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3(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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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r Samstug(Saturday)

안식과 주일
 
2:1 천지와 만물이 다 이루어지니라 2 하나님이 그가 하시던 일을 일곱째 날에 마치시니 그가 하시던 모든 일을 그치고 일곱째 날에 안식하시니라 3 하나님이 그 일곱째 날을 복되게 하사 거룩하게 하셨으니 이는 하나님이 그 창조하시며 만드시던 모든 일을 마치시고 그 날에 안식하셨음이니라 창 2:1-3
 
알싸한 아침 작업실. 테이블 위에서 전기선을 타고 물 주전자는 푹푹 김을 내며 끓는다. 나는 기다린다. 투명 글라스에 물을 붓고 커피 가루를 서너 번 털어넣는다. 물에 퍼져 가라앉은 블랙커피 몇 모금 마시면서도 기다리고, 맥심의 묵직한 향이 낮게 깔리며 시벨리우스의 선율과 섞이는 순간에도 기다린다. 그것 없이는 아침마다 만나는 키보드의 머쓱함을 이겨낼 수가 없다. 그것이 몸 자락 여기저기 시나브로 스며들 때에야 비로소 맹수 앞에 선 전사처럼 창 대신 손을 풀며 하얀 노트북 앞으로 걸어갈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흡사 삼일로 창고 극장에서 '고도(Godot)를 기다리며'의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처럼 나는 기다리고 기다린다. 무릇 모든 '쟁이'가 그럴 테지만 나는 일찍부터 그 불가해한 느낌에 포박돼 있었다. 아니 중독이라는 표현이 낫겠다. 작업실 문을 열고 들어설 때마다 엄습해오는 그 대체 불가의 느낌. 육적이고 영적이며 언어적이고 비언어적인, 온몸을 가볍게 진동시킬 만한 그 야릇한 흥분과 전율, 그 열감(熱感)을 대체 '설렘'이라는 말 아닌 다른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말인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우리말은 '시나브로'다. 국어사전에서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이라 풀이한 우리말 시나브로. 설레며 열심히 기도하며 글을 쓰다보면 시나브로 그분에게 다가가게 되리라. 그분을 닮은 형상과 모습으로.
 
위대한 작곡가가 남긴 음악은 마르지도 닳지도 않는 인류의 유산이다. 그렇듯 명 설교에는 크고 작은 마음의 울림을 만들어내는 거대한 힘이 있다. 특별한 달란트로 평생을 헌신한 설교자들이 남긴 믿음 또한 저마다의 독특한 울림이 있는 예술 작품이다. 내가 항상 목말라하는 인천제이교회나 새에덴교회 같은 이상적인 울림의 교회 설교단도 매우 중요할 것이다. 좋은 설교를 좋은 설교자가 좋은 성대로 좋은 공간에서 좋은 회중과 나누며 깊은 믿음의 울림을 경험한다는 것은 인간으로 태어나 감히 누릴 만한 하나님의 축복이요 은혜다.
 
나는 꿈을 꾼다. 죽을 때까지 글을 쓰면서 목사의 삶을 사는 것이 꿈이다. 나이와 상관없이 요셉처럼 꿈은 꾸는 자의 것이다. 꿈이 없는 삶은 끊임없이 기도하지 않고 그래서 늘 기뻐하지 않고 일마다 감사하지 않는 신자와 같다. 반대로 꿈을 꾸는 신자의 삶은 쉬지 않고 기도해서 항상 기쁘고 모든 일에 감사하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날마다 주일처럼.
 
믿음의 멋은 안에서 우러나오는 모습이다. 믿음의 멋이 있으려면 우선 성경의 지성이 풍부하고, 생각이 진실하고, 겸손해야 한다. 믿는 자의 생명 양식 성경은 말씀한다.
 
‘그가 하시던 모든 일을 그치고 일곱째 날에 안식하시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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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d reposing on Sabbath.

창 2:1-3 6일 창조와 안식
he rested on the seventh day
 
창조 이야기 진행이 장이 나뉘지만 이어진다.
 
1절. 천지 the heavens and the earth
 
궁창(the firmament) 또는 우주(the universe)를 의미한다. 라틴어 우니베르숨(universum)은 유럽의 여러 언어에서 우주를 가리키는 낱말의 어원이 되었다. 한편, 고대 그리스어 어원의 코스모스(cosmos) 역시 우주를 가리키는 낱말로서 사용된다. 코스모스는 라틴어의 우니베르줌이 단순히 ‘온 누리’를 뜻하는 것과 달리 질서를 갖는 체계로서의 우주를 뜻한다는 점에서 다른 언어로 대체하기 어려운 독특한 개념이다. 천체를 포함한 우주 전체를 코스모스로 처음 지칭한 사람은 피타고라스(Pythagoras, 기원전 570년 ~ 기원전 495년)이다.
 
‘만물이 다’ ‘all the host of them’
 
지구를 포함한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과 에너지, 그리고 사건이 일어나는 배경이 되는 시공간의 총체.
 
‘이루어지니라’ ‘finished’
 
창조가 완성되었다. 창조된 이래 세상의 진행에서 어떤 영원한 변화도 전혀 없고 동물들의 새로운 종이 만들어진 적도 전혀 없고 자연의 법칙이 폐기되거나 더해진 것도 전혀 없다. 그 모든 창조가 6일뿐만 아니라 한 순간에도 마칠 수 있었다. 그러나 하나님의 창조 사역은 더 고등한 피조물들뿐만 아니라 인간의 교육을 위해서도 점진적이었다. 그 완성의 순간을 성경은 이렇게 말씀한다.
 
그 때에 새벽 별들이 기뻐 노래하며 하나님의 아들들이 다 기뻐 소리를 질렀느니라 욥 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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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절. 모든 일을 그치고 일곱째 날에 안식하시니라 he rested on the seventh day
 
여기에서 ‘안식하시니라’의 의미는 하나님께서 창조의 일로 지쳐 쉬신 것이 아니다. ‘영원하신 하나님 여호와, 땅 끝까지 창조하신 이는 피곤하지 않으시며 곤비하지 않으시며 명철이 한이 없으신’(사 40:28) 분이기 때문이다. 그 안식의 의미는 창조 사역을 마치셨다(ceased from working)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도 모든 종류의 일과 노동을 마쳐야 한다는 계명에 상응하는 본보기를 제시하신 의미가 담겨 있다. 
 
3절. 그 일곱째 날을 복되게 하사 거룩하게 하셨으니 blessed and sanctified the seventh day
 
하나님께서 창조를 마치고 안식하신 일곱째 날 안식일의 히브리어 사바쓰(Sabbath)는 ‘멈추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하나님이 엿새 동안 창조하시고 일곱 째 날에 마치셨음을 기리기 위해 시작된 것이 안식일이다. 이것은 사람이 휴식하기 위하여 잠을 자듯이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하나님은 엿새 동안의 창조를 마치셨지만 그의 말씀과 섭리로 세상을 운행하고 다스리셨다.
 
그렇듯 안식이란 어떤 일을 하다가 손을 놓고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죄 짓는 일을 하다가 거룩한 일을 한다는 것도 아니다. 교리문답이 “세상의 여러 가지 일과 오락에 대하여” 말할 때 하나님이 이러한 일들은 엿새 동안만 하도록 명하신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삶의 어떤 부분만이 세상적인 것이거나 신앙적이라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모든 삶이 신앙적이다. 우리는 이 세상의 일과 오락을 통해서도 하나님에게 영광을 돌려야 하고 하나님을 섬겨야 한다. 그러나 일주일 가운데 하루는 다른 일을 해야 한다. 하루는 우리의 주 하나님에게 예배드리고 찬양하는 일을 통해 몸이 쉼을 얻고 힘을 얻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주일을 안식일로 삼는 문제에는 세 가지 접근 방법이 있다.
 
첫째, 그리스도인들은 토요일에 예배를 드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것은 안식교와 그 밖의 다른 사람들이 주장한다. 그들의 주장의 핵심은 토요일이 구약의 안식일에 맞는다는 것이다.
 
둘째, 신약의 주일이 구약의 안식일과 같은 날이기 때문에 구약의 방법과 똑같이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웨스터민스터 신앙고백은 주일을 그리스도인의 안식일이라 부르고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 안식일은 여호와에게 거룩히 지켜야 한다. 이날 그리스도인들은 일상생활의 용무는 미리 정리한 후에 세상일과 오락에 관한 말이나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온종일 거룩하게 쉬면서 공동예배와 기도와 구제를 행하는 일에 전념해야 한다.
 
개혁주의 청교도 신학은 이 입장을 강력하게 지지한다.
 
셋째, 안식일은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로 폐기되었기 때문에 주님의 부활을 기념하고 나름의 특징을 지닌 새로운 날 주일이 안식일을 대체했다고 주장하는 견해가 있다. 이것은 존 칼빈의 견해이다. 칼빈은 유대인들을 위한 거룩한 안식일은 폐지되고 그 날을 대신하여 다른 새로운 날이 정해졌다고 분명하게 주장한다.
 
주일도 하나님이 세우신 날이다. 그러나 안식일과 달리 이 날은 이스라엘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교회를 위한 날이고 안식일과는 상당히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다. 안식일은 휴식하고 전혀 활동을 하지 않는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엄격한 형벌을 받았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의 주일은 기쁨과 활동과 기대로 넘치는 날이다.
 
주일의 특징은 첫 번째 주님의 날에 있었던 사건인 부활을 기리는 것이다. 부활하신 주님은 제자들을 다시 불러 모으고, 그들을 가르치고, 성령을 주고, 그리고 세계에 복음을 전파하라는 임무를 주고 승천하셨다. 안식일이 폐지되고 주일이 세워졌다는 사실은 초대교회의 예배가 안식일이 아니라 주일로 재빨리 대체되었다는 데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사람들은 십계명의 제사 계명이 안식일만 아니라 다른 날과도 연관되어 있음을 잊어버릴 때가 종종 있다. 이 계명은 사실 모든 날에 적용된다. 그리스도인들은 주님을 섬기듯이 엿새를 열심히 일하고 하루는 구별하여 하나님에게 예배드리고 다음 엿새를 위하여 세상일을 멈추고 거룩하게 지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도 바울의 권면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종들아 모든 일에 육신의 상전들에게 순종하되 사람을 기쁘게 하는 자와 같이 눈가림만 하지 말고 오직 주를 두려워하여 성실한 마음으로 하라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을 다하여 주께 하듯 하고 사람에게 하듯 하지 말라 이는 기업의 상을 주께 받을 줄 아나니 너희는 주 그리스도를 섬기느니라 골 3:22-24
 

QT 되새김
 
A 하나님께서 우주 창조를 6일에 마치셨다는 사실을 인정하는가.
 
B ‘모든 일을 그치고 일곱째 날에 안식하시니라’는 사실을 믿는가. 믿음은 말씀에 대한 하나님의 능력과 의지를 믿는 것이다.
 
C 하나님께서 ‘모든 일을 그치고 일곱째 날에 안식하시니라’는 것을 주일과 비교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D 그 원리를 당신의 삶에 어떻게 적용하고 실천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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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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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티주석8 안식과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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