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5(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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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 of Saint Patrick, Christ the Saviour Church

 

땅에 심은 십자가


바람 한 점만 일어도 길 위에 노란 잎이 눈발처럼 내려앉는다. 낙엽이 일렁이는데 그걸 보는 마음이 이리도 감동을 받음은 하나님의 은혜이런가. 

 

예수그리스도를 이방인에게 전하려면 전하는 사람이 먼저 그걸 자세히 알아야 하는 게 당연한 순서였다. 그래서 패트릭은 아이들이 소리쳐 부르는 아일랜드로 달려가지 않고 먼저 프랑스로 갔다. 그곳의 수도원에 들어가 수년 동안 선교에 필요한 이것저것을 배웠다.

 

공부를 마친 패트릭은 교황의 허가장을 받고 아일랜드로 떠났다. 한때 자신을 노예로 삼아 호되게 부렸던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가 되었다.

 

패트릭 선교사에 관한 이야기는 전설 빼놓고는 별로 알려진 게 없다. 이런 이야기가 하나 전해지고 있다. 어떤 왕이 패트릭에게 사람을 보내 귀한 청동 그릇을 전하게 했다. 시종이 돌아오자 왕이 수염을 툭툭 치며 물었다.

 

『그래 패트릭이 뭐라고 하드냐?』

 

『네,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고맙습니다 라고 라틴어로 말했습니다』

 

왕의 송충이 같은 눈썹이 찡끗했다.

 

『그래, 고작 그 말뿐이더냐? 그럼 다시 가서 그걸 돌려달라고 해라』

 

시종들이 뭐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며 요령 소리 요란하게 다녀왔다.

 

『그래 이번에는 패트릭이 뭐라 하더냐?』 왕은 심드렁한 표정이었다.

 

『고맙습니다 라고 라틴어로 씨부리던데요.』

 

『뭐라고? 받아도 고맙다 뺏겨도 고맙다라고? 음 그럼 이번에는 그걸 돌려주면서 땅을 덧붙여 주도록 해라.』

 

이야기는 두 가지 점에서 사실이다. 하나는 패트릭이 라틴어를 말할 수 있었고 아일랜드인에게 로마어를 가르쳤다는 점이다. 로마제국이 붕괴되던 바로 그때 교회는 로마에서 그 영역을 넓혀 가고 있었다. 로마제국의 군대가 아일랜드에 발을 디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교회선교사들은 로마 관습을 전달했다. 후일 아일랜드의 학식 있는 많은 사람들이 파송되어 유럽인을 가르쳤다.

 

다른 하나는 왕이 패트릭에게 땅을 줬다는 사실이다. 미개인들의 모든 생활은 땅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들은 큰 도시가 하나도 없어서다. 그들은 땅을 의지해 살았다. 그들이 교회에 감사를 나타내는 방식은 땅을 헌납하는 것이었다. 그 땅에다 교회는 십자가를 심고 가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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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하는 수도사를 나타내는 Q 문자

 

패트릭에 관한 또 다른 이야기는 옛날 돼지를 치며 노예 생활을 했던 산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산꼭대기에 앉아 하나님의 기묘하신 방법을 곰곰 생각했다. 하나님은 패트릭을 노예로 만드시어 이 아일랜드 백성을 알고 사랑하게 만드시고 예수의 이야기를 가지고 아일랜드인들에게 돌아오게 하셨다.

 

패트릭이 이런 생각에 잠겨있을 때 그는 자기보다 앞서 그리스도를 위해서 일했던 사람들의 영혼이 자기 주위에 모이는 것을 느꼈다. 뜨거운 감동과 체험이었다. 그는 선배들을 뒤따라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바람이 싸하게 부는 산등성에 오도카니 앉아 있지만 그는 결코 외롭지 않았다.

 

아일랜드인은 그리스도인이 되었다. 아일랜드에서 선교사들이 다른 지역들로 파송됐다. 한 톨의 패트릭이라는 밀알이 아일랜드를 복음의 황금 물결로 일렁이게 했다.

 

2021-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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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배의 이야기 세계 교회사 58_ 땅에 심은 십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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