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위 칸과 아래 칸 사이에서 복잡한 마음 비우면 차분하게 정리되는 이어짐의 단계를 만난다. 올려다보기도 하고 내려다보기도 하는 간격의 미학. 바람도 방향을 잡고 달려가고 꽃도 시기를 보며 웃음을 터뜨린다. 삶의 어느 것 하나 욕심 없는 것이 없겠지만 한 계단 한 계단 진실한 채움만이 믿음 고운 삶이 된다는 것...
가랑비와 찬바람에 실려 남은 가을이 지나가고 있다. 누군가 내게 물었다. 설교가 뭐냐고. 나는 목회하는 목사가 못 되므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사당동과 대치동과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을 걸었다. 저녁녘 종각 뒤 낙원동에서 순대국을 먹을 때 생각하고 있었다. 엄청난 고생 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 있어 슬기롭게 사는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알파와 오메가이고 고귀한 소금이고 밝은 빛이고 다름 아닌 주님의 사랑을 전하는 설교가 아닐까.
김관선 목사는 '사랑의 힘‘에 대해 2024년 9월 29일 산정현교회에서 이렇게 설교했다.
"야곱이 라헬과 결혼하기 위해 품삯을 이야기하는데 여러분 그의 외삼촌이고 장인이 될 라반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나 좋은 근로계약입니다. 야곱이 라헬을 사랑해 외삼촌에게 청합니다. 외삼촌의 작은 딸 라헬을 위해 몇 년 일했습니까. 7년 동안 일 할테니 그 품삯으로 라헬과 결혼하게 해주세요. 여러분 이건 라반 입장에서 보면 수지맞는 일입니다. 딸도 해결하고 사위도 얻고 품삯도 안 주고 이보다 더 좋은 계약이 어디 있습니까. 그래서 야곱은 손해 보는 것 같고 라반은 굉장한 이익을 얻는 것 같잖아요. 그런데 라반이 또 머리를 굴립니다. 그래서 7년이 되자 달라고 하는 둘째 딸이 아니라 첫째 딸 레아를 줬습니다.
저는 성경을 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 있습니다. 야곱이 첫날밤을 지내고 나서 보니까 옆에 누가 누워있어요. 말이 됩니까. 여러분. 그게 가능해요. 아무리 여러분 깜깜해도 제 처형과 제 처를 구분합니다. 그런데 그때 도대체 어떻게 그걸 속아요. 그런데 야곱은 속아요. 그리고 라반은 속여요.
(음성이 높아진다) 아버지 이삭이 나이 많아 눈이 흐린데 야곱이 자기가 형이라고 우기고 거짓말하고 축복을 가로챈 야곱은 자기 눈이 잘 보이는데도 레아가 동생 라헬이라고 속이고 하룻밤을 보내는데 속습니다.
그래서 내가 당하고 싶지 않으면 절대 남을 속이지 마십시오. 내가 겪고 싶지 않은 일은 남에게 겪게 하지 마십시요. 여러분 성경이 그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심은 대로 거둔다고.' 그런데 심은 대로 거두는 법칙은 하나님께서 성경을 통해 말씀하시는 특별한 약속이나 은총이 아니라 일반적 은총입니다. 일반적 은총은 성경을 몰라도 우리가 익히 아는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주신 이 땅의 세상을 움직이는 굉장히 중요한 질서요, 원칙입니다. 성경에 그 부분을 못 박아 놓으셨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심은 대로 거두게 되는 것입니다. 좋은 것 심어 좋은 것을 거두어야 됩니다. 많이 심고 많이 거두어야 되는 거고, 그리고 심지 않았으면 거둘 생각을 하지 않아야 성경적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야곱은 속이고 빼앗고 결국은 자기도 속고 잃고 그런 모습들이 계속됩니다. 안타깝지 않습니까. 그래서 결국 어떻게 됩니까. 라헬을 위해 14년을 봉사하게 됩니다.
그래서 창세기 29장 20절에 보면 '야곱이 라헬을 사랑하므로 7년을 수일같이 여겼다'라고 했는데 더 나아가서 30절에 보면 '다시 칠 년을 라반에게 봉사하였더라' 했습니다. 합해서 몇 년입니까. 라헬을 위해 월급을 받지 않고 14년을 일합니다. 억울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무엇 때문에, 사랑 때문에, 그러니까 야곱의 사랑은 굉장히 순수합니다. 14년을 월급 받지 못해도 당신만 내 곁에 있어 주면 이것이 라헬에 대한 야곱의 사랑입니다. 굉장히 깊고 순수하고 아름다운 끝없는 사랑입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정말 끝없이 사랑이 유지되고 있는 야곱의 사랑은 이것만큼은 순수합니다. 약은 수를 쓰고 속임수를 쓰지만 사랑 만큼은 진실한 야곱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아울러 여기서 중요한 것을 보게 됩니다. 사랑이 얼마나 놀라운 힘을 갖고 있는가. 야곱이 7년 동안 월급도 받지 않고 일하지만 7년이 얼마나 빨리 가는지.
여러분 시간의 상대성 원리가 있습니다. 지난주 울산에서 열린 제109회 총회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울산에 가서 총회를 하고 왔지만 오가는 길에 혼자 KTX 타고 다녔습니다. 요즘 KTX 워낙 빨라서 오가는 길이 멀지도 않고 길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지루한 시간이 될 수 있어 노트북 가지고 작업하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가면 재미있고 행복합니다. 특별한 능력을 갖지 않은 야곱이 무려 7년을 수일 같이 여겼습니다.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 힘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일화입니다.(음성이 높아진다) 사랑하니까 7년이 며칠처럼 여겨졌고 야곱은 14년이 걸려도 포기하지 않습니다. 사랑이라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는지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떤 재력 권력 세력보다 사랑이라는 힘이 이 세상을 움직이는 능력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뭔가를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성경은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랑만 있으면 돈이 없어도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제가 결혼할 때 군대에서 모은 오백만 원에서 백만 원 헌금하고 남은 사백만 원으로 결혼비용을 했습니다. 신혼살림을 교회당 지하 단칸방에서 시작했습니다. 사실 그걸 보고 어느 장모님이 좋아하시겠습니까. 그렇잖아도 전도사랑 결혼하는 게 탐탁치 않으셨던 저기 앉아계신 우리 장모님이 얼마나 불편하셨겠습니까. 그러나 저는 돈도 없고 좋은 집도 없어도 뭐가 있기 때문에, 사랑이 있기 때문에 결혼했습니다. 저는 제 아내를 사랑합니다. 여러분 모든 걸 다 갖춘 것 때문에 행복해지는 것 아닙니다. 대부분의 불행과 전쟁과 싸움과 안타까운 결말은 너무 많아서 생기는 것이지 없어서 생기는 불행이 아닙니다. 저보다 훨씬 공부 못하신 우리 어머니, 저보다 훨씬 가난하신 우리 어머니는 저를 비롯해 네 아들과 세 딸을 키우셨습니다. 저같이 훌륭한 아들과 딸을 키워내셨습니다. (회중 웃음) 무슨 의미로 웃는지 모르겠지만 그러니까 뭡니까. 돈의 힘이 아닙니다. 왜 그게 가능했습니까. 사랑 때문에 어머니는 저를 위해서 밤을 세워 기도하실 수 있었고 사랑 때문에 모든 것을 견디시며 기다리다가 우리 어머니가 제가 목사 안수받을 때 얼마나 좋아하셨는지 모릅니다. 산정현교회 담임목사가 돼 여기 왔을 때 그렇게 행복해하셨습니다. 그 없는 돈 모아 제가 산정현교회 담임목사가 된 기념으로 이백만 원을 주셨습니다. 그때 산 소파가 지금도 있습니다. 거기 앉고 누울 때마다 우리 어머니의 품에 안기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니까 여러분 진정한 행복과 감동과 즐거움과 세상을 이길 수 있는 힘은 사랑이지, 돈이 아닙니다. 돈이 너무 많은데 사랑이 이어지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돈이 많은 재벌들은 왜 이렇게 갈라서는지 모르겠어요. 무엇이든 다 가지고 있는데. 위자료가 몇 조나 되는 그런 모습들을 보면 그 돈이 얼마나 되는지 우리는 느낄 수도 없고 가늠도 되지 않잖아요. 그런데 여러분 사랑이 밥 먹여주냐 사람들이 거침없이 말하는 것처럼 위험한 일이 없습니다. 단언하건대 사람이 밥 먹여줍니다. 단언하건대 사랑이 진정한 힘입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셨기 때문에 독생자 예수님을 죽게 하신 것이지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신 능력이 있으신 분이지만 절대로 그것 때문이 아닙니다.
주기철 목사님의 순교는 누구보다도 인내심이 강하고 체력이 든든했기 때문이 아니라 주님에 대한 사랑이 그걸 가능하게 했고 손양원 목사님이 자기 두 아들 동인과 동신을 죽인 정말 끔찍한 사람을 양자로 삼았습니다. 그걸 견디기가 너무 힘들었던 사람이 누구인 줄 아십니까. 손양원 목사님의 딸(손동희)입니다. 책도 썼습니다. 자기 두 오빠를 죽인 살인자를 오빠라고 불러야 되는 그 딸의 심정을 아시겠습니까.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그런데 여러분 손양원 목사님이 해내시는 거예요. 무엇 때문에. 예수님의 사랑을 가슴속에 담았기 때문에 가능해지는 겁니다.
예수님을 모른다고 부인하고 도망가버린 시몬 베드로였습니다. 그러나 베드로 사도가 마지막까지 위대한 사도로 이름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예수님이 다시 찾아오셔서 요한복음 21장 15절에서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세 번의 질문을 통해 사랑의 고백을 받습니다. 그래서 그 사랑의 힘이 열정 가지고 되는 줄 알았습니다. 남보다 열심히 하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것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는 걸 처절한 실패를 통해 깨달은 지금 베드로는 주님에 대한 사랑 때문에 초대 교회의 위대한 사도로 이름을 남길 수 있었고 그리고 그의 흔적은 사랑의 길을 갔던 것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뜨겁게 사랑하는 그래서 베드로 사도가 그것을 우리에게 권합니다.
‘사랑하면 해낼 수 있다.’
훈련을 통해 되는 게 아니고 인내심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니고 뛰어난 실력 때문에 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우리에게 해낼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돈이 없어도 저를 따뜻하게 대접해준 사람들이 많습니다. 제가 가장 감격 적이고 잊을 수 없는 대접이 있어요. 고급 호텔에서 수십만 원짜리 밥을 먹을 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정말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연세 많으신 권사님이 제가 심방 하고 다닌다고 고맙다며 조금만 기다리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설탕물을 컵에 타서 주시면 좋을 텐데 냉면 그릇에다 주시는 겁니다. 그런데 그때 제가 냉면 그릇 그득한 설탕물을 꿀꺽꿀꺽 마실 수 있었던 것은 사랑이 읽혔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순간 사랑을 마신 것이지 설탕물을 마신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것이 제가 산정현교회에서 30년 동안 견뎌내게 한 힘이고 목회의 길을 걸은 것이 너무너무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라는 고백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지금도 얼마나 많은 분들이 사랑으로 응원해주고 계십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사랑이 최고의 힘입니다. 제가 여러분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사랑이고 성도 여러분이 저를 믿음의 대상이 아니라 사랑의 대상으로 대해주셨습니다. 세상이 아무도 믿을 대상이 없고 사랑할 대상입니다. 이게 잘못되었기 때문에 갈등에 빠지고 시험에 드는 겁니다. ‘당신이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어떻게 당신이 나를 배신해.’ 이건요. 믿은 것이지 사랑한 것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요. 그럴 수 있죠’라고 견뎌내고 이해하고 품어주는 것이 사랑입니다. 사랑만 갖고 있으면 다 이해가 되고 품어지고 사랑만 갖고 있으면 견뎌내고 사랑만 갖고 있으면 어떤 고난 속에서도 천국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성경이 창세기에서 요한계시록까지 말씀하고 있는 것입니다. 바울 사도가 고난 가운데서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고 역사 속에서 얼마나 많은 분들이 그렇게 사랑의 능력을 우리에게 이해시키고 검증해 주셨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사랑이 최고의 힘인 줄로 믿습니다. 그 사랑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십시오. 그 사랑으로 건강한 가정을 만드십시오. 뛰어난 사람을 만나서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이 아닙니다. 순수한 사랑을 가진 사람들끼리 만났을 때 진정한 가정이 이루어지고 그런 사랑이 있는 교회가 진정한 교회다운 교회가 된다는 것을 놓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사랑이 최고의 힘입니다. 사랑이 절대로 세상을 움직여온 힘이지 그 어떤 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랑이 대체 불가능한 가장 중요한 요소요, 대체 불가능한 가장 큰 힘임을 성경이 말씀하고 있다는 것을 가슴속에 새기고 오늘도 사랑으로 인해 활력이 넘치는 건강한 하나님의 사람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회중 큰 아멘)”
촌철살인 풍자(satire)의 대가이고 아일랜드의 시인이자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Oscar Fingal O'Flahertie Wills Wilde, 1854년 10월 16일 - 1900년 11월 30일)의 말이다.
"사람은 매력적이거나 지루하거나 둘 중 하나다.”
지루함이란 재미가 가출한 경우다. 재미란 한마디로 김관선 목사의 설교처럼 ‘은혜를 수반한 즐거움’이다. 즐겁지만 재미없을 수는 있어도, 즐겁지 않으면서 재미있을 수는 없다. 정치 과잉 소비처인 총회의 정치는 허활민 목사가 떠난 이후 놀랍게도 전혀 재미가 없다. 총회 상당수의 정치인들이 늘 웃는 표정에 보기에도 딱할 정도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거짓말쟁이들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젊은 총재들이 가장 맛없는 생선은 꽁치, 갈치가 아니라 총회 ‘정치’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총회에서 정치를 재미있게 하는 정치인이 나온다면 그 가치는 바로 다섯 달란트 받은 자고 김관선 목사의 설교대로 주님의 사랑을 가슴에 품은 자일 것이다.
성경은 말씀한다.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 줄 알리라 요 13 : 34-35
2024-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