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 불꽃 제107회 총회장 권순웅 목사가 하나님의 일꾼은 하나님의 구원의 비밀을 아는 자이므로 믿고 따르는 일에 충성하는 '그리스도의 일꾼'에 대해 설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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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임직식에서는 장로 장립 8명, 명예장로 장립 1명, 안수집사 장립 35명, 권사 취임 84명, 명예권사 취임 16명 등 총144명이 임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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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면과 축사의 시간이 있었는데 삼일교회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방송과 사경회를 통해 국내외 교인들에게 은혜와 감동을 끼치고 있는 송태근 목사의 축사가 인상 깊었다. 턱수염을 기른 그가 입을 열었다.


"할렐루야. (회중 큰 아멘) 제가 얼마 전에 친구들과 캐나다 퀘벡에 가기로 했었습니다. 그런데 제 장모님 병 상태가 악화돼서 아내는 비행기 표를 취소하고 못 갔습니다. 나머지 세 친구들은 다 부부 동반이고 저만 외톨이였습니다. 일정이 이미 정해졌기 때문에 퀘벡에 갔습니다. 음식도 맛있고 풍광도 기가 막힙니다. 제 마음속에 한가지 생각이 들어옵니다. 아내와 같이 왔어야 되는데, 이걸 같이 먹었어야 되는데, 여길 같이 갔어야 되는데. 하나님께서 우리 꽃동산교회를 위해서 재정이 없다고 하나님이 일 못 하실까요. 일꾼이 없다고 하나님이 일 못 하실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헌금을 하게 하시고 헌신을 하게 하시는 것은 딱 한 가지입니다. 가장 사랑하는 일꾼들과 가장 사랑하는 일꾼 아무개와 이 일을 같이하고 싶으시다는 하나님의 뜻인 것입니다. 임직이라는 것은 하나님의 사랑의 초대입니다. 믿습니까. (회중 숙연한 아멘) 이것으로 임직하시는 여러분에게 충분한 축사가 됐으리라 믿습니다. (회중 큰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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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정작 잘 모르는 것이었음을 깨닫는 일이 너무나 많다. 길게 살아왔다고 크게 명함을 내놓을 처지는 못 되지만 그래도 살아오면서 이런저런 지식과 지혜 정도는 갖추게 됐다고 여기기도 했었다. 특히 이런 일, 저런 일로 시달리고, 듣고, 보다 보니 최소한 생존을 위해 안전을 도모하고 위험을 피하는 상식 정도는 알게 됐다고 한때 생각해 본 적도 있었다. 기도한다. 정금 총회장 김종준 목사의 가르침을 받다 저 하늘의 성도가 된 분들의 만남을 위해. 그리고 주님의 몸 된 교회에서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끼리 함께 믿고 서로 사랑할 수 있는 용기를 갖기 위해. 이 가을의 기쁨을 기억할 수 있기를. 그렇게 올가을을 여의고 싶다. 성경은 말씀한다.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니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니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 사 41:10


2022-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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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동산교회 임직 예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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