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5(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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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 무더운 여름 한 날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을 성경이 가는 데까지 가고 성경이 서는 데서 혼자 선 적이 있다. 머언 기억 속 사당동 숲에서 만난 붓꽃 꺾어 든 음악과 여학생 눈빛이 왜 그리 환한지 인사라도 하고 싶었는데.
 
옛 기억이 여름빛 속에 바람 되어 날리고 행여 만날까 그리움만 흩어진다. 우리는 영생을 믿지만 죽는다. 어쩌면 그게 삶의 의미일지 모른다. 우리는 믿음의 언어를 구사한다. 그게 우리 삶의 척도일지도 모른다. 읽고 싶은 책이 있는데 아직 쓰인 게 없다면 누군가 써야만 한다.
 
형태와 더불어 행동도 유전된다. 그래서 자식은 생김새만 부모를 닮는 게 아니라 행동과 성향도 얼추 비슷하다. 1964년 진화학자 해밀턴(William Hamilton)은 '포괄 적합도(inclusive fitness)' 개념으로 이타성(altruism)의 진화를 설명했다. 자신의 행동 덕에 본인과 친족이 얻을 포괄적 이득이 남에게 베풀며 겪는 자신의 피해보다 크면 남을 돕는 행동이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타성의 진화와 더불어 정반대 성향인 'spite'도 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말로 악의(惡意)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 이 단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in spite of)'라는 관용구에나 쓰일 뿐 그리 자주 듣지 못한다. 이타성 진화의 조건과 반대로 악의적 행동과 성향은 내가 받을 손해보다 상대가 입을 타격이 더 크면 진화할 수 있다.
 
동물계에서 악의가 진화하지 않은 이유가 생태계 네트워크에 있다고 한다. 둘이 서로 물고 뜯는 와중에 주변의 다른 경쟁자들이 득세하며 악의의 고리에 얽힌 둘은 종종 동반 추락하고 말기 때문이라고 한다. 언젠가 인류가 멸종한다면 그건 바로 '악의의 저주(curse of spite)' 때문일 것이다. 김상윤이나 윤익세의 경우에서 보듯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도 없지만 잡은 손 물어뜯고 살아남은 생명은 더더욱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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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8일 오후 5시 총회회관 5층 회의실에서 제103회 총회장 이승희 목사가 제104회 총회를 40여일 앞두고 30여명 교계 기자들을 초청해 고별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중국 심양 행사 일정을 당겨 최우식 총무와 함께 도착한 이승희 총회장은 제103회기 슬로건 3S 현수막을 옆에 두고 회의실 중앙에 앉았다. 그는 예민할 수 있는 사안의 기자 질문들 납골당 총회회관 이전 문제 등에 대해 격의 없이 진지하고 현실적인 답변을 했다. 103년 역사 총회의 역대 총회장에게서 보기 드문 현장이었다. 기획행정국 국장 노재경 목사가 시간이 조금 지나 사회를 봤다.
 
“시간이 좀 지나 죄송한 말씀을 드립니다. 총회 직원들과 내부적인 논의를 총회장께서 하시다 진지한 사안이 있다 보니 시간을 중간에 자를 수 없어 좀 늦었습니다. 총회장께서 제103회기 변화와 개혁의 슬로건을 가지고 많은 시도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러나 각자의 시각이 다르리라 믿습니다. 임기가 한 달 보름 정도 남았는데 교계 기자들 의견을 듣기 원해서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진솔한 평가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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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희 총회장이 입을 열었다.
 
“약속 시간보다 좀 늦게 시작해 죄송합니다. 오늘 모임은 기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제가 시작할 때 서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만들겠다고 약속을 드렸는데 이 경험 없는 총회장이 총회를 이끌다보니 이런 저런 일에 떠밀리다 그런 시간을 갖지를 못 했습니다. 제104회기를 준비하고 있는 시점일지라도 한 번이라도 더 만나야 제가 처음 말씀드린 것을 조금이라도 지키는 게 아니겠나 하는 의미에서 모이고 식사라도 나누고자 하는 것이 주된 목적입니다.
 
소통이라고 하는 것이 정말 필요하고 중요합니다. 그런데 그 소통이라고 하는 것이 참 어려운 것이구나 하는 것도 절감합니다. 소통이 되지 않다 보니 오해가 생기는 것을 보면서 소통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조금 더 시간이 있다면 좀 더 잘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제 시간이 다 된 시점이라 그렇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의 이해를 구하는 바입니다. 103회기 잘 해보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을 했는데 총회장의 능력 부족으로 기대하고 계획한 만큼 이루지를 못했습니다. 그래서 제 스스로 많은 자책을 합니다. 그래도 한 가지 위안을 스스로 갖는 것은 큰일도 못 하고 능력이 부족해 많은 일을 감당하지 못했지만 나쁜 짓은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저를 비롯해 우리 임원들이 어떤 금전적인 부정한 문제에 휘말리지 않은 것 하나 감사를 드리고 스스로 위안을 삼고 싶습니다. 언론이 많이 도와주셔서 한 회기를 여기까지 감당을 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여러분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처음 시작하면서 3S 구호를 내걸었습니다. 이것은 총회 본부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총회 직원들이 좀 더 밝은 얼굴로 종회를 찾아오는 분들을 대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총회 직원들이 목사님과 장로님들을 많이 대하는데 신앙의 영성을 가지고 대했으면 좋겠다 하는 의미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좀 전에도 총회 본부 간부들과 회의를 하고 올라왔습니다. 그런 아쉬움들을 좀 나누었습니다.
 
우리 교단이 대북 관계가 좀 약했습니다. 직접적인 대북 창구가 없었습니다. 총회장이 되어 그 일을 하려고 시도를 했습니다. 그런데 성과는 분명히 있는데 북측이 미사일 쏘고 이러니 좋게 평가를 못 받고 있습니다. 통일부에서 우리 교단 독자적인 대북 창구를 허락받았습니다. 북한에 식량 문제 도움을 주기 위해 벌거숭이산에 유실수 식목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미미하지만 앞날을 위해 창구를 열어두었습니다. 그 일과 관련해 근거 없는 루머들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북한 갔다 오면 이상한 못된 짓 하고 왔다는 겁니다. 제 애가 북한 곧 넘어온다는 식입니다. (좌중 웃음)
 
그리고 언론이 좀 관심을 가져주셔야 할 사안은 총회 회관 문제입니다. 지난 총회에서 건축준비위원회를 건축위원회로 명칭을 바꿨습니다. 건축 실무를 실제적으로 해보라는 총회 결의였습니다. 건축준비위원회가 준비해놓은 자료를 근거로 이 총회 회관을 다른 단체에 팔지 않고 우리 선배들의 헌신이 담겨져 있기 때문에 상징적인 곳이라 이곳에 그대로 존치해야 됩니다. 그래서 이곳을 제1캠퍼스로 두고 제102회 자료를 근거로 제2캠퍼스를 건축해 옮기는 게 이상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회관을 수익성을 위한 임대업이 가능한 재원으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은급재단이 맡으면 어떻겠느냐하는 논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은급재단 기금 은행 이자가 별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회관을 은급재단에서 운영하게 되면 현재보다 일곱 배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은급재단도 우리 총회 것이라 가장 이상적이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은급재단에 넘긴 돈을 받아 총회회관을 하나 더 건립할 수 있겠다는 것입니다. 총회 산하 교회가 어려운데 교회에 짐을 지우지 않고 가능하겠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유지재단과 은급재단에 설명하고 의논했는데 찬성하는 동의를 얻었습니다. 104회 총회에 보고를 하고 총회가 받으면 일이 진행되고 받지 않으면 진행이 안 되는 것입니다. 이것과 관련해 오해를 일으킨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그 동안 총회를 다니면서 보고 아는데 이것은 총회 허락 없이 진행 될 수 없는 일입니다. 총회가 받아들여도 시행하는 데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그 동안 알아본 이전할 곳의 매물들이 남아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그런데 다 이루어진 것처럼 말이 돌고 있습니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오늘은 식사하는 날이니 너무 어려운 건 좀 피하고 가벼운 것을 물어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여러 문제에 대한 기자들과의 건설적이고 직설적인 문답이 진솔하게 이루어졌다. 이승희 총회장은 총회 회관과 관련한 문제에 대한 설명에 이런 말을 했다.
 
“우리 교단이 여러분 아시다시피 납골당 문제가 블랙홀입니다. 모든 걸 이게 빨아들입니다. 은급재단에 가입해 혜택을 보고 있는 분들이 다른 일반 사회 연금보다 절대 나쁘지 않은 혜택에도 불구하고 납골당과 관련해 불안해 가입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러한 인식을 떨쳐버릴 필요가 있겠다 하는 생각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재산이 여기 이 총회 회관에 듬실하게 있구나 하는 안정감을 주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건물이 연금가입자들의 건물이구나 하는 믿음만 주면 납골당과 우리 연금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오랜 세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끌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회관을 은급재단에 넘겨 연 수익은 일곱 배 늘어나고 은급재단 자산은 안정되게 됩니다. 총회가 무슨 일을 하면 의혹이 따르는데 이것은 우리끼리 주고받는 일이라 그럴 여지가 전혀 없습니다. 법무비용만 들면 됩니다. 그리고 총회 회관을 옮기면(광명역 근처) 업무 공간이 늘어나게 되고 여러 산하 기관들의 공간도 늘어나는 등의 여러 유익이 있습니다...”
 
이승희 총회장의 진솔한 말을 듣고 그 일을 위해서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주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왜냐하면 은급재단을 이제껏 20여년 맡은 직원들은 납골당 블랙홀의 이해 관계자들이기 때문이다. 특별히 은급재단 비리의 뿌리와 본보기 임해순이 뽑고 그 자리에 심어놓은 박상범을 뽑아내지 않고는 납골당 블랙홀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지금 8월 29일 납골당 소송 2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대법까지 가겠지만 우리 총회 측이 지면 하루 강제이행금 270만원을 납골당 측에 지불하고 잔금을 받아야 한다. 다행히 총회 측이 이기면 납골당 매매계약 해지 소송을 해야 하는데 정상적인 절차에 따른 매매계약서를 소유한 구매자가 성실히 그리고 간절히 매수를 원하는데 총회 측이 그 소송을 어떻게 감당할지 아득하다. 그 일의 증인이고 실무자인 은급재단 실무자 박상범은 현 총회 전도법인국 국장으로서 납골당을 회복불능의 상태로 몰아넣고 소송에 패한 충성교회 측과의 연루나 작금에 이루어진 제100회 총회 결의에 따른 납골당 측과의 매매계약 이행 소송 과정에서 전 총무 김창수의 은급재단 이사 사표 전결 처리 서류의 사문서위조 혐의에 연루된 의혹이 있다. 더욱이 그는 납골당 문제를 빙자해 은급재단 기금을 통합 측 은급재단 기금의 십일조 수준에 머물게 한 책임이 있는 핵심 최고 직급의 직원이자 납골당 비리 연루 혐의자다. 제104회 총회는 총회 회관 이전 문제를 다룰 때 연금 기금 부실(기장 측 1조 통합 측 4500여억 합동 측 370여억)과 20여년 납골당 비리 연루 혐의의 실무 국장 박상범과 독수리 5형제처럼 언제나 함께한 그 밑의 직원의 책임도 반드시 물어야 할 것이다.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영국 총리 집무실 겸 관저는 인근의 격식을 갖춘 정부 대형 석조 건물 사이 골목 안 3층 연립주택 중 하나이다. 관저는 안이나 밖이나 여염집 같다. 세계 5위 경제국의 총리 관저라기엔 너무 초라하다. 놀라운 점은 총리 집무실인데도 총리 사무실이 따로 없고 총리가 사무를 보고 개인 사물을 둘 책상도 없다. 고(故) 마거릿 대처 전 총리는 버컹엄궁이 바라다 보이는 서쪽에 있는 관저 도서관 열람 책상을 자주 사용했다고 한다. 내각 회의실은 방이 워낙 비좁아 내각의 32명 전원이 앉기에도 작아 보이는 타원형 테이블을 놓고 나면 벽에 붙어 걸어 다니기도 힘들 정도라고 한다. 장관 의자는 팔걸이도 없다. 총리 의자만 팔걸이가 양쪽에 있다. 테이블이 워낙 작은 탓에 내각 회의 사진을 보면 옆 사람과 거의 어깨가 닿아 있다. 영국 총리는 이·취임식이 없다. 정권 인수 기간도 없고 인수위원회도 없다. 당선이 확정되면 다음 날 바로 업무를 시작한다.
 
영국 총리 영문 명칭은 prime minister이다. 장관(minister) 중 수석(prime)일 뿐이라는 뜻이다. 총리는 내각회의를 주재하는 일종의 의장이지 측근 참모들과 결정해 장관들에게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자리가 아니다. 총리는 장관을 임명할 때 당내 역학 구조에 따라 결정해야지 독단으로 결정할 수 없다. 테리사 메이 전 총리가 자신을 흔들어 떨어뜨린 현 보리스 존슨 총리를 내각 서열 1위 외무장관에 임명한 사실이 좋은 예다. 따라서 영국 정치는 총리가 장관들과 함께 '팀플레이'로 일을 해 나가야 한다. 영국인들은 정부 정책이 잘못되면 총리가 아닌 해당 장관 이름을 들어 욕을 한다. 장관이 책임지고 정책을 처리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영국 정부는 집권당 내부 견제와 균형에 의한 협의와 합의로 운영되기 때문에 인구 6687만명의 영국을 대표해서 이끌어 갈 총리를 보수당원 9만2153명이 선출해도 문제가 없다. 당내 역학 구조가 깨지거나 여당의 존립을 흔들 정도로 실정하면 결국 대처, 토니 블레어, 메이 전 총리처럼 임기 중이라도 총선 없이 총리가 바뀐다.
 
우리 총회 본부 직원이나 총회 임원들에게 세계 5위 경제국의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영국 총리 집무실 겸 관저의 실례가 작은 귀감이 되었으면 한다.
 
2019-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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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총회장 이승희 기자 송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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