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5(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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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uther vor Cajetan


녹옥과 주옥

어느 야당의 공동대표라는 사람이 연설하는 걸 들었다. 그런데 그는 정치 한다는 사람들이 어떻게 했고 어떻게 할 것이라는 시덥잖은 소리만 하품 나게 늘어놓았다.

요컨대 세상 정치인이 세상에 관한 이야기는 코끝도 내비치지 않았다. 세상이 어찌 돌아가고 있으며 어떻게 해야 세상이 바로 될 것인지에 대해 이렇다 할 말이 없었다. 뒤집어 말하면 그 정치인은 세상에는 관심이 없었다. 이해가 안 되는 일이다.

나이 90줄을 접어든 목사님이 템플턴 상이라는 걸 받는 모양인데 그 상금이란 게 만만치가 않다. 신문 조각에 선뜻 내키지 않게 써갈겨 논 글로 보건대 종교 분야의 노벨상이니 어쩌니 한다. 아마 템플턴이라는 사람 돈푼이나 가지고 있어서 자기 이름 박힌 뭔가를 남기고 싶어서 만든 상인 모양이다.

옛날 좀 모자란 왕이라는 사람이 도루묵을 어떻게나 맛있게 먹었는지 그 기쁨에 왜장 가또오 가요마사에게 무릎 꿇고 절했던 곳이 있다. 이제는 공기 좋고 물 맑은 그곳에 기거하고 계신 그분은 개신교의 온갖 일에 관심을 표명하신다.

그분은 저서라고는 설교집 정도인데 글쎄 그게 게으른 목회자들의 복사기 기능을 가진 눈과 손의 대단한 애용품이 된 지 오래이다. 독재자의 마나님이 총 맞아 죽었을 때 까까중이 되뇌는 염불 비슷한 기도를 광장에서 읊조리는 것도 서슴치 않은 이런저런 공로들을 기려 종교의 노벨상이라 하는 걸 하늘나라 상급 대신 받게 된 모양이다.

자기 이름으로 된 집 한 칸, 통장 한 개 없다는 말이 구호인 그는 외출 시 기사 딸린 고급 승용차에 실려 전국 어디든 가고 남한산성에서도 사위 가족과 살 공간이 있고 은퇴한 그의 교회 안에도 하산 시 언제나 사용할 수 있는 거처가 늘 정갈스럽게 간수되어 있다. 자기 이름의 집과 통장을 가진 사람도 얼마나 힘겹게 살아가야 되는지 모르는 세상인데 참으로 묘한 일이다.

세상이 어렵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수도사들은 너나없이 세상으로 돌아왔다. 기근으로 세상이 굶주릴 때 그들은 홀연히 세상으로 돌아와서 부자들을 설득해 가난한 사람들에게 양식을 나누어 주게 했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행한 어느 수도사의 이런 이야기가 있다. 이 수도사는 아주 탐욕스러운 부유한 젊은 여인을 알았다. 그는 그녀에게 가서 진심이 담뿍 담긴 표정으로 말했다.

“아주 헐값에 보석을 사드리면 어떻겠습니까. 은 오백 냥만 주시면 아주 대깔 좋은 보석을 세트로 사드리겠습니다. 이런 기회는 흔치 않습니다.”

여인은 귀가 솔깃해서 어느 정신 나간 여인네들이 헌금한 보석을 처분하려나 하는 요량에 선뜻 돈을 내줬다. 그러나 그는 보석을 가져오지를 않았다. 여인이 따져 물었다. 수도사가 대답했다.

“따라 오시죠. 보석을 보여드리리다. 보시고 맘에 안 드시면 돈을 환불해 드리리다.”

수도사는 여인을 어느 집으로 안내했다.

“녹옥을 먼저 보시겠습니까 아니면 주옥을 먼저 보시겠습니까?”

“아무려면 어때요”

그는 먼저 나환자 병동으로 그녀를 안내했다. 화들짝 놀란 그녀에게 말했다.

“이 나환자들이 나의 녹옥들입니다.”
 
다음에 그는 불구자들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이 불구자들이 나의 주옥들입니다. 돈을 돌려드릴까요?”

여인은 한결 누그러진 어투로 대답했다.

“아니에요. 값어치가 있네요.”

2021-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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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배의 이야기 세계 교회사 35 - 녹옥과 주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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