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성탄절부터 정월 초하루까지의 일주일은 시간 밖의 괄호와도 같다. 실로 이상하지 않은가. 성탄절이 띄운 기분은 어디로 착지해야 할지 갈팡질팡하고 그 마음의 공백 속에서 한 해의 기억은 눈발처럼 뿔뿔이 흩어진다.


2024년 세계는 전쟁 2개와 50여 국의 선거로 갈등의 몸살을 앓는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새해로 이월돼 살상과 파괴로 치닫고 있다. 세계 인구의 4분의 1인 20억 명이 50여 국에서 선거로 정치적 선택을 한다. 20억이라는 숫자는 세계 경제 총생산의 60%에 해당한다(뉴욕타임스 집계). 선거가 있는 나라는 인도·인도네시아·멕시코·남아프리카 미국 그리고 유럽 27국(의회) 등이다.


선거는 본질적으로 현상 타파적이다. 현실에 대한 불만과 불평이 표출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선거판은 항상 대립적이며 분열적이고 이 틈을 노린 기회주의나 인기영합주의가 득세할 소지가 높다. 그런 의미에서 2024년의 세계와 교계는 극도의 불안을 안고 있다. 전체적으로 세계는 자국 이기주의로, 교계는 후보와 총대 공히 개인 이기주의로 흐르고 있다. 피란민·자원·인종·종교 등으로 갈등 구조가 심화될 것이다.


그러나 새해가 되면 다르다. 사람들은 열두 달 365일로 조직된 시간 속으로 약속이나 한 듯이 행진해 간다. 당신의 새해 계획은 무엇입니까. 1월부터는 어엿한 목표를 갖고 살아봅시다. 그래야 다음 연말쯤에는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새해 다짐을 하려는 이에게는 세상을 조직적으로 바라보는 법, 즉 원근법이 필요하다. 시점이 분산되어 있으면 자칫 생활이 무질서해질 수 있다. 한 해를 요령 있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기 인생을 체계적으로 조직할 일정한 시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2023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하자, 하나의 사실이 분명해졌다. ‘역사의 휴일’이 끝나고 신냉전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이다. 탈냉전 30여 년간 인류는 잠깐 마키아벨리(Niccolo Machiavelli, 1469년 5월 3일 ~ 1527년 6월 21일)를 망각했다. 그는 메디치가의 군주에게 바치는 '군주론'을 저술했다. 1513년 발표한 '군주론'에서 그는 위대한 군주와 강한 군대, 풍부한 재정이 국가를 번영하게 하는 것이고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 군주는 어떠한 수단을 취하더라도 허용되어야 하며 국가의 행동에는 종교 및 도덕의 요소를 첨가할 것이 아니라는 마키아벨리즘을 발표하였다. 마키아벨리는 지도자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반드시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지도자가 기회를 인식하고 포착할 수 있으며 상대보다 생각이 앞서게 되고 그들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는 책임을 지는 것이고 책임은 결과로 판가름 난다. 정치는 나라의 존망이 걸린 것이기에 냉엄한 것이고 목적이 중시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백범 김구 선생은 외쳤다.


“우리나라는 내 나라요, 남들의 나라가 아니다. 독립은 내가 하는 것이지 따로 어떤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그 어느 나라의 선거나 그 어떤 교파의 선거도 오는 4월 10일에 치러질 한국 국회의원 선거보다 중요하지 않다. 정치판은 당면한 치명적 상황에 대한 인식도 없어 보이고 이 엄중한 국제 파고에서 살아갈 연명책에 대한 정책적 공방도 없다. 인구 감소 문제, 자국 이기적 경제 흐름, 자원 외교의 한계, 북한과의 무력적 대립 문제 등에 대한 지적도 토론도 보이지 않는다. 북한 김정은은 엊그제 남북은 더 이상 동족 관계가 아니라며 한국에 핵 무력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는 식으로 협박하고 나섰다. 우리는 남북 관계에서도 더 이상 유유자적(悠悠自適)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그럼에도 오로지 초점은 대통령 부인 명품백 수수 불법 영상에 대한 특검이고 비명, 친명, 친윤, 반윤공천 여부고 비대위 구성이고 정객들의 이합집산이다.


그러므로 한국의 4·10 총선거의 의미는 집약해서 말하면 한 시대의 청산에 있다. 한국은 정치적 굴곡의 고비마다 그 시대의 주류를 교체해 왔다. 장기 집권(이승만)의 적폐가 쌓였을 때 군부(5·16)가 들어왔고, 군부가 오래가자 학생들이 앞장선 민주화가 그것을 넘어뜨렸다. 이때부터 대학생 운동권 세력이 20여 년간 좌파 정치를 주도해 왔다. 현 더불어민주당의 170여 석 가운데 100석 넘게 운동권 차지다. 낡고 권위주의적인 보수·우파 세력만으로는 조직과 권모술수가 능한 운동권 좌파를 당할 수 없었다.


우리 대한민국 국민이나 총회 총대가 투표장에서 의식해야 하는 것은 우리가 처한 시대적 상황과 이것을 살아가는 시대정신이다. 선거가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이제 안다. 마찬가지로 지도자 한 사람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마술사가 아니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


배우 이선균과 그의 연기를 좋아한다. 많은 남자들이 간증하듯, 드라마 ‘나의 아저씨’(2018)에는 삶과 일에 지친 중년 사내들을 위로하고 각성시키는 힘이 있었다. 다시 꺼내 읽은 5년 전의 메모장에 드라마의 대사가 적혀 있다. “인생도 어떻게 보면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야.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력이 세면 버티는 거야.” 드라마에서 이선균은 건축구조기술사. 자신의 다짐과 달리, 그의 내력은 버티지 못했다.


좋은 믿음이 결국 좋은 삶을 만든다. 성경은 말씀한다.


또 형제들아 너희를 권면하노니 규모 없는 자들을 권계하며 마음이 약한 자들을 안위하고 힘이 없는 자들을 붙들어 주며 모든 사람을 대하여 오래 참으라 삼가 누가 누구에게든지 악으로 악을 갚지 말게 하고 오직 피차 대하든지 모든 사람을 대하든지 항상 선을 좇으라 살전 5:14-15


2024-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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