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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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첩의 농담(濃淡)으로
둘러싸인 총신 너머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칼빈의 성경 중심 개혁신학
무성한 그곳 충청인들
한 번은 기도해보지 않았을까.
 
고향 마을에 들어 그가 뛰어다니던 논두렁을 바라보니 논두렁 물도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고향 떠나 서울에서 사는 충청도 사내의 몸에서 나온 소년이 논두렁을 따라 달려나갔다. 뛰어가던 소년이 잠깐 멈춰 서서 뒤를 돌아봤다. 하얗게 쌓인 눈 사이로 칼빈대가 홀연 보였다. 논두렁 멀리 멀어져간 소년은 돌아오지 않았고 사내는 그만 교회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만난 김진웅 그와 논두렁은 서로를 서먹하게 바라본다. 그러다간 곧 알아본다. 옛날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소년의 모습을 하고 논두렁길을 달려간다. 뭐 해 하고 돌아본다. 아름답고 뭉클한 주님의 모습이다. 그러나 그는 따라가지 못한다. 갈 수 없는 곳이 새로 생겨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것 또한 있음이다. 돌아서는 그의 마음속에는 당장은 말할 수 없는 어떤 기약이 생겼을 테니까. 지금은 살기 위해 또 고향을 떠나야 하지만 언젠가는 돌아와 논두렁을 달려간 그 소년을 만나야 할 테니까. 길이 있다면, 어디 서천쯤에나 가서 버려진 함석집이나 얻어 들겠지, 거기서 그슬린 재를 넘어 눈 아래 골짜기에 들었다가 길을 잃겠지. 함석집 벽 썩은 나무껍질에도 배어든 믿음이 돋아 소망이 없는 사람 거기서도 입김 서린 기도 잣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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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19일 오전 11시 부평 갈보리교회(담임 신재국 목사)에서 2018년 충청협의회 신년하례회가 모였다. 1부 예배는 직전회장 김민교 목사 사회, 명예회장 김헌 장로 기도, 서기 나기철 목사 잠언 20:10-20 성경봉독, 증경회장 김진웅 목사(칼빈대 이사장) ‘성실한 자가 받는 복’ 설교, 이어서 합심 기도의 시간이 있었는데 그 가운데 ‘총신대학교와 김영우 총장’을 위한 기도가 들어있었다. 2부 신년하례회는 충청협의회 차기회장 하귀호 목사(총신 재단이사회 서기) 사회로 은혜와 교제의 시간을 충청인들 끼리 훈훈하게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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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죽음과 들풀처럼 버틸 남은 겨울과 길이 있다면 시간 비껴 길 찾아가는 사람들 아무도 기억 못하는 서천. 그런 논두렁길에 접어들어 함께 얼은 몸으로 저 골짜기 가득 구름 연기 첩첩 채워 매일 매일을 숨차게 달려왔다고 생각될 때가 그는 있다. 그럴 때면 홀연 길을 잃고 세상과 두절되고 싶어진다. 그것이 열두 고개 넘어 금강소나무와 산양이 산다는 아득한 숲길이었으면 좋겠다. 무릎이 꺾인 채 길과 시간과 믿음의 슬픔을 비껴 함석집 한 채처럼 주저앉고 싶다. 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뜨는 나 어린 처녀의 마음으로 마침내 역사적 개혁신학으로 나아가는 길마저 흐릿한 저 먼 소망에 퍼 담고 싶다. 첩첩의 농담(濃淡)으로 둘러싸인 총신 너머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지도에도 없는 그러나 칼빈의 성경 중심 개혁신학이 무성한 그곳 충청인들 한 번은 기도해보지 않았을까.
 
2018년 1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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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협의회 하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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