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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속의 이단
신화 속의 신들이 지닌 신비들을 믿는 사람이 그리스도인이 되었다. 그는 예수께서 스산해지는 가을이면 가을마다 어김없이 죽으셨다가 싱숭생숭한 봄이면 보란 듯이 부활하시는 또 다른 신쯤으로 생각 했을런지도 모른다.
그런 조리에 닿지 않는 생각을 가진 그리스도인은 예수님께서 단순히 계절들의 가공의 신화적 인물이신 게 아니라 하나님의 뜻에 따라서 가망 없는 우리를 위하여 단번에 자신을 드려 혹독한 죽음을 당하시고 부활하시어 영원토록 다스리시는 분이셨음을 똑똑히 배워야 했을 것이다.
로마제국에는 아주 색다른 형태의 종교가 또 하나 있었다. 그 종교는 자연계 안에서 하나님을 알 수 있는 표시들은 그 어느 것이든 보기를 단호히 거부했다. 이 종교는 세상은 악하다고 말하고 있다. 세상에는 그 얇디얇은 날개를 소리 나게 재빨리 퍼덕이는 파리들과 자기 몸의 수십 배를 거뜬히 톡톡 튀는 벼룩들과 고장 난 온도계 같은 열병이 있었다.
복음송 가락에 흥이 겨워 눈을 감고 손을 반쯤 쳐든 오늘의 교인들이 되뇌이기를 좋아하는 좋으시고 선하신 하나님께서 그런 것들을 만드셨을 리가 만무했다. 우리의 몸이란 악하다. 우리가 행하는 행위는 우리가 몸을 벗어나지 않는 한 하찮고 부끄럽기 그지없다.
이러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그리스도인이 되었을 때 그들은 다는 아니더라도 그들의 옛 사상들을 얼마간은 끌어들였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은 몸은 악하고 예수님은 선하셨기 때문에 예수님은 몸을 가지실 수 없었다고 침을 튀기며 말했다. 그러니까 예수님은 실제의 사람이실 수가 없으셨다는 것이다.
몸이란 건 도무지 악하고 쓸데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말을 해댄 김에 그들은 더욱 신바람이 나서 예수님은 실제로 태어나신 게 아니었다고 - 실제로 고통받고 죽으시고 다시 사신게 아니었다고- 손짓 발짓해가며 떠들어댔다. 무슨 신기한 약이라도 파는 약장사같이 그들은 악다구니를 썼다.
이 말은 헬라어 그노스티코스에서 온 말인데 안다(to know)의 뜻을 지니고 있다. 이 친구들이 몸을 초월하는 방법은 더 많이 아는데 있다고 한사코 고집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철학, 점성술 및 마술 등을 알고 즐기고 있음을 상당히 으스대며 뻐겼다.
오늘날에도 노스틱주의자들이 주장하듯 기독교의 허울을 쓰고 기독교 행세를 하고 있는 이단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본인은 한사코 손사레를 치는데 구세주처럼 떠받침 받는 자들도 있다. 헛소리를 듣고 그러는 것인지 들림은 듣는 게 아니라 들림은 받아야 한다고 침을 튀기는 자들도 있다.
정말 그가 말하듯 그날에 그만 하늘로 압송되듯 올라갔다면 우리는 남아서 그리스도의 오심을 여전히 기다릴 수 있었을까.
2020-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