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4-09(수)
 
성령 불 들어간다. 아궁이에 들어간 참나무 불더미에 피어나는 불티인 듯 잦아드는 잉걸불 사이 기다랗고 말간 장작 하나, 저 환한 것, 저 따뜻한 것, 손목 괴고 불이나 쪼여볼까. 불 앞에서 털끝만한 그늘 한 점 없이 오직 따뜻할 뿐. 주님 몸 된 성도들, 성령 불로 타들어가 성화의 길 간다. 성령 불 들어간다고 알린들 성화되지 않은 몸이 대답할 리가 있나. 믿음의 깊이는 말로 잴 수 없다. 그래서 주님의 은혜만 있다는 깊은 말씀이 믿음에 온기를 더한다.

영화감독이자 작가인 베르너 헤어초크(Werner Herzog Stipetić; 1941~)는 1974년 11월, 파리에 있는 친구에게서 전화 한 통을 받는다. 대학생 때 만난 평생의 은사이자 전후 독일 영화의 정신적 지주인 영화평론가 로테 아이스너(Lotte H. Eisner; 1896년 3월 5일, 베를린 ~ 1983년 11월 25일, 파리1896~1983)가 위독하니 어서 그녀가 입원한 파리의 병원으로 오라는 이야기였다. 
 
당시 일흔여덟 살의 그녀의 병세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헤어초크는 생각했다.

"안 된다, 그녀가 지금 죽을 순 없어, 안 돼.' 

서둘러 짐을 싸던 헤어초크는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고 생각에 잠긴다. 그 순간, 그는 깨달았거나 계시를 받았던 것이다. 그는 자신이 이곳 뮌헨에서 파리까지 걸어간다면 아이스너가 죽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헤어초크는 최소한의 짐과 돈만 챙긴 채 1974년 11월 23일에 뮌헨을 떠나 춥고 습한 중부 유럽의 겨울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걸어가서 12월 14일에 파리에서 아이스너를 만난다. 그 22일간의 여정을 기록한 책이 바로 ‘얼음 속을 걷다 ’이다. 말 그대로 얼음 속을 걸어 파리로 걸었던 이야기.
 
내가 걸을 때면, 한 마리 들소가 걷는 것이다. 
내가 쉴 때면, 하나의 산이 쉬는 것이다.
 
그런 그의 걸음이 신비로웠던 건 죽음이 아니라 삶이었다. 죽음에 맞서 걸었고, 수많은 삶을 목격했고, 그것을 기록했다. 누구나 언젠가는 삶과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삶도 아름다워야 하고 죽음도 아름다워야 한다. 수많은 삶의 모습이 우리들 곁에 머물것이며 그 순간을 느끼며 또 지나가는 한 순간이다. 오직 자신만을 위해 산다면 별다른 의미가 없는 삶일 것이다. 정신적 지주를 위해서 의리를 지킬 수 있는 삶, 곧 죽음을 맞이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마지막 희생 정신, 아름다운 삶이다. 자신 또한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그 누군가 자신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마지막까지 사랑을 쏟아줄 사람이 있다면 보람이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언덕이 펼쳐진 풍경. 숲은 풍성하고 세상은 고요하다. 매의 울음소리. 내 뒤에 있는 노변 십자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아침 일찍 존재했던 것은 밤이 오기 전에 쉬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동안 나는 이 세상에서 살며, 끊임없는 죽음의 위험 속에 살아갑니다. 나의 하나님, 그리스도의 피를 통해 간구하오니 나의 종말을 편안하게 하소서.' 
 
시간은 영원을 향해 흐른다. 그는 무작정 파리로 향하는 최단 거리의 도로를 걷기 시작했다. 여행길이지만 마땅한 장비도 없이 그저 걷기 시작한 순례에 가까운 여정이었으므로 험난할 수밖에. 게다가 제목처럼 추위가, 눈보라가, 얼음 같은 바람이 불어닥친다. 그렇게 걸어 마침내 도착함으로써 어쩌면 헤어초크는 그 마음, 그저 그 먼 길을 걸어 결국 닿는 그 마음이 아이스너의 병을 어떻게든 치유해주기를, 기이한 방식으로 믿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11월 23일부터 12월 14일까지의 기록과 그 이후의 글이 실렸다. 짐도 제대로 챙기지 않고 무작정 나선 여정은 “오늘밤은 어디서 자야 할까?”라는 의문으로 이어진다. 
 
“또 눈, 진눈깨비, 눈, 진눈깨비… 천지창조를 원망한다. 그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나는 흠뻑 젖은 채 사람들을 피하여 진창 같은 풀밭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그는 3주 동안 독일 남부와 프랑스 동부의 이름 없는 마을들을 거치며 800여㎞를 걷는다. 겨울의 텅 빈 평원을 걷고, 버려진 헛간이나 빈집에서, 때로는 축사에서 잠을 청했다. 사람 한 명 마주치지 않는 날도 있었다. 강풍과 폭설과 겨울비와 우박을 다 겪고, 낯선 주막에 들어가면 동네 사람 사람들의 눈총을 받았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바라보며 자신의 행동이 무의미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었지만, 차라리 무의미함을 모두 실천해버리겠다고 생각했다.   
 
빠르고 편리한 것만이 옳고, 계산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는 세상에서 얼어붙은 겨울 들판을 걷는 행위는 무모하고 무의미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하나의 소망을 위해서 순수한 열정으로 마음과 육체를 쏟아보았던 적이 언제였던가. 헤어초크 같은 태도가 진정한 예술이며, 그런 심장이 세상을 만든 게 아닐까. 이윽고 헤어초크가 파리의 병원에 도착했을 때, 아이스너는 아직 살아있었다. 누군가 얼음 속을 걸어 그녀에게 가는 헤어초크 이야기를 해주어 그녀는 그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누가 더 쇠약한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초췌해진 두 사람이 병실에서 마주하였다. 그녀는 그를 쳐다보며 그윽하게 미소 지었다. 헤어초크가 혼자 걸어왔고 보호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그녀가 알았기 때문에 이해하는 듯했다. 그런 그녀를 신비롭게 쳐다보며 헤어초크가 말했다. 
 
“창문을 열어주세요. 며칠 전부터 저는 날 수 있게 되었답니다.”
 
왜 당장 가장 빠른 차편으로 파리로 가지 않고 도보 이동을 선택했을까. 그 길 위에서 헤어초크는 순례객이었으니까. 그가 기꺼이 자신의 육체를 고난에 빠뜨리는 동안, 청컨대 그 사람의 생명이 누군가를 기다리다 회생의 말미를 얻기를 바랬을지도 모른다. 어쨋든 그는 얼음 속을 걸어 마침내 그를 기다리고 있는 아이스너 앞에 앉았다. 그리고 그 날 이후 실제로 그녀는 8년을 더 살았다.
 
그 후 아이스너가 1983년 11월 25일 죽기 1년 전 1982년 독일 영화계의 공로상인 헬무트 코이트너상이 제정되자, 첫 수상자로 아이스너가 선정되었다. 헤어초크는 그녀를 위한 수상 축하 연설에서 말했다. 
 
“제가 당신에게서 날개를 얻은 유일한 사람은 아닙니다. 당신께 감사드립니다.” 
 
아끼는 누군가가 죽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그를 들소로도, 산으로도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 간절한 마음이 없다면 아무리 잘난 인간도 한낱 미물에 지나지 않겠지. 어느 한 목사의 아픔을 전하는 나에게는 저런 경험이 없음에 못내 부끄러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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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1일 오후 2시 광주광역시 운암동 소재 광주중앙교회(한기승 목사)가 장로 장립 20명을 비롯한 139명의 임직 및 은퇴식을 가졌다. 이날 임직 및 은퇴 감사예배에는 증경총회장 중의 증경총회장 서기행 목사의 설교와 제103회 무지개 총회장 이승희 목사의 축사가 임직식을 한껏 빛냈다. 이날 30여명의 교단 지도자들과 박주선, 천정배 국회의원, 김기현 울산시장 등 정계 지도자들까지 순서를 맡아 축하와 격려를 더한 것은 한기승 목사의 교계와 사회에서의 목회 능력을 입증해주었다. 아울러 그는 이 시대의 기인, 그리고 광대 소강석 목사의 절친(切親)이기도 하다. 그런 한기승 목사가 나사로처럼 위중하다. 한기승 목사를 아는 총회의 모든 믿음의 사람들은 나사로를 향한 주님의 능력의 부르심을 위해 기도해주시기를...

성경은 말씀한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돌을 옮겨 놓으라 하시니 그 죽은 자의 누이 마르다가 이르되 주여 죽은 지가 나흘이 되었으매 벌써 냄새가 나나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 말이 네가 믿으면 하나님의 영광을 보리라 하지 아니하였느냐 하시니 돌을 옮겨 놓으니 예수께서 눈을 들어 우러러 보시고 이르시되 아버지여 내 말을 들으신 것을 감사하나이다 항상 내 말을 들으시는 줄을 내가 알았나이다 그러나 이 말씀 하옵는 것은 둘러선 무리를 위함이니 곧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을 그들로 믿게 하려 함이니이다 이 말씀을 하시고 큰 소리로 나사로야 나오라 부르시니 죽은 자가 수족을 베로 동인 채로 나오는데 그 얼굴은 수건에 싸였더라 예수께서 이르시되 풀어 놓아 다니게 하라 하시니라   요 11:39-44
 
2025-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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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굳뉴스] 한기승 목사와 나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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