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7(수)
 

총신 사랑을 잃어버린 외로운 겨울, 춥고 성긴 눈이 총신에 내리는 저녁, 마음이 쓸쓸한데 믿음마저 춥다. 소망 잃어버린 빈자리를 확인하기에 딱 좋은 날, 오래 기억에 남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 총신을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우리 뒤를 따르던 믿음 문득 사라지고 소망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젊은 날 우리가 놀고 기도하던 사당동 총신 거친 운동장, 믿음을 가리고 소명 아닌 것들이 우리를 치어다본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허나 추위 가득한 저녁 총신에 찬찬히 다듬어진 신학생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땅 어디에 내려앉지 못한다. 눈뜨고 떨며 한없이 떠다니는 몇 송이 눈 같은 하얀 믿음, 소망,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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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총회 행사 때 제107회 부총회장이 된 오정호 목사는 악수하면 "총신을 살려야 합니다" 말한다. 악수(握手)는 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맞잡은 손을 위아래로 흔드는 의식적인 행위이다. 어느 곳에서도 통하는 세계 공통의 인사로 그 시초에 대해 전해지는 이야기들이 있다. 고대 바빌론에서는 신성한 힘이 인간의 손에 전해지는 것을 상징하는 의미로 통치자가 성상의 손을 잡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고대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오른손으로 악수하는 인사법을 그의 장군들에게 가르쳤다고 한다. 그리고 중세 시대 때 기사들이 칼을 차고 다녔는데 적을 만났을 때는 오른손으로 칼을 빼 들어서 적의를 표현했다. 하지만 상대방과 싸울 의사가 없을 때는 손에 무기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오른손을 내밀어 잡았다. 이것이 악수의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에트루리아인(로마인보다 앞서 이탈리아반도에 최초로 독자적인 문화를 남겼고 기원전 8세기경부터 기원전 2세기까지 북쪽은 토스카나 지방부터 남쪽은 로마에 이르는 지중해 연안 지역을 중심으로 한 중부 이탈리아의 거의 전역을 지배한 민족) 말에 사에쿨룸(saeculum)이라는 단어가 있다. '그 자리에 있는 가장 나이 든 사람이 산 시간의 길이'를 뜻한다고 한다. 인간의 사에쿨룸은 때로는 100년쯤 된다. 김영우가 심은 총회와 총신의 사에쿨룸도 비슷할 듯하다. 이 말은 '무엇인가가 살아 있는 기억 속에 머무는 시간의 길이'를 뜻하기도 한다. 가령 김영우와 허활민의 총신 쟁탈전에서 싸운 마지막 사람이 가버리면 그 사건의 사에클룸도 김광규 시인의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처럼 저물 것이다. 그리고 우리 총대들은 부끄럽지 않은가 부끄럽지 않은가 믿음의 속삭임을 귓전으로 흘리며 짐짓 중년기의 목회를 이야기하고 또 한 발짝 깊숙이 정치의 늪으로 발을 옮길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뜬금없는 총신대 박성규 총장 후보와 한예종 이강석 교수 초대 총장과 비교해볼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 할 것이다. 


2020년 12월 22일 별세한 이강석 서울 음대 교수는 1992년 한국예술종합학교 개교 당시 초대 총장으로 부임해 2002년까지 만 10년간 총장을 지내며 한예종의 기틀을 다져놓아 ‘행정의 귀재’로 불렸다. 한국예술종합학교(韓國藝術綜合學校, Korea National University of Arts)는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의 국립특수대학이다. 1993년 국가정책 차원에서 예술 실기 및 이론의 전문적인 교육을 통해 역량 있는 예술인을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설치령을 제정하여 개교한 4년제 국립 특수대학교로, 문학, 음악, 미술, 무용, 연극, 영화 등의 예술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한예종은 대한민국 최고의 예술 대학교로서 예술인을 양성하여 대한민국의 문화산업발전에 이바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학생 개인의 충분한 창의적 재능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정원에 미달 되어도 선발하지 않는 원칙을 통해 창의적 신 인재를 발굴해낸다는 독특한 입시제도는 진정한 예술적 재능과 잠재적 가능성을 펼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 창조적 소수를 지향하는 교육 철학으로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국내 대학과의 경쟁을 뛰어넘어 세계정상급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니면 우리 총신 역사와 현실에 맞게 2002년 11월 12일 소천하신 김희보 목사님을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는 한경직 목사 시절 총신대 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빈신학대 대학원을 마친 뒤 1960년부터 12년간 서울 성도교회 목사를 지냈다. 1972년 달랑 건물 한 동의 어려운 총신대 학장으로 초빙된 고인은 신학대학원을 설립하는 등 총신대가 오늘날의 규모로 발전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교수협의회가 2023년 1월 4일 기독신문을 통해 성명서를 발표해 제22대 총장 선출을 공정하고 평화롭게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교수협은 '이사회와 총회의 총장 후보 추천 주도' '학교 구성원 들러리 전락' '특정인의 총장 내정설' '특정 집단의 학교 장악' 등을 지적하며 또다시 총신이 총회 정치세력의 전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교수협은 “제22대 총장 선출을 눈앞에 두고 있는 형편에서 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첫 번째 모임을 하기도 전에 세간에서 오르내리는 우려스러운 소리를 듣고 있다. 이에 결코 소문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소식에 입을 다물고 있을 수가 없어서 목소리는 내고자 한다”며 성명서 발표 취지를 밝혔다.


교수협은 “이번 총장 선출이 총신대와 교단의 미래보다는 또다시 정치판의 야합이나 혹은 대결 현장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라며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공정한 게임이 진행될 수 있을까를 놓고 심히 염려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특정인의 총장 내정설도 지적했다. 교수협은 “이미 법인이사회와 총회 임원들은 OO교회 OOO 목사를 차기 총장으로 내정했다는 소식이 널리 퍼지고 있다. 더군다나 해당 목사는 그가 시무하는 교회에서 심각한 목회적 어려움을 겪었으며 한 인터넷 매체에 의하면 총장에 선출되는 것을 전제로 오는 5월에 사임할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분을 총장으로 내정하려 한다. 이러한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전문경영인을 총장으로 내정하는 예도 더러 있지만, 암암리에 내정된 그분은 전문경영인이라고 평가할 만한 근거는 딱히 보이지 않는다."


이어서 교수협은 “총장은 학교 현장을 알아야 하고 교직원과 학생들을 이끌어야 하며 그들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그렇기에 총신대 총장은 개혁신학으로 무장된 학자이자 목사이자 난세에 지혜로운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 리더이어야 한다. 이것은 제20대 (김영우)총장 시절에 총장 세력을 견제하고 비판하기 위해서 현재 실권을 가진 분들이 사용했던 논리다. 그런데 위에 언급한 분(박성규)을 총장으로 내정한다면 아이러니하게도 과거 그 현상이 재현되는 것이고 아전인수 형태가 되는 것”이라고 정확하고 현실성 있는 지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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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미루건대 제107회 부총회장 오정호 목사의 총신 살리기 악수(握手)가 예상과 달리 이재서 총장이 기사회생시킨 총신을 자멸에 빠뜨리는 자충수(自充手)의 악수(惡手)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성경은 말씀한다.


그런즉 선 줄로 생각하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라 사람이 감당할 시험 밖에는 너희에게 당한 것이 없나니 오직 하나님은 미쁘사 너희가 감당치 못할 시험 당함을 허락지 아니하시고 시험당할 즈음에 또한 피할 길을 내사 너희로 능히 감당하게 하시느니라 고전10:12-13


2023-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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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호 총신 살리기 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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