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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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0일 제100회 총회를 이끌어갈 총회 임원 후보들의 등록이 마감됐다. 마감일 마감 시간이 수요일 오후 5시라 삼일예배에 마음이 바쁜 총회선거관리위원회 서기 김영남 목사는 봄노회에서 추천을 받은 16명의 후보 가운데 15명이 등록을 마쳤다고 말했다. 그날 등록을 못한 후보는 부총회장 후보에 나선 강태구 목사(함남노회)였다. 누군가가 그의 총대 경력 10회 가운데 한 번의 결격 사유를 지적했기 때문이다. 2012년 제97회 총회 당시 정식으로 총대 명찰을 받고 입장을 했다. 그러나 세간과 총회를 들썩이게 한 문제의 총회장 정준모 목사가 현장에서 석연치 않은 이유로 강태구 목사의 총대직을 박탈하고 퇴장시킨 기록이 너부데데하고 자식 복이 많은 강태구 목사의 발목을 잡았다. 어쩌면 그에게는 후보 등록 시 내는 적지 않은 발전기금을 절약하는 축복을 얻는 기회가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만나본 후보들의 눈매는 저마다 범상하지 않게 살아온 삶의 한 단면을 느낄 수 있었다. 그건 믿음으로 살아온 다양한 삶의 단면이었을 것이다. 나무의 단면에 여러 개의 나이테가 있듯이.

당연직으로 올라가는 후보들을 제외하고 새로이 투표를 받아야 하는 목사부총회장에는, 총회 정치의 달인 김선규 목사(가칭 평양제일노회), 한국교회 세계 제일의 어린이 선교와 교육의 대가 김종준 목사(가칭 동한서노회) 부흥의 작은 거인 장대영 목사(평동노회) 등이 등록했다. 장로부총회장은 장로회의 관례적인 조정을 거친 신신우 장로(전남노회)가 단독으로 나섰다. 부서기에는 법과 논리의 알밤 고광석 목사(동광주노회), 뚝심의 오뚝이 윤익세 목사(충남노회), 남다른 정치 감각을 지닌 이형만 목사(목포서노회), 서현수 목사(서전주노회) 등이 출사표를 던졌다. 부회록서기김정설 목사(인천노회)와 하재삼 목사(김제노회), 부회계는 남전도회와 장로회의 뿌리 깊은 나무 양성수 장로(서울노회)가 등록을 마쳤다.

제98회 총회장 안명환 목사 업적(근래 여타의 총회장들은 부정적인 인상으로 얼룩져 있다)의 산물인 총회회관 로비에서 만난 김선규 목사와 윤익세 목사의 표정은 느긋하고 밝아 보였다. 이어서 만난 막강한 선거관리위원회 심의분과 위원장 서광호 목사의 말을 아끼는 모습에서 후보 등록자들의 앞길이 안개 속에서 순탄치 않을 느낌을 받았다. 

카트린 파시히, 알렉스 숄츠가 함께 쓴 여행지침서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여행의 기술》에 이런 글이 있다.

“영국인 마이클 브라운과 케이트 로저스는 2001년 스페인의 히로나로 향하는 비행기를 예약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실수로 제노바를 예약한 상태였고, 그들은 이 사실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알다시피 제노바는 이탈리아에 있다. 지금 밀라노 상공을 통과하고 있다는 조종사의 안내 방송을 들었을 때도 그들은 별로 당황하지 않았다. 아이스크림 가게에 걸려 있는 이탈리아 국기는 그저 아이스크림 가게 깃발이라고 생각했다. 버스 요금으로 낸 스페인 화폐 페세타를 버스 기사가 거절할 때 비로소 두 사람은 옆 승객에게 물었다. '죄송합니다만, 여기가 어느 나라죠?' 유로화가 도입된 후 휴가를 갔더라면 그들은 2주 내내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사람들은 안개 속에서 헤매면서 무엇인가를 배운다. 어둠 속을 헤맬 때, 어둠이 한순간 탁 걷혀 시야가 밝아지는 일은 없다. 초보자에게 안개는 어둠이나 마찬가지다. 짙은 안개 속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은 기술적인 요소가 아니라 철학적 요소다. 즉 사람들이 인식하는 바로 그것이 세계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여행자 정보가 '어떻게 하면 길을 잃지 않고 일찍 도착할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이 책은 어떻게 의도적으로 길을 잃고 지도의 세계에서 벗어날까를 탐구한다. 우리는 가끔 익숙한 길에서도 길을 잃는다. 왜 그럴까? 잘 알고 있는 지역에서 우리는 거의 전적으로 '머릿속' 지도의 도움으로 방향을 잡기 때문이다. 안개에서 얻게 되는 교훈은 시적이고 아름답지만, 막상 내게 닥치면 까막눈이 된 기분이 될 것이다. 

A4용지 10장 분량의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선거규정》을 비유한다면 안개 속에서 헤매면서 무엇인가를 배우고 적용하게 되는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규정일 것이다. 한 마디로 선거관리위원회는 밀실에서 알아서 멋대로 하고 후보자들은 안개 속에서 알아서 기어야 되는 법이 총회 선거규정이다. 빠른 시일 안에 선거규정이 일반 선거법 수준으로 바꾸어야 한다. 선거는 시대착오적인 구슬 뽑기는 폐지하고 후보 모두의 검증된 신상을 알고 발언과 주장을 듣고 판단해 투표하는 직선이 되어야 한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식의 우문현답(愚問賢答)은 이제 탈피해야 한다. 총회선거란 길을 잃을 수도 있고 안개 속에서 헤매면서 무엇인가를 배우는 여행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실행하기 위해 하나님의 대리자를 뽑는 신성한 위임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2015-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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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회 총회 선거와 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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