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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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 Augustine and Saint Monica

 

개구쟁이 어거스틴


찬양이 자지러졌다. 지휘자의 손놀림이 불길 삭듯 사그라지자 대원들이 슬며시 앉았다. 백발의 목사님이 설교단에 몸을 드러냈다. 눈은 형형했다. 핼쓱한 볼을 사이한 입술에서 말씀이 울렸다.

 

총회설립 80주년을 기리려고 전국에서 모여든 목사 장로들의 눈을 띄우고 마음을 열게 하고 영혼을 밝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말씀을 전하는 나이든 종에게는 이제까지의 드높은 명성을 새삼 되새기게 해주는 기회였다.

 

80년 된 교단에 딱히 알맞는 주의 종이었다. 날마다 열매 맺는 삶을 시냇물이 흐르듯 전하는 종의 모습은 20여 년 전 삼각산 어느 기도원에서 성결교 교역자들의 심령을 말씀의 불로 희나리 태우듯 하던 그때 그 능력 있는 사자였다. 불땀 좋은 나무처럼 상기된 표정의 한 목사가 전화통에 소리 질렀다.

 

“와 보세요. 나도 이렇게 은혜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생나무 같은 사람들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사르는 능력 있는 설교자는 얼마나 귀한 하나님의 종인가! 그런 종을 소속 목사로 두고 있는 교회와 총회는 그게 얼마나 큰 자랑이고 복인 줄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거스틴은 자기 삶의 이야기를 썼기 때문에 그 시대의 어느 누구보다도 그에 대해 아주 많이 알고 있다. 그는 자기 내부에서 무엇이 일어났었는지를 이야기했다. 그 사람 말고는 아무도 그런 얘기를 도통, 한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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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nversion of St. Augustine by Fra Angelico

 

소년 시절 어거스틴은 동네 개구쟁이였다. 그는 밤이 이슥할 때까지 동네 말썽꾸러기들과 신나게 놀다가 이웃 아저씨네 과수원에 주렁주렁 달린 설익은 배를 서리했다. 그것은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장난삼아 하는 못된 서리였다. 그는 참회록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우린 배를 닥치는 대로 따 무더기로 쌓았죠. 그러나 하나도 먹질 않았습니다. 그냥 심심풀이로 한번 깨물어 보고 돼지들에게 던져 주었습니다. 그건 비열한 짓이었지만 난 그걸 무척 좋아했습니다. 왜 그랬느냐고요? 살인자는 살인 그것만을 위해서 사람을 죽이지 않습니다. 살인자는 보복을 원하거나 자신이 죽이는 사람에게서 무언가를 빼앗고 싶어 하죠.

 

우린 전혀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배나무에 달린 열매를 도둑질했습니다. 분명한 사실은 이게 아마 나 혼자뿐이었다면 결코 그런 짓을 하지 않았을 거라는 거죠. 집단 심리가 우리를 함께 어울려 그런 짓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누군가가 '야 가서 배서리나 하자'고 말했을 때 누구나가 그런 범행에서 몸을 뺀다는 걸 수치로 여겼고 그런 수치스러운 일을 할 아이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우린 과수원 주인이 배나무가 도둑맞을지도 모른다고 의심을 하면서도 곤한 잠에 떨어져 자고 있을 때 그에게 입히는 못된 장난을 생각하고는 킬킬거렸습니다. 그건 참으로 비열한 짓이었습니다. 지금은 그걸 생각만 해도 욕지기가 치밉니다.”

 

어거스틴의 아버지는 늦게까지 이교도였다. 그의 어머니 모니카는 그리스도인이었고 아들 때문에 무척 속을 썩었다. 그녀는 자기 아들 어거스틴이 그리스도인이 되기를 언제나 소망했다. 속을 태우다 못해 감독에게 어찌하면 좋겠느냐고 하소연했더니 감독은 덤덤하게 말했다.

 

“걱정 마세요. 많은 눈물을 흘린 아들을 결코 잃어버릴 리가 없을게요.”

 

2021-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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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배의 이야기 세계 교회사 43_ 개구쟁이 어거스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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