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7(화)
 

John Chrysostom confronting Aelia Eudoxia, in a 19th-century painting by Jean-Paul Laurens-580px.jpg

John Chrysostom confronting Aelia Eudoxia

 

돈과 황금 입

 

오토바이 모는 경찰관이 점심 먹으러 집에 가다 그만 물에 빠져 죽었다. 교통 경찰관의 교통사고인 셈이었다. 시체안치실로 가족과 관계자들이 몰려들었다.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이 죽은 사람의 번들번들한 장화를 벗겼다. 물기 먹은 파란 지폐가 꼬깃꼬깃한 모습으로 땅에 떨어졌다. 그걸 시작으로 몸의 곳곳에서 같은 광경이 벌어졌다. 주위에 둘러섰던 사람들은 저마다 얼굴 둘 곳을 찾지 못해 두리번거리며 헛기침을 해댔다. 고골리의 희곡 ‘검찰관’이라는 작품에 돈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온다. 가짜 검찰관 흉내를 내는 백수건달에게 뇌물을 들고 온 한 녀석이 이렇게 뇌까렸다.

 

“돈이란 참 좋단 말이야. 떨어뜨려도 찢어지거나 깨지는 법도 없고 손에 쥐고 있으면 화끈거리기까지 한단 말씀이야.”

 

돈에 찌든 사람들에게 거미처럼 생긴 황금의 입 크리소스톰이 이렇게 권면했다. “아내가 남편에게 이렇게 말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여보, 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게으름뱅이 같으니라구. 아 글쎄 저 건너 집 남자 좀 보세요. 저 사람은 방울소리만 달랑거리던 빈털터리었는데 지금은 번듯하잖아요. 그는 모험두 하구 배도 탔죠. 그러더니 한밑천 벌어 부자가 됐잖아요. 부인은 보석을 있는 대로 주렁주렁 매달구선 노새 두 마리가 끄는 마차를 타고 나다니는 데 당신은 배알두 없수.’”

 

크리소스톰은 목소리를 바꾸어 말을 이었다. “부인이 이런 식으로 말한다면 남편도 이렇게 말할 겁니다. ‘돈 많고 가문 좋은 여자랑 나도 결혼할 수 있었다구. 젠장 누군 뭐 그런 걸 몰라서 안 한게 아니라구. 신을 사랑했기 때문에 당신을 졸졸 따라 다니다 결혼한거지. 당신도 예쁘고 얌전하고 얼마나 상냥하오. 돈이란 먹고 살 정도면 되는 게요. 저 친구야 한 밑천 잡았다지만 돈 욕심에 이웃집 녀석처럼 두 밑천 잡겠다고 뱃길 나섰다가 언제 고기밥 될런지 알 수 없는게요. 나 이렇게 건강하고 당신 보석으로 안 꾸며도 이렇게 예쁘니 얼마나 좋소.’ 여러분 믿음을 가지십시오. 천국에다 소망을 두고 사십시오. 그러면 어떤 형편에든지 자족하는 넉넉한 삶을 살 수 있을 겁니다.”

 

크리소스톰은 말하기 곤란한 것들도 아무런 부담 없이 말했지만 안디옥 사람들은 그의 말에 대거리를 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를 너무도 잘 알았고 사랑했기 때문이다. 대머리 크리소스톰의 명성은 로마제국 전역에 퍼졌다. 그의 진짜 이름은 요한이었지만 황금의 입이라는 뜻의 크리소스톰으로 통하게 되었다. 그때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 자리가 공석이 됐다.

 

총대주교라는 말은 족장이라는 단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로마나 콘스탄티노플 같은 대도시의 감독을 높여 부르자는 데서 비롯됐다. 중요한 자리라 걸맞는 명성 있는 사람을 필요로 했다. 콘스탄티노플은 로마 다음으로 중요한 곳이었다. 내노라 하는 당시의 교역자들이 그곳을 맡고 싶어 몸이 달았지만 가장 주목받는 크리소스톰은 도통 관심이 없었다.

 

그는 안디옥을 사랑했고 안디옥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어느 날 보쌈을 당해 콘스탄티노플로 옮겨졌다. 권력자들은 크리소스톰을 회유하고 으르대어 총대주교에 취임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축하했지만 그는 덤덤했다.

 

2021-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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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배의 이야기 세계 교회사 39_ 돈과 황금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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