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5(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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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inting of Jan Hus in Council of Constance by Václav Brožík.

어느 총독의 편지

늘 똑같은 일과가 시작됐다. 아침에 눈을 뜨자 황제는 대충 머리를 빗고 세수를 했다. 그래도 붙어있는 눈꼽을 검지로 때어낸 뒤 아침을 거른 채 집무실에 들렀다. 자기 의자에 몸을 앉힌 황제는 오늘을 어떻게 보낼까 하며 눈을 껌벅거렸다. 그런 그에게 각종 결재서류가 듬직하게 전달됐다. 상을 찌푸린 그의 눈에 편지가 한 통 눈에 얼핏 띄었다.

이 편지는 어느 속주의 총독이 오현제의 한 사람이라 일컫는 트라야누스에게 괴이쩍은 사안에 대해 보고하는 편지였다. 총독은 어찌했으면 좋을지를 현명한 황제에게 여쭙고 있었다. AD 1백 년 경에 씌여 진 이 편지는 이런 내용을 담고 있었다.

“폐하, 소신은 그리스도인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소신은 그런 송사를 이제까지 접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소년들과 소녀들을 어른들처럼 혹독하게 벌을 줄까요? 그리스도인이라는 것만으로 벌을 줄까요? 아니면 그리스도인이라도 실제로 어떤 나쁜 일을 저질렀을 때 벌을 주어야 될까요? 피의자가 그리스도인이 아니라고 말하면 풀어줘도 될까요?

자신들이 그리스도인이라고 인정한 사람들의 경우에 소신이 처리해온 바는 그들을 로마시민이면 로마에 송치하도록 했고, 로마시민이 아니면 사형에 처하도록 명령했습니다. 소신이 믿기로는 그들이 아주 고집이 세기 때문에 벌을 받아 마땅합니다. 소신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존엄하신 황제 폐하의 제단에 분향을 하고 그리스도를 저주하게 함으로써 그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기회를 세 번이나 주었습니다.

소신이 듣기로는 진짜 그리스도인이 그렇게 한 사람은 없다고 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어떤 정해진 날 새벽 전에 모여서 그리스도를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는 것 말고는 전혀 나쁜 일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은 도둑질이나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약속합니다. 그들은 또한 주의 만찬이라고 하는 공동식사를 먹기 위해서도 모입니다. 그들이 비밀 집회를 금하는 소신의 명령이 내려진 뒤로는 이걸 자제해오고 있기는 할지라도 말입니다. 소신은 여집사라고 하는 여자 노예들을 몇 명 고문 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어떤 정신 나간 사상에 빠져 있다는 이상의 어떤 나쁜 것을 전혀 찾아낼 수 없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어리석은 사상에 감동을 받아 신전들이 텅텅 비게 되었습니다만 지금은 엄격한 법의 금지로 사람들이 황제의 신전으로 서서히 돌아들 오고 있습니다.”

그러한 조치는 매우 잔인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로마 위정자들의 조치에 대해 한 번 냉정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리스도인들이 로마인들의 눈에 어떻게 비쳤는지도 곰곰이 생각을 해봐야 한다.

로마제국의 법과 평화 속에서 여느 사람들이 아무런 생각 없이 행했던 많은 것들을 그리스도인들은 못마땅하여 외면했다. 그러한 일들이 그 자체로는 나쁘지 않았지만, 그것들이 이방 종교와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리스도인들에게는 그릇된 것들이 되었다.

또한 그리스도인들의 이런 태도는 위대한 로마 사회의 시민들에게는 그릇되고 괴이하고 화를 돋우는 것이 되었다.

2020-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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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배의 이야기 세계 교회사 10_ 어느 총독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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