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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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 명산물은 안개다
김영우도 총회가 해를 간절히 부르게 하는 안개다
A 박사 “그거 맞는 말입니다. 반 김영우 정서 확실합니다.”
 
무진기행은 김승옥이 1975년 잡지 <사상계>에 1964년 발표한 단편 소설이다. 소설 제목에 인용된 무진(霧津)이라는 도시는 실재하지 않으며, 작가의 고향인 전남 순천을 모델로 하여 설정된 가상의 도시이다. 그 소설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무진으로 가는 버스
 
버스가 산모퉁이를 돌아갈 때 나는 '무진 Mujin 10km'라는 이정비(里程碑)를 보았다. 그것은 옛날과 똑같은 모습으로 길가의 잡초 속에서 튀어나와 있었다. 내 뒷좌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다시 시작된 대화를 나는 들었다.
 
"앞으로 십킬로 남았군요."
"예, 한 삼십분 후에 도착할 겁니다."
"무진엔 명산물이…… 뭐 별로 없지요?"
"별게 없지요. 그러면서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건 좀 이상스럽거든요."
"원, 아무리 그렇지만 한 고장에 명산물 하나쯤은 있어야지."
 
웃음 끝에 한 사람이 말하고 있었다.
 
무진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무진을 둘러싸고 있던 산들도 안개에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당해 버리고 없었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恨)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오는 여귀(女鬼)가 뿜어 내놓은 입김과 같았다. 해가 떠오르고, 바람이 바다 쪽에서 방향을 바꾸어 불어오기 전에는 사람들의 힘으로써는 그것을 헤쳐 버릴 수가 없었다. 손으로 잡을 수 없으면서도 그것은 뚜렷이 존재했고 사람들을 둘러쌌고 먼 곳에 있는 것으로부터 사람들을 떼어놓았다. 안개, 무진의 안개, 무진의 아침에 사람들이 만나는 안개, 사람들로 하여금 해를, 바람을 간절히 부르게 하는 무진의 안개, 그것이 무진의 명산물이 아닐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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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 아침 세 갈래 물이 열십자로 합쳐진다는 십자수 기도원 원장 길자연 박사가 운전하는 영국제 랜드로버에 A박사와 나 세 사람이 동승해 울진 죽변항 내비를 맞추고 길을 떠났다. A 박사는 감기로 기침이 심했다. 그는 워낙 길자연 박사의 장점을 높이 사는 천성을 가진 탓에 바쁜 시간을 온통 내고 아프고 지친 몸임에도 울진행을 마다하지 않았다.
 
A 박사는 뒷자리에서 기침을 간간이 클록이며 가사수면 상태에 빠졌다. 운전하는 길자연 박사는 총신총장 김영우의 부총회장 당선 가능성에 대해 내 의견을 물었다.
 
“49대 51이지요.”
“그러지 말고 솔직하게 말해줘.”
“추대 받은 정용환 목사와 달리 아직 당회 추천도 비밀에 쌓여 있는데다 노회 추대 전이라 30대 70이라고 봐야겠죠.”
“그러면 얼마든지 뒤집을 가망이 있는데.”
“송삼용도 김영우가 600표 확보되어 있다던데요.”
“그거야 백남선 목사가 김영우 목사와 경합하여(2014년 제98회 총회 때 총 득표수 1446표 중 백남선 828표, 김영우 618표) 얻었던 표를 말하는 거겠지.”
“또 그렇게 되지 않겠어요. 김영우에 대한 총회 전반의 반대 정서가 있으니 말이죠.”
 
법과 교계 흐름에 정통하고 올곧은 A 박사가 반수면 상태에서 벗어나 말을 거들었다.
 
“그거 맞는 말입니다. 반 김영우 정서 확실합니다.”
 
어느덧 울진 죽변항 명물 음산한 “폭풍 속으로”의 세트장을 돌아 대게 요리로 유명한 길자연 박사의 단골 식당에 다다랐다. 대게 4마리를 셋이 배부르게 먹고 강원도 고갯길을 넘어오는 길에는 대화의 큰 수확이 있었다. 그것은 황규학 박사가 서울 강남의 교세 현황과 길자연 목사의 가장 큰 장점 영성에 대한 분석으로 강남에 교회를 개척하면 좋겠다는 제안이었다. 총회장, 총장 등의 직함보다 목사가 가장 어울리는 1998년 제83회 총회장, 칼빈과 총신 전 총장, 그리고 한기총 3연속 회장 길자연 목사의 얼굴에 회심의 미소가 감돌고 결연한 눈빛이 차창 밖을 응시했다.
 
충청노회는 4월 26일 서천읍교회(총신총장 김영우 담임)에서 ‘제134회 정기노회’를 개최하고 총회부총회장 후보로 김영우 목사를 추천했다. 김영우 목사는 “충청노회가 이렇게 나를 사랑해주시고 격려해줘서 감사하다”면서 “하나님께서 이번에 나와 함께 하셔서 총회를 섬기게 해주신다면 총회가 개혁신학을 지킬 수 있게 하고 대내외적으로 우리 총회의 위상을 세우며 품격 있는 총회가 되도록 열과 성의를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고 크로스뉴스의 송상원 기자(기독신문의 광고국에 있다 기자가 된 친 뉴스앤조이의 송상원과 다름)가 전했다.
 
김영우의 말대로 충청노회는 그에게 맹종에 가까운 사랑을 베풀었다. 그의 모든 결함을 덮어주고 지원해 주었으니 말이다. 그 사랑이 어떤 열매를 맺을지 무진기행의 안개 같지만 충청노회와 김영우는 이번만큼은 절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만은 분명하다. 무진기행의 김승옥은 주인공의 입을 통해 말했다.
 
안개, 무진의 안개, 무진의 아침에 사람들이 만나는 안개, 사람들로 하여금 해를, 바람을 간절히 부르게 하는 무진의 안개, 그것이 무진의 명산물이 아닐 수 있을까! 그렇듯 김영우도 총회가 해를 간절히 부르게 하는 안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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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7일 부활주일에도 담임목사가 상주하지 않는 서천읍 교회 사택 마당을 들여다본다. 누군가 마당에 꽃밭을 가꾸었나. 주인이 뜨문뜨문 들르는 그 마당에 봄이라고 꽃들이 피어 있다. 슬며시 주인 없는 교회 사택 마당에 들어가 꽃으로 서본다. 텅 빈 바람이 마음을 헤집고 눈물짓게 한다.
 
과거는 현재에 의해 다시 쓰여진다. 상처의 과거가 꽃의 현재로 치환되는 순간 주님의 몸된 교회는 꽃 천지가 된다. 주체를 바꾸고 교회를 변화시키는 것 꽃을 피우시기 위해 부활하신 주님의 힘이다. 그의 말과 행동은 언제 한번 그의 교회와 삶에서 개혁신학을 보여 준 적이 없다. 그럼에도 총회 법과 정치에 능통한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총신총장으로서 부총회장 후보로 추대 받은 김영우는 말했다고 한다.
 
"하나님께서 이번에 나와 함께하셔서 총회를 섬기게 해주신다면 총회가 개혁신학을 지킬 수 있게 하고 대내외적으로 우리 총회의 위상을 세우며 품격 있는 총회가 되도록 열과 성의를 다하겠다."
 
2016-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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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기행 그리고 김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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