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7(화)
 

11th-century conch mosaic of John Chrysostom from the south-east apse of the nave of the Hosios Loukas monastery-580px.jpg

11th-century conch mosaic 

of John Chrysostom from the south-east apse

 of the nave of the Hosios Loukas monastery


 

목회자 크리소스톰


바람이 한결 더워졌다. 장로도 정치꾼도 재벌도 대통령 될 꿈에 너나없이 바쁜 시절이다. 이제 봄이 무르익었으니 평양 사람들일랑 금빛 우상 배불뚝이 김일성 형상을 광내기에 바쁠 것이다. 통일은 언제나 되는 건지.

 

비숍(Bishop)이란 헬라어 에피코포스에서 유래된 단어로 감독이란 뜻이다. 교인의 생활을 돌본다는 뜻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이를테면 초대 교회의 관행을 따른다면 오늘날의 목사란 감독인 셈이다.

 

바꿔 말하면 감독은 목사이다. 대머리 크리소스톰이 감독의 길을 택했다는 것은 목사의 삶을 살게 된 것이었다. 감독으로서의 목자의 삶은 수도사로 맨땅에 잔다거나 목욕하지 않고 나다니는 것보다 훨씬 어려웠다. 수도사는 사람을 상대하지 않고 신경 뚝 끊고 혼자 지내면 됐지만, 감독은 끊임없이 사람을 상대하고 복닥거려야 했다.

 

크리소스톰은 안디옥에다 성직자의 영웅적인 삶의 터전을 잡았다.

 

그가 감독하고 돌보는 교인들은 사도 시대의 활수한 관용을 굴뚝 검뎅이 마냥 까먹었다. 크리소스톰은 사도 시대의 정신을 되살리고자 힘을 기울였다.

 

꼬깃꼬깃한 회색 수염을 움찔거리며 황금의 입은 교인들에게 말했다.

 

“돈이란 물과 같은 걸 명심하십시오. 물이 흐르지 않고 괴어 있으면 썩고 말듯이 돈도 그런 것이요. 금식으로 몸을 괴롭게 한 걸로 당신이 할 바를 다 했다고 생각지 마시오. 당신이 금식하는 걸 반대하지는 않습니다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은 남을 도와주는 것입니다. 만일 피의 대가를 치루고 만들어지는 것이라면 그런 아름다운 것들은 요구하지 마십시오. 이런 사실을 생각해보십시오. 배에는 여러 준비가 필요합니다. 갑판을 책임진 사람, 조타수, 노를 저을 사람 등이 있어야 합니다. 배가 대양으로 미끄러져 나갑니다. 아내와 자식들이 뒤에 남게 됩니다. 상인은 파도에 몸을 맡기고 야만인의 땅에 가서 말로 헤아릴 수 없는 위험을 겪습니다. 그게 다 무엇을 위해서입니까? 그게 다 당신이 신은 슬리퍼를 잣을 색실을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당신의 냄새나는 그 알량한 발을 덮을 때깔 나는 덧신을 위해서란 말입니다.”

 

말마다 금과옥조라는 황금의 입 크리소스톰이 눈을 떼록 거리는 신자들에게 혀로 입술을 축이고 말을 이었다.

 

“당신의 돈을 아주 효용 있게 가난한 사람에게 쓰십시오. 안디옥에 사람이 얼마나 되는 줄 아십니까? 5만 명은 족히 될 것입니다. 그런데 그리스도인이 얼마나 되는 줄 아십니까? 1만 명이나 됩니다. 나머지는 유대인이거나 이교도들이지요. 이제 그리스도인이 물건을 가져와서 사도들처럼 서로 나누어 쓴다면 수도원에서도 그렇듯이 가난한 사람들을 우리가 돌보아 줄 수 있지 않겠습니까? 모든 식사가 전체를 위해서 일시에 이루어진다면 경비가 훨씬 싸게 먹힐 겁니다. 수도원에서 배우도록 합시다. 이제까지 수도원에서 굶어 죽은 사람이 있었습니까?

 

멀쩡한 교회를 때려 부수고 수십억을 쌀자루 털듯 교인들을 들쑤셔 마련해 성전을 봉헌했던 목사님이 지금은 2층에 세를 얻어 감독 생활을 하고 계신다. 예배당 건축에 쏟는 십분의 일이라도 가난한 자와 어려움을 당한 자에게 기울인다면 이 사회가 이렇게 부조리에 허덕이지는 않을 성싶다. 일을 안 해도 땀이 솟는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큰 교회와 담임목사님들은 냉방기 걱정이 앞설 것이다.

 

2021-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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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배의 이야기 세계 교회사 38_ 목회자 크리소스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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