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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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블레의 15분’ 이란 음식점이나 술집에서 식사를 한 후에 지불해야 할 돈이 부족한 것을 깨닫고 당황한 순간을 말한다. 프랑수아 라블레는 프랑스 르네상스 최대 걸작인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 이야기>(1534)를 쓴 프랑스의 대작가이다. 

만일 식사 후에 계산대 앞에서 음식값을 지불하려고 가방을 열었을 때 지갑이 없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당시 라블레는 프랑수아 1세의 명령으로 6개월 동안 로마의 사신으로 갔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리용까지 왔을 때 돈이 다 떨어졌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호텔에서 한 걸음도 나오지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사정을 이야기 하면 해결될 문제였지만 장난기가 발동한 그는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모면할 것인가 곰곰이 생각하기를 15분, ‘바로 이거다!’ 하는 생각에 무릎을 쳤다. 그는 우선 아무도 정체를 눈치 채지 못하도록 철저히 분장했다. 그리고 오랜 연구여행에서 돌아온 의사라고 알리고 중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한다고 마을의 모든 의사들이 모이게 했다. 강연회 자리에서 꾸며낸 목소리로 아주 어려운 의학내용에 대해서 긴 연설을 하던 도중, 열심히 듣는 청중 앞에서 갑자기 한숨을 쉬더니 강연장의 모든 문을 잠근 후 이렇게 말했다.

"지금부터 내가 할 이야기의 내용은 절대 비밀입니다. 아무에게도 이야기 하시면 안 됩니다. 여러분들께만 알려드리겠습니다. 여기에 약봉지가 두 개 있습니다. 이쪽에는 '왕에게 줄 독' 다른 한 쪽에는 ‘왕비에게 줄 독' 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저는 먼 이탈리아까지 독극물을 연구하러 갔다 왔습니다. 이 두 주머니에 담긴 독약은 아주 소량으로 한순간에 사람을 죽일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심지어 해독제도 듣지 않습니다. 저는 지금부터 파리로 가서 국왕과 왕비 그 자녀들까지도 이 독을 마시게 할 작정입니다. 당신들을 포함한 모든 프랑스 국민을 위해서 그 폭군 일가를 전부 죽일 계획입니다."

그 자리에 모여 있던 의사들은 슬금슬금 자리를 떠났다. 조금 후에 마을의 경찰들이 와서 라블레를 체포했다. 당시 국왕을 해치려는 행위는 곧 국가사범에 해당하였으므로 경찰은 엄중한 감시를 펼치면서 일반 파렴치범이나 잡범과는 달리 정중하게 대우하여 파리로 호송했다. 그동안 묵고 있던 호텔의 숙박요금을 지불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공용 마차에 호송되어 파리까지 공짜로 배불리 먹으면서 편히 갈 수 있었다.

프랑수아 1세는 대역 죄인을 직접 문초하겠다며 그를 왕궁으로 불러들였다. 범인의 얼굴을 보자 평소 자기와 친하게 지내던 라블레임을 알아보고 깜짝 놀라 어떻게 된 연유인지 물었다. 라블레가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자 국왕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껄껄대고 웃었다고 한다.                                             
 
201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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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블레의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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