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2-06-22(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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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이상은?


60년대 말 독일에 간호사로 간 친척이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나 달러를 벌기 위해 간 것이다. 대통령은 ‘잘살아 보세’라는 구호로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았다. 우리의 시대정신이 가난의 극복이었다. 나의 친척은 독일병원의 정신병동에 가서 덩치 큰 백인들의 똥을 닦아 주었다. 더러 무참하게 얻어맞기도 했다는 말을 들었다. 독일을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은 그들의 애환을 들으면서 진한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은 국민들의 영혼에 무지개가 됐다. 간호사로 갔던 나의 친척은 정신병 환자가 되어 돌아왔다. 그리고 깊은 바닷속에 침몰하듯 종적을 감추었다. 70년대 초 시청 앞의 프라자 호텔 로비에 가면 부스스한 표정으로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는 미녀들을 보곤 했다. 일본 관광객에게 몸을 판 여자들이었다. 정부의 묵인하에 여행사와 요정 그리고 호텔이 연계되어 일본의 하층 남성을 상대로 성을 팔았다. 1973년 한해에 여성의 몸만 밑천으로 일억 불을 벌었다는 글을 읽기도 했다. 그 당시 요정에 기생으로 나가는 한 여성으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었었다.


“요정의 몇백 명이나 되는 기생들이 저녁이 되면 한복으로 갈아입고 일렬로 서서 버선 콧등이 제대로 되어 있는지 군대식으로 검사를 받아요.”


나는 그런 나라에 사는 것이 슬펐었다. 나는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일까? 먼저 나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하늘이 나를 괴로운 시대에 내보내 가장 힘든 곳에 있게 했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나 자신을 알기도 어려웠다. 내가 살고 있는 지금과 여기를 알 수가 없었다. 시대의 흐름을 말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내가 갈 길을 제시해 주는 존재도 없었다. 오늘을 안다는 것은 어려운 일 중에도 어려운 일이었다. 

 

나의 소년 시절 교과서에는 덴마크에 대한 얘기가 나와 있었다. 백여 년 전 덴마크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와의 전쟁에서 기름진 땅을 빼앗기고 황무지만 남았다. 광산 하나 없고 선박을 끌어들일 변변한 항만도 없는 가난한 나라였다. 지도자 달가스가 나타났다. 그는 예언자 이사야의 정신으로 황무지를 장미꽃 동산으로 만들자고 했다. 그는 위그노 출신이었다. 칼로 잃은 것을 괭이로 찾겠다고 했다. 그는 물과 나무로 이상을 실현 시켰다. 황무지에 물을 대고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들었다. 도중에 실패가 있을 때 사람들은 “달가스야 네가 예언했던 재목을 놓아라”라고 불평을 늘어놓았다. 마치 애굽을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이 모세에게 덤벼든 것 같았다. 황무지가 숲이 되고 초원에서 가축이 풀을 뜯었다. 덴마크는 우유로 일어섰다. 버터와 치즈로 부자가 됐다. 당시 덴마크 국민 한 사람당 무역 고가 경제 대국인 일본의 백배였다. 일본의 큐슈섬 만한 작은 덴마크가 세계에서 제일 부자가 됐다. 덴마크 국민 한 사람이 가진 평균 재산이 독일인 영국인 미국인 한 사람이 가진 평균 재산보다 많았다. 덴마크 얘기는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부는 나라 영토의 크기에 달려 있지 않았다. 땅이 좁다고 가난한 것은 아니다. 슬퍼할 것도 아니다. 나라의 흥망은 전쟁의 승패에도 달려 있지 않다. 석유 같은 에너지는 문제도 아니다. 태양광에도 바다의 파도에도 바람에도 에너지는 있다. 나라의 실력은 군대와 무기도 아니고 경제도 아니다. 나라의 흥망은 국민정신에 달려있다. 그 국민의 평소 수양에 달려있다. 어떤 나라도 때로는 어둠의 터널을 지난다. 그 어둠을 통과하는 힘은 정신이다. 좋은 국민정신만 있으면 나라는 전쟁에 져도 세상을 이긴다. 우리나라도 덴마크 같은 나라가 되기를 소망했다. 어느새 작은 우리나라는 덴마크 이상의 부자나라가 됐다. 얼마 전 바이오 회사를 하는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내 회사에서 인공장기를 만드는 걸 완성했어. 경쟁력이 세계 어느 나라에도 이길 수 있어. 정부가 법 제도만 풀어주면 돼. 지금 기다리는 중이지.”


우리는 과학기술로 세계 대국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 평생 연구한 전자 공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학자가 된 친구가 있다. 그가 이런 말을 했다.


“나는 공해물질이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딱딱한 반도체 위가 아니라 부드러운 비닐 소재 위에 전자회로를 전자잉크로 프린트하는 기술을 완성했어. 앞으로 접는 핸드폰, 둘둘 말아가지고 다니는 텔레비전이 나올 거야. 이 기술만 해도 대한민국이 20년 이상 먹고 살 걸.”


산업화에 성공한 우리는 이제 정보화시대에 세계의 선봉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그 위에 세계 최고의 정신을 가진 국민이 되기를 소망한다. 아름다운 이상을 가진 시대가 되기를 바란다. 

 

2022-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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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익의 미셀러니_ 우리 시대의 이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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