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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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남해안에 있는 통영(統營)은 선조 37년(1604년) 삼도수군통제영(三道水軍統制營)을 옮긴 것에서 유래한 줄임말이다. 통제영이 자리 잡기 전에는 두룡포라 불렸다고 한다. 삼도는 경상, 전라, 충청도를 일컫는다. 12개 노회 연합으로 결성된 부산·울산·경남교직자협의회(대표회장 김준태 목사)가 통영처럼 약칭 부울경으로 불리는 제13회 하기수련회가 8월 25일 오후 2시부터 26일오후 12시까지 꼭대기가 거북선 모양으로 생긴 통영거북선호텔에서 열렸다. 호텔은 개관한 지 3년인데 통영 출신 건축설계사 설종국 씨가 대표다. 그래서인지 호텔 내부는 구석구석 깊이 있는 사진과 그림과 소품들이 어울려 운치를 이루고 있었다.
같은 날 오전 11시부터 우리 교단과 한국 교계의 한 획을 그은 총신 전 총장 길자연 목사의 이임식과 그의 잔여 임기를 이어받은 총신 토박이 김영우 목사의 총장 취임식을 마치고 고속버스로 통영에 도착하니 해가 뉘엿거리는 7시였다. 통영 토박이 30년 경력의 기사 택시로 통영의 변천사를 들으며 세금 절약하려고 두 동으로 나누어 짓고 연결 통로를 만들었다는 거북선호텔 앞에 도착했다. 로비에 들어서니 제100회 총회 부서기 후보 윤익세 목사가 일행들과 소파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아직 안 끝났을테니 식사부터 하라는 고마운 윤 목사의 전갈에 식당으로 올라가니 맛있는 뷔페가 아직 마감 전이었다.
아내와 식사를 마치고 내려오니 부서기 후보 고광석 목사가 로비에서 부총회장 후보 김선규 목사의 차를 편승하려고 권순직 목사와 기다리고 있었다. 좀 있으니 멋진 간편복 차림의 총회 실세 허활민 목사(주신교회)가 “영남인의 역할”이라는 특강을 마치고 만면에 웃음을 띠고 나타났다. 그는 몇 마디 나누고 윤익세 목사와 사라졌다. 뒤이어 핸섬한 미소의 김선규 목사가 내려와 정치적 의미가 깊은 악수를 나누었다. 제100회 총회 임원 후보 일행이 요즘 정치인들이 선호하는 검은색 승합차로 떠나는 걸 보고 회의장으로 올라가니 대표회장 김준태 목사(동부교회)의 사회로 저녁집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번 수련회 주강사 김영남 목사(제99회 총회 서기, 현 선거관리위원회 서기)가 마태복음 24:45-47의 본문으로 개혁 측의 입장을 간간히 곁들여 웃음과 감동을 자아내는 “목회자란” 제목의 설교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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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개회예배 때는 부총회장 박무용 목사의 18번 사사기 7:9-14의 “보리떡 한 덩어리” 설교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총회 부서기 이승희 목사와 부회계 이춘만 장로는 축사를, 총회 총무 김창수 목사는 격려사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영남의 단골 축도사 서정배가 총회 결의를 어기고 버티는 찬송가공회 대표 자격으로 축도하고 봉투를 챙겨간 모양이다.
포구가 보이는 거북선호텔의 쾌적한 방에서 자는데 새벽녘에 모닝콜이 울렸다. 6시 새벽기도회에 올라가니 회의장을 가득 채운 부울경 회원들의 은혜와 감동을 일으키는 설교와 특별기도가 있었다. 말씀은 여물게 생긴 이성택 목사(서현교회)가 사도행전 13:1-3의 본문으로 “이런 교회되게 하소서” 제목의 설교를 통해 자신의 교회 개척과 성장 경험과 요즘 출산 장려 전략으로 교회 부흥을 일군 전도의 중요성을 목사와 장로들에게 일깨워 주었다. 이어서 제100회 총회, 총신대학, 기독신문, GMS, 총회파송선교사, 부울경 교직자협의회 등을 위한 기도를 허은 목사, 이선유 목사, 이재수 장로, 이동주 목사 등의 대표기도자들을 세워 뜨겁게 인도했다. 전 기독신문사 사장 백영우 장로는 설교와 기도를 열심히 수첩에 메모하며 은혜를 받는 습관이 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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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식사를 마치고 모인 노회장 모임은 1시간여를 논의한 뒤 미진 사항은 임원과 서광호 목사에게 일임하기로 하고 마쳤다. 통영은 이곳에서 만들어진 요리로 충무김밥이 있는데, 여타 김밥과는 달리 속에 반찬을 넣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여름에 김밥 속이 쉽게 쉬어버리는 것 때문에 밥과 속을 분리해서 판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김밥+오징어(혹은 꼴뚜기) 무침+깍두기로 구성되어 있다. 항남동 강구안 거리에 줄줄이 놓여있는 충무김밥 음식점 거리는 처음 보는 사람이 기겁할 정도다. 단팥 도넛에 물엿을 입혀낸 꿀빵도 이색 먹거리로 손꼽힌다. 극작가 유치진, 그리고 유치진의 동생인 시인 유치환, 윤이상, 박경리, 전혁림, 김춘수 등 유명한 예술인들을 많이 배출한 곳이라 예술의 고장으로 알려져 있다. 행복의 정의는 제각각 다르다.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은 명경지수 같은 삶을 행복이라 여기는 이가 있을 것이다. 허활민 목사처럼 세상 사람들이 쉽게 말하는 삶의 흐름에 맞추어 사는 것을 행복이라 여길 수도 있고 소강석 목사처럼 바쁜 일정의 삶을 사는 것을 행복이라 여길 수도 있다. 부울경 제13회 하기수련회가 열린 통영 출신 시인 유치환의 이런 시가 있다.
행복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멜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
시인 유치환은 행복했다고 말한다. 자신의 집에서 뛰어 5분도 걸리지 않는 ? 지척에 있는 이에게 매일 우체국으로 가서 편지를 보내면서. 통영 이문당 서점과 우체국. 거리는 불과 10미터 남짓이었다고 한다. 그렇듯 부울경 교직자협의회 회원들도 매일 어디에서나 기도를 하면서 교회와 노회와 총회를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 라는 시인의 행복을 체험하기를 빈다. 시인 유치환과 같은 고향의 서광호 목사는 총회 안에서 믿음으로 서로 협력하며 사는 게 행복한 것 아닙니까 라며 어깨를 으쓱한다.
2015-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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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울경에 통영(統營)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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