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1-09-18(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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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thias Stom_ St Gregory

 

교회와 땅


세면을 하다 거울을 본다. 머리에 희끗한 서릿발이 늘고 있다. 멜라닌 색소를 생산하는 염색공장이 드문드문 휴업을 일삼는 모양이다.

 

가을은 깊어가는 데 사위는 어둑할 뿐 소리가 없다. 가을밤이면 섬돌에서 신나게 우짖는 귀뚜라미 합창공연이 뜨내기 약 장수 마냥 찾아보기가 힘들다. 공해 탓에 벌레들이 지구에서 발붙일 곳을 잘 찾지 못하는 모양이다.

 

머리털 짧은 수도사들이 세상을 돕는 일은 두 가지로 진행됐다. 첫째가 산꼭대기라든가 바다 한가운데 있는 섬 같은 안전한 곳에다 수도원을 세우는 일이었다. 그렇게 해놓으면 야만인들이 옛 로마인들을 막무가내로 괴롭힐 수가 없었다.

 

두 번째는 아예 더벅머리 야만인들 속으로 파고 들어가 수도원을 세워 그곳을 통해 주위의 어둠을 밝힐 수 있게 했다. 이를테면 거칠은 세상을 피해 기도원에 들어가든지, 아니면 세상을 위해 데모에 참여하는 게 아니라 세상 속에 세워진 교회를 통해 복음의 빛을 비추었다는 말이다.

 

우리네 신학생들은 세상을 위해 데모에 앞장서고 우리네 지도자들은 너나없이 세상을 위해 날틀(비행기)을 타고 세계를 누비기에 바쁘다. 복음의 빛을 비추기보다는 돈 모으고 나누고 하는 일들에 온통 시간을 뺏긴다. 돈이 뭔지 명색이 기름부음 받았다는 사람들의 눈이 벌겋다 못해 핏빛이다.

 

로마제국의 해체로 재편된 새로운 서방세계에 최초의 위대한 교황이 탄생했다. 그의 이름은 그레고리 성가로도 드높은 그레고리우스 1세이다. 그는 그레고리우스 대제라고도 한다. 그는 로마의 마지막 위대한 황제 유스티니아누스가 활약한 시대를 바로 뒤이어 A.D.590년에 교황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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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교황 그레고리 1세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서방에서 되찾은 로마의 영지들은 눈 녹듯 사라졌고 야만인들이 다시 이탈리아 전역을 대부분 장악하게 됐다. 콘스탄티노플에 있는 정부는 침략자들을 전혀 다룰 수가 없었다. 로마에 있는 정부는 전혀 힘이 없었다.

 

그런 판국에 무언가를 행할 수 있는 사람은 단지 교황뿐이었다. 그가 권력을 가지게 된 것은 돈이 있었기 때문이다. 교회가 어떻게 그렇게 많은 돈을 가지게 되었는지는 자세히 알 길이 없다. 알 수 있는 것은 사람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교회에 땅을 헌납해 왔다는 사실이다.

 

지금껏 전해오는 한 가지 기록을 보면 어떤 농부가 죄 사함을 받기 위해 자기 소유의 땅과 돼지를 교회에 바치려고 했다는 내용이 있다. 이 한 가지 사실을 놓고 볼 때 교회는 당연히 부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성경에서도 말씀하고 있듯이 원 세상에 죄 없는 사람이 세상에 있을 수 있겠는가! 많은 세상 사람들은 저마다 많은 죄를 가지고 있었음이 분명할 게다.

 

그러니 교회가 많은 땅과 많은 돼지를 소유하게 된다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알 수 있지 않은가! 그래서 교회 소유 전체 땅 넓이가 물경 백만 평이나 되었다. 그리고 거개가 그 땅이 야만인들이 손대지 못한 이태리 남부나 섬에 있었다. 이 땅에서 교회는 해마다 엄청난 수입을 올렸다.

 

교황은 이 땅의 경작을 관리해야만 했다. 서기들은 회계를 담당했다. 노예들은 노동력을 제공했다. 노예란 땅에 부속된 소유물이었다. 교회는 노예를 해방시켜 줄 생각은 못하고 잘 대해주려고 나름대로 노력했다.

 

2021-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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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배의 이야기 세계 교회사 53_ 교회와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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