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2-05-25(수)
 

엄상익 초상화 580px-web.jpg

 

 

신이 된 남자


사회의 저변에서 조용히 번져 나가는 민족종교단체의 사건을 처리한 적이 있다. 그 단체는 의심을 받고 소외당하고 매스컴의 강한 공격을 받곤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도 많은 학교를 세우고 큰 병원을 짓고 소리 없는 기부도 많이 했다.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호기심으로 그 단체 교주의 삶을 은밀히 살펴보았다. 교주는 지방 도시의 초등학교 교사 출신이었다. 그가 구한말에 일어난 종교단체에 들어가 교주의 수제자가 되어 진리를 사람들에게 전하기 시작했다. 배운 게 없고 돈 없고 외로운 사람들이 그에게 모여들었다. 기성교회나 절에서 소외된 사람들이었다. 그는 철저히 그들과 함께했다. 노동이 예배이고 기도라고 하면서 같이 일하고 같이 반찬 없는 밥을 먹었다. 같이 노동을 했던 사람들의 진정성 있는 증언을 나는 직접 들었다. 대학을 설립하고 큰 병원들을 만들고 엄청난 돈을 사회에 기부했지만 그는 단 한 번도 세상에 자신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돈을 많이 내면 영웅을 만드는 게 매스컴의 생리이기도 했다. 그는 인터뷰를 단호히 거절했을 뿐 아니라 대학관계자 회의에도 참석한 적이 없었다. 교주라고 군림하지도 않았다. 열매를 보면 나무를 알 수 있듯이 그 사람을 결론짓게 하는 게 금전 문제와 여자관계였다. 천문학적 돈이 교단의 통장에 있고 그가 절대적인 권한을 가졌지만 단 한 푼의 돈도 한 조각의 땅도 자식에게 가지 않았다. 스캔들도 없었다. 그리고 그는 죽어서 조용히 동해안 북쪽의 바닷가 산자락에 묻혔다. 그는 정말 욕망을 죽일 수 있는 존재였던 것 같다. 그는 죽어서 그를 따르는 도인들의 신이 됐다.


그가 세상을 이긴 힘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궁금했다.


며칠 전 밤에 유튜브를 보다가 가슴에 다가오는 한 장면을 보았다. 한 가정의 아내가 한 종교단체에 빠진 것 같았다. 아내는 아이를 데리고 그 단체의 공동생활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가정을 깨고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남편은 도저히 납득 할 수 없었다. 분노한 그는 그 종교단체를 찾아갔다. 힘 있는 젊은이들이 그의 앞을 막아섰다. 그는 그들을 밀치고 들어가 아내와 자식을 돌려달라고 소리쳤다. 그때 오십 대쯤의 한 남자가 나타났다. 수도승 같은 조용한 분위기를 주위에 두른 남자였다.


“내 아내와 아이를 돌려줘”


그 단체를 찾아간 남자가 분노하며 절규했다. 그때 그의 딸이 사람들 손을 잡고 뒤에서 나타났다. 아이가 반갑게 아빠에게 안겼다. 아이는 그곳의 아저씨들이 참 좋다고 말했다.


“내 아내도 돌려주세요. 왜 남의 가정을 깹니까?”


그가 다시 소리쳤다.


“부인은 다른 곳에서 지금 기도 중이시기 때문에 가시기 힘들 겁니다.”


수도승 같은 남자가 차분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 순간 남편의 주먹이 수도승 같은 남자의 오른뺨에 꽂혔다. 옆에 있는 젊은이들이 순간 긴장하며 공격 자세를 취했다. 지도자격인 남자가 갑자기 손을 들어 젊은이들을 제지했다. 그는 고통스러운 듯 뺨과 코에 손을 대고 있었다. 코뼈가 부러졌는지도 모른다. 그는 잠시 후 진정이 되자 손을 내리고 이렇게 말했다.


“부인에게 남편분의 뜻을 전달하겠습니다. 지금은 여기 안 계십니다. 그리고 저는 때리시는 당신을 이해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그 장면을 보는 순간 때리지 않고 맞는다는 것의 힘을 느꼈다. 내가 원치 않는 것을 남에게 행하지 말라는 것이 유교의 도덕이고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것을 기독교 도덕의 황금률로 알고 있다. 그러나 예수는 누가 네 오른뺨을 치면 다른 뺨도 돌려주라고 했다. 도덕 이상을 요구했다. 그게 가능한 것일까? 사람으로서는 실천하기 불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예수는 십자가를 지고 따르라고 했다. 실제로 십자가를 지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고난과 죽음을 의미하는 십자가를 질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건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같이 되라는 소리다. 나는 요즈음 한가지 깨닫는 게 있다. 그분은 그냥 네가 그렇게 하라고 하지 않는 것 같다. 필요할 때 그럴 힘과 능력을 준다고 하는 것 같다. 그런 힘이 내려오면 인간의 잣대로 불가능한 게 가능으로 변할 것 같다. 

 

2022-01-20

 

표지-web.jpg

태그

전체댓글 0

  • 27824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엄상익의 미셀러니_ 신이 된 남자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