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2-08-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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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지 않는 그분의 선물

 

그 의료원의 중환자실 구석 침대에 삼십 대 중반쯤의 여성이 누워 있었다. 머리만 빼고 전신이 마비되어 그 자리에 6년째 그렇게 소금기둥같이 있다고 했다. 담당 레지던트 의사가 딱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면서 설명했다.


“산부인과에서 아기를 낳다가 옮겨지는 과정에서 목을 다쳐 온몸이 마비된 채 여기로 왔죠. 환자 가족들이 산부인과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서 지금까지 싸우고 있어요. 처음에는 남편이 찾아오더니 점차 발길을 끊고 치료비가 누적이 되자 친정에서도 발길을 끊어 버렸어요. 이제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요. 그냥 저렇게 중환자실 구석에 혼자 놓여져 있는 거예요. 철저하게 버림받은 저 여자의 삶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그녀의 두뇌는 살아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녀는 뿌연 의식 속에서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살아있기는 한 걸까. 산다는 건 뭘까. 나는 알 수가 없었다. 하나님은 잔인했다. 그런 불행한 사람의 의식은 차라리 전기 스위치 같이 꺼버려야 했다. 아니면 생명을 불러가거나. 하나님은 세상사에 대해서도 불공평했다. 돈이나 토지의 분배를 보면 있는 사람은 더 부자가 되고 없는 사람은 가지고 있는 것마저도 빼앗겼다. 성경에도 그렇게 씌어 있다. 어떤 사람은 처음 성경을 읽으면서 그 부분을 보고 “무슨 이런 진리가 있노?”라고 못마땅해했다.


내가 소송을 통해 알게 된 뇌성마비 여인이 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판잣집 어두운 뒷방에서 라디오 방송을 친구삼아 혼자 외롭게 자랐다. 학교도 갈 수가 없었다. 그나마 조금씩 움직이는 손과 발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면서 살았다. 하나님은 마귀를 시켜 고통이 있는 사람에게 또 다른 고통을 주는 심술이 있는 건가? 그녀가 봉고차 의자에 놓여져 비포장길을 가다가 차가 덜컹거리는 순간 목을 다쳤다. 그나마의 몸의 기능마저 없어지고 전신 마비가 됐다. 더듬거리던 입도 막혔다. 손가락 하나가 남았다. 그녀는 그 손가락으로 이렇게 써서 카톡으로 보냈다.


‘변호사님, 손발을 묶고 입에 테이프를 붙이고 있어 보세요. 그리고 주위 사람들이 나를 투명 인간 취급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게 저예요.’


전신이 마비된 그녀는 두뇌가 무서울 정도로 살아있었다. 어려서도 아이큐가 140이 넘었다고 했다. 그녀는 세상을 꿰뚫어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그녀에게서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그녀는 행복했다. 기쁨이 있고 사랑이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자기가 지은 이런 시를 내게 보였다.


‘나 가진 재물 없으나,

나 남이 가진 지식 없으나,

나 남에게 있는 건강 있지 않으나,

나 남이 갖고 있지 않은 것 가졌으니

나 남이 보지 못한 것을 보았고,

나 남이 듣지 못한 음성 들었으며,

나 남이 받지 못한 사랑 받았고

나 남이 모르는 것 깨달았네

공평하신 하나님이 

나 남이 가진 것 없지만 

나 남이 없는 것을 갖게 하셨네.’


그 시를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그 시는 찬송가가 되어 천만 명의 기독교 신도에게 불리워지고 있었다. 그녀는 어떤 존재가 그녀의 어두운 방에 나타나 그 시를 불러줬다고 했다. 자기는 토막연필을 손가락에 끼고 그냥 받아 적었을 뿐이었다고 했다. 그녀는 그 존재와 싸우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그 존재가 ‘공평하신 하나님’이라고 말할 때 그녀는 아니라고 했다. 절대로 공평한 분이 아니라고 저항을 했다는 것이다. 공평하다면 자기를 왜 평생 그렇게 만드느냐고 항의했다는 것이다. 그래도 그 존재는 ‘공평하신 하나님’이라고 쓰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나는 그녀의 말을 믿었다.


그분은 세상의 악취 나는 돈이나 땅의 분배에는 불공평하지만 성령을 주시는 데는 공평한 것 같다. 오히려 힘든 사람들에게는 훨씬 더 많이 주는 것 같다. 악령이 사람들을 괴물같이 만들 듯 성령은 또 다른 능력을 준다. 힘이 없는 사람에게 힘이 되고 지혜가 없는 사람에게 지혜가 된다. 그를 위해 일을 꾸며주신다. 뇌성마비의 여인은 크로스비 여사 같은 찬송 시인이 됐다. 나는 세상의 반쪽밖에 보지 못하는 외눈박이다. 바다에 떠 있는 빙산 덩어리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수면 아래 엄청난 다른 신비한 존재가 있는 걸 몰랐다. 

 

2022-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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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익의 미셀러니_ 눈에 보이지 않는 그분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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