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3(토)
 

해방촌에 산다는 시인은 퇴근하는 외국인 노동자를 이렇게 바라봤다.


‘서남아 사람인 듯 거무튀튀한/ 오십 줄 사내가 어깨를 움츠리고/ 외투 주머니에 양손을 찔러 넣고/ 긴 의자에 혼자/ 짙고 짙은 암갈색/ 환영처럼 앉아 있었다'


그리고 시장 상인에 대해서는 능청스럽게 노래했다.


‘세상엔/ 미끄러지고 나동그라지고/ 뒤집힌 풍뎅이처럼 자빠져/ 바둥거리는 맛도 있다우/ 누군 죽어 지내는 맛도 있다지만/ 나는 그런 맛 몰라’ 


1984년 시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로 등단한 그는 매일 오후 7시부터 새벽 3시까지 해방촌을 돌며 길고양이에게 밥을 준다. 그러나 ‘동네 한 바퀴 돌고/ 돌아오는 길에 보니/ 고양이 밥그릇이 사라졌다'라는 현실을 시로 써야 하는 일이 벌어지는 해방촌 현실이기도 하다.


기자가 새 시집을 낸 그 시인에게 해방촌에 언제까지 살 것이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제가 돌보는 고양이만 80마리에 가깝습니다. 1개월에 길고양이 사료만 240kg를 삽니다. 언덕을 오르내리며 고양이들 밥을 주죠. 그런데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일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어요. 슬픈 일이죠. 이 아이들을 두고 떠날 수가 없어 해방촌을 못 떠날 것 같아요. 집세를 못 내서 쫓겨날 때까지 이곳에 살 겁니다.”


‘헤세드 정신’의 헤세드는 히브리어로 ‘긍휼’, ‘자비’라는 말로, ‘보상을 바라지 않고 헌신적으로 돕는다’라는 뜻이다. 이는 유대인 공동체가 지향하는 최고 단계의 체다카(돌봄, 나눔) 정신이다. 그 정신을 해방촌에서 길거리 고양이를 돌보며 살면서 가난한 그 시인은 시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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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28일 자 문화일보에 시인 소강석에 관한 이런 기사가 실렸다.


소강석 새에덴교회 담임 목사는 절실한 음성으로 27일 이렇게 말했다. 그가 이끄는 새에덴교회는 지난달 ‘2023 ReStart(리스타트) 목회 콘퍼런스’를 열고 500명의 목회자들에게 각 100만 원의 후원금을 전달했다. 장기간 지속하는 감염병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미자립교회의 목회를 돕기 위해서였다. 


그는 한국교회가 극지의 펭귄들처럼 허들링(Huddling)으로 극한을 이겨낼 것을 제안한다. 둥근 원을 만들어 밖에 있는 펭귄이 안으로 들어가고 또 안에 있는 펭귄이 밖으로 나오는 것을 반복하며 강추위를 견디는 것이 허들링이다. 이웃의 아픔에 동참하는 허들링 정신을 우리 교회가 지녀야 한다는 것이 소 목사 생각이다. '시인이기도 한' 그는 꾸준히 시집을 펴내며 교회 담장을 넘어 사회 공동체에 사랑과 희망의 기운을 불어넣고자 했다. 


시인이기도 한 소강석 목사는 말했다. 


“결코 이념이나 자기 신념을 우상화하거나 앞세워서는 안 됩니다. 오직 그리스도의 복음과 진리 위에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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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란 무엇인가? 무엇인가 바라는 일이다. 왜 바라는가? 뭔가 결핍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핍이 있기에 비로소 존재하게 되는 것이 바로 희망이다. 결핍 없이는 희망이 존재할 수 없지만, 결핍에 안주하고 있어도 희망이 없다. 결핍을 느끼되 거기에 안주하지 않을 때 희망이 생긴다. 이토록 오묘한 존재인 희망을 과연 시각적 대상으로 그려낼 수 있을까. 성경은 말씀한다.


너희 중에 분깃이나 기업이 없는 레위 인과 네 성 중에 우거하는 객과 및 고아와 과부들로 와서 먹어 배부르게 하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의 손으로 하는 범사에 네게 축복을 주시리라 신 14:29

 

202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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