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지금껏 말씀을 전하는 설교에 높낮이가 있다는 생각으로 일을 해왔다. 그걸 겉으로 내세우지 않았어도 어쩔 수 없이 설교의 우와 열을 판단하며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거나 글을 쓰곤 했다. 나이를 먹을수록 모든 설교를 아우르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 좋아 보일지는 모른다. 그러나 나이만큼 더 많은 설교를 들을수록 어떤 설교가 더 좋고 훌륭한지를 생각하게 된다.
자기 시무 교회 광고시간에도 주군의 소식을 알리고 강남의 총무 관사 매각 의혹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비상근 총무라 고영기는 총회 총무실에 제대로 출근을 하지 않았다. 그런 고영기가 허리도 온전치 않은 데 비상근에서 상근으로 환원된 총무 관사도 팔아치운 총회 총무 재임 도전 이유를 새에덴교회(소강석 시무)에서 당당히 밝혔다.
“한국교회 연합이 절실히 필요한 시대, 그 사명감을 일깨웠기 때문이다.”
졸지에 바뀐 총무제도로 비상근 총무라 총회를 제대로 출근하지 않고 3년을 보낸 고영기는 2023년 4월 23일 새에덴교회(소강석 시무)에서 드린 ‘한국교회 연합사역과 회복을 위한 예배 및 기도회’ 설교자로 나섰다. 고영기는 ‘한국교회 연합의 꿈, 반드시 이루리라’는 제목으로 강단에 올라 자칭 광대 소강석 총회장 재임 시절에 펼쳤던 통합 불발을 아쉬워하며 한국교회 연합기관 통합 사역을 반추했다고 한다. 그는 소강석 설교에 감동을 받았다는 이재명처럼 천연덕스럽게 뇌까리고 기독신문은 아무런 논평 없이 말 그대로 전했다.
“한국교회 연합기관의 하나 됨이 거의 이루어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기득권과 권력 유지, 교권 다툼과 자리싸움에 함몰돼 통합이 지연됐다. 결국 한국 교회 하나 됨을 향한 간절한 의지와 마음이 없었던 것이다.”
그는 은퇴를 3년 앞두고 있어서 재임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총무 제도에도 어긋나고 총회 선거법도 범할 소지가 있고 총회 정서도 거스르는 그의 아부성 본심을 모처럼 무심하게 드러냈다. 더불어 그의 마음 좋은 주군의 면모와 명예도 깎아내리고 말았다. 기독신문 기자는 두고두고 총회선거법 위반 증거와 가십(신문·잡지 등에서 유명한 사람의 사생활에 대해 험담을 늘어놓은 기사)으로 회자(칭찬을 받으며 사람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게 되는 것을 일컫는 표현) 될 말을 가감 없이 전했다.
“소 목사님이 1시간 넘게 한국교회 연합사역의 사명을 이야기하셨다. 저에게 새로운 사명과 방향을 제시하셨다”라며 소강석 목사를 통해 결정적으로 총회 총무 재선에 나섰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하나님께서 한국교회 연합의 꿈을 반드시 이루실 것으로 믿는다. 한국교회 지도자들의 마음을 감동시키시고 연합을 향한 뜨거운 의지를 불타오르게 하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성도들과 함께 ‘한국교회 연합과 목회 생태계 회복’을 위해 특별기도를 드렸다.
이날 예배는 총회 총무 재선에 도전하는 고영기 목사와 그를 지원하는 소강석 목사가 함께 출정식을 가진 것과 다름없었다. 소강석 목사는 “고 목사님은 교회연합 사역에서 잊을 수 없는 동역자”라고 말했다. “인물난을 겪고 있는 한국교회에 꼭 필요한 인재”라고 치켜세웠다. 소 목사는 “고 총무님과 3년 동안 사역했다. 교회연합기관 통합을 거의 했는데 반대하는 몇 사람 때문에 이루어지지 못한 것을 생각하면 정말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탄식했다. 소 목사는 “연합사역은 반드시 이루어야 한다. 연합하지 않으면 한국교회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라며 “하나님께서 연합을 이루실 것으로 확신한다. 반드시 한국교회가 연합할 것으로 확신한다”라고 의지를 다졌다.
결국 소강석 목사는 예장합동 총회가 한국교회연합의 중심 역할을 맡아야 하고 이 사역을 위해 고영기 목사가 총회 총무로 사역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를 위해 총회 선거법에 따라 5월부터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고영기 목사를 4월 마지막 주일에 설교자로 세워 응원했다.
그 둘을 잘 아는 분에게 왜 저렇게 별 능력이 없는 자를 능력이 많으신 분이 어째서 좋아하시느냐고 물었다. 그는 말 대신 오른손과 왼손을 위아래로 겹쳐 부비는 시늉을 했다.
국사편찬위원회가 운영하는 조선왕조실록 사이트에서 원문 검색을 하면 ‘勤勞(근로)’는 615회, ‘勞動(노동)’은 354회 등장한다. 수백 년 전 사람들은 노동보다 근로를 더 익숙하게 사용한 셈이다. 가령 임진왜란 후 이순신을 공신으로 봉할 때는 “왜적을 쓸어내며 7년간 열심히 근로하였다”라고 적었다.
임금이라고 다르지는 않았다. 경복궁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인 근정전(勤政殿)의 뜻을 새겨 보자. 부지런히 다스리는 대궐이라는 말이다. 다산 정약용은 유배지에서 아들들에게 보낸 편지에 “밭뙈기 하나 물려주지 못하지만 ‘근(勤)’과 ‘검(儉)’ 두 글자를 유산으로 남긴다”라고 썼다. 기름진 논밭 대신 평생 써도 닳지 않을 정신을 상속한 것이다. 부지런할 근(勤)은 이렇듯 조상들이 권장한 미덕이었다. 현대에는 부지런하다는 의미가 약화되거나 소실되면서 근로는 사실상 노동과 거의 같은 뜻을 지니게 됐다. 그림에도 참혹한 임진왜란 후 나라를 구한 성웅 이순신 장군을 공신으로 봉할 때는 “왜적을 쓸어내며 7년간 열심히 근로하였다”라고 적었다. 이제 후안무치 총무 연임에 도전하는 고영기가 총회가 명하지도 않은 교회연합 사업 운운하며 3년간 총회를 위해 열심히 근로하였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까. 그러나 아무리 변함없는 좋은 심성을 지닌 그의 광대 주군일지라도 3년 뒤 “인물난을 겪고 있는 한국교회에 꼭 필요한 인재”라고 다음에도 치켜세울 수 있을까.
성경은 말씀한다.
한 달란트 받았던 자도 와서 가로되 주여 당신은 굳은 사람이라 심지 않은 데서 거두고 헤치지 않은 데서 모으는 줄을 내가 알았으므로 두려워하여 나가서 당신의 달란트를 땅에 감추어 두었었나이다 보소서 당신의 것을 받으셨나이다 그 주인이 대답하여 가로되 악하고 게으른 종아 나는 심지 않은 데서 거두고 헤치지 않은 데서 모으는 줄로 네가 알았느냐 그러면 네가 마땅히 내 돈을 취리하는 자들에게나 두었다가 나로 돌아와서 내 본전과 변리를 받게 할 것이니라 하고 그에게서 그 한 달란트를 빼앗아 열 달란트 가진 자에게 주어라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 이 무익한 종을 바깥 어두운 데로 내어쫓으라 거기서 슬피 울며 이를 갊이 있으리라 하니라 마 25:24-30
2023-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