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2-05-25(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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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서울에서 동해시의 원룸을 얻어 이주해서 미니멀라이프를 실행하는 부부가 있다. 그 부부는 자기들 생활을 유튜브를 통해 알리다가 참 많은 댓글을 받고 자주 마음이 흔들렸다고 했다. ‘너희 삶은 틀렸어’라고 규정짓는 글을 보고 화가 났다고 했다. 어떤 이는 본인의 삶이 옳다는 걸 느끼기 위해 다른 사람의 삶을 깎아내리더라고 


‘저기요 몇 달 전 영상에서는 샴푸를 쓰지 않는다면서요. 그런데 최근 영상에서는 왜 샴푸를 쓴다고 하죠?’


그런 댓글이 있었다. 그들 부부는 어떤 책에서 샴푸를 쓰지 않아도 괜찮다길래 그렇게 시도해 보다가 다시 머리에서 냄새도 나고 각질도 생겨 다시 샴푸를 쓰고 있었다. 또박또박 대답을 하다 보니 꼬리에 꼬리를 무는 말다툼이 되고 그게 끝나면 어김없이 허탈감만 남았다고 했다. 마침내 그들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그때는 그랬고 지금은 이렇습니다’


인간은 계속 변하고 과거에 내뱉은 말에 얽매여 살아가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들 부부는 곧이곧대로 답할 필요는 없다는 걸 깨닫기도 하고 침묵이나 ‘잘 모르겠네요’도 대답이 될 수 있는 걸 알았다고 했다. 그들 부부는 늙은 나보다 훨씬 지혜로운 사람 같았다.


나도 블로그를 한 세월이 벌써 10년 전후가 되는 것 같다. 처음에는 그냥 나의 메모장 내지 일기 정도를 쓰는 도구로 착각할 정도로 무식했다. 그래서 블로그에 올렸다가 뒤늦게 전부 비공개로 돌린 적이 있다. 내 세대는 세상에 호소할 사정을 담은 전단지를 거리에서 뿌리기도 했다. 블로그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법정에서 하지 못했던 말을 알리는 도구로 삼았다. 법의 뒤편에 가려진 음모들을 폭로하기도 했다. 어떤 사건은 백만 명이 넘게 보기도 하고 사회 전반으로 확장됐다. 광신적인 종교집단이나 정치단체는 직접 댓글로 역공격을 해오기도 했다. 그러다가 소송을 제기당해 대법원까지 가기도 했다. 블로그라는 도구는 내 골방에 앉아서도 세상의 불의와 싸울 수 있는 훌륭한 무기 같았다. 특정 사건을 맡아 처리할 때 집단적인 댓글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마치 말벌 떼의 공격을 받는 것 같았다.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지만 내면의 상처를 받기도 했다. 

 

재판과 관련되어 알게 된 한 여성이 있다. 청바지에 블라우스를 입고 야구모자 뒤로 길게 늘어진 머리가 예뻐 보였다. 그런 그녀가 예상치 못했던 비틀린 내면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유명연예인들만을 상대로 공격적인 댓글을 일삼았다. 연예인으로부터 반박하는 댓글이 오면 그녀는 미쳐버렸다. 몇 날 밤 잠을 자지 않으면서 저주와 비난의 댓글 폭탄을 터뜨렸다. 정말 이해 못 할 악마의 품성이었다. 그런 댓글 때문에 자살한 연예인도 있었다. 그런 걸 보면서 내가 생각한 것은 맑고 향기로운 내용의 글들을 블로그에 올려보자는 것이었다. 세상은 지적하고 비판하고 비난한다고 고쳐지는 게 아닌 것 같았다. 언론이 그 임무를 담당했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언론인이 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모든 걸 부정적으로만 다루는 언론 때문에 사회에 그림자가 드리우는 면도 있었다. 세상을 보는 렌즈를 바꾸어 보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 

 

나의 천직은 변호사다. 변호사란 세상이 욕하는 범죄인에게서도 선한 면을 찾아야 하는 직업이다. 죄를 미워하더라도 인간은 미워하지 말아야 할 다른 시각을 가져야 했다. 세상을 보는 것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사물에서도 선한 면을 찾으려고 노력해 본다. 악과 나쁜 점은 보통사람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선은 깊숙이 감추어져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찾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악한 사람은 악을 본다. 선한 사람이 되어야 선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악을 보기는 쉽고 선을 보기는 어렵다. 악한 평가는 한 사람이 말해도 모두 믿는데 선한 칭찬은 천 사람이 말해도 쉽게 믿지 않고 그 저의를 의심하는 세상이었다.


선한 일들을 들추어 세상에 알리고자 하는 게 내가 블로그를 하는 목적이라고 할까. 어둠 속에서 작은 촛불 하나 드는 작은 행위 같다. 그게 사람들에게 밥은 주지 못해도 위로는 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다. 댓글로 어떤 말이 들어와 상처를 받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어떤 비난은 나의 적나라한 모습을 날카롭게 보여주기도 했다. 좋은 댓글을 다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얼굴을 보진 못했지만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선한 이웃이다. 항상 감사하고 있다. 세상에 향기를 품어내는 유튜버나 블로거들이 그리고 그 향기를 나누는 댓글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2022-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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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익의 미셀러니_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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