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5(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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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밭에 떨어진 씨들

 
햇살은 한결 눅어졌다. 아직도 끈적임은 여전해서 여름의 기승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로마제국 곳곳에서 검거와 고발 선풍이 몰아쳤다. 이 태풍은 다른 신들을 백안시하는 소위 그리스도인들을 바퀴벌레 마냥 박멸하기 위한 것이었다. 시체말로 거대한 로마당국은 그리스도인과의 전쟁을 선포한 셈이었다.

그리스도인들은 속속 잡혔다. 그들은 고문과 회유를 당했다. 어떤 속주의 총독이 황제에게 보낸 편지에서 밝혔듯이 진짜 그리스도인들은 어떤 악형의 고문과 손쉬운 회유에도 굴하는 법이 도대체 없었다. 그들은 옥살이와 죽음을 하나님과 그의 나라를 위하여 담담히 맞아들였다.

그러나 신자들이라고 하면서 개중에는 약한 사람들도 허다했다. 이런 사람들에 관한 주제를 다룬 소설도 있다. 일본 작가 엔도 슈사쿠의 ‘침묵’이 우리의 손에 쉽게 와 닿는 그런 소설일 것이다. 그것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막부시대에 있었던 기독교 박해를 다뤘다.

그 작품에 한 인물이 나오는데 그는 평상시엔 참으로 쓸모 있는 신자이다. 그러나 그에게 어려움이 닥치면 그는 언제나 변절을 일삼았다. 어려움만 없다면 진실로 그는 장로 재목이었다. 그러나 어려움이 그를 늘 방황하게 만들었다. 그는 어려울땐 믿음의 형제를 고발하고 주님을 부인하고 교회를 떠난다. 그리고 그는 어려움이 잠잠해지면 삽살개 마냥 교회의 울타리로 기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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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 않은 일본 사람들이 하늘나라를 바라며 죽어갔다. 급기야 그들에게 신앙을 가르치는 벽안의 폴랜드 신부가 잡혔다.
 

관리가 그를 심문했다. 신부 앞에 닳아서 희미해진 동으로 만든 예수상이 놓였다. 심문관은 그것을 밟기만 하면 죽음을 면할 수 있다고 알려 주었다.

푸른 눈의 신부는 닳아서 희미해진 예수 같지 않은 예수상을 조심스레 밟고 목숨을 건졌다. 순교와 배교의 차이는 무엇인가? 순교란 어려움이 있을 때 죽을지라도 주님을 부인하지 않는 것이다. 배교란 어려움이 있을 때 주님을 부인하고 사는 것이다. 두 결과의 차이는 무엇인가?

전자는 몸은 죽지만 영혼이 사는 것이고 후자는 몸은 살지만 영혼이 죽는 것이다.

우리의 주님께서 또록또록 눈을 굴리며 그를 빤히 보고 있는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몸은 죽여도 영혼은 능히 죽이지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말고 오직 몸과 영혼을 능히 지옥에 멸하시는 자를 두려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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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주님께서는 뿌리운 씨들 가운데에는 돌짝밭에 떨어진 씨들도 있다고 하셨다. 이런 씨들은 몸에 어려움과 위험이 닥치면 영혼의 구원은 보이지 않고 다급하지 않기 때문에 신앙을 씹던 껌처럼 뱉을 수 있다.
 

많은 신자들이 순교를 했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참된 구원의 신앙이 없는 명목상의 신자들이 허다히 배교를 했다. 그들은 로마제국의 황제를 섬기는 신전에 나아가 머리를 조아리며 분향을 했다. 믿으면 좋다고 자기에게 전도한 아낙네나 형제나 이웃에게 입에 못 담을 말들을 해대면서 황제의 신전은 다시 사람들의 줄을 잇게 되었고 분향 냄새로 자욱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 성장의 진행은 혹독한 박해의 시련들로도 막지를 못했다. 그것은 영혼의 구원을 바라는 사람들이 끊이지를 않았기 때문이다.

2020-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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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배의 이야기 세계 교회사 15_ 돌밭에 떨어진 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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