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2-08-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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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e Innocent III wearing a Y-shaped pallium

 

유럽의 지배자

 

봄이 왔으니 산에 들에 꽃이 피겠지. 교회들은 저마다 사순절 맞이에 골머리를 썩힐 게다. 나랏님은 갱제인지 경제인지 하는 문제아의 소생을 위해 부활절이 다가오는 근자에 마음을 비운 자세에서 빈머리를 돌리고 있으실 게다.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다 하셨으니 마음을 비웠다고 하는 높은 자리의 사람들한테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의 말씀으로 채워져 변화되는 은혜를 베풀어 주옵소서.

 

이 나라에는 무엇보다 양심과 도덕성 회복이 훨씬 중요해 보이는데 위에 또아리를 틀고 앉은 상것들은 영판 생각이 다르다. 증권 값이 빨간 막대로 하늘을 찌르고 용인지 미꾸라지인지 도대체 알 수 없는 게 되어 공장과 자동차에서 내질러대는 매연을 헤집고 다니는 게 신나 보이는 모양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믿음과 사랑과 상식이 통하는 공동체를 만들고자 하는 데에는 높은 분들의 관심이 그닥 많은 것 같지 않다.

 

헨리 2세의 눈에는 시건방지게 보여 목이 뎅겅 달아난 토마스 베케트는 성스러운 순교자가 되었다. 순례자들이 순교자의 무덤에 줄을 잇게 되었다. 여행을 하면서 순례자들은 먼 길의 무료함을 달랠 요량으로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이 이야기들을 시인 초오서가 운문으로 엮어 캔터베리 이야기라는 책으로 발간했다.

 

당시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에 살며 겪는 온갖 잡다한 이야기들이 이 책에 담겨 있어 이웃이 잘돼 배가 아프거나 세속 축복에 골머리를 앓는 사람들이 잠 안올 때 읽으면 좋을성 부르다.

 

하여튼 별 이야기가 다 들어 있다. 오늘날까지도 얼마나 많이 이 순교자의 무덤을 찾아오는지 캔터베리 대성당에 깔린 돌마루가 다 닳아 반들거리다 못해 곧 땅바닥이 드러날 지경인 모양이다.


인노첸시오 3세는 알비 십자군을 통해 카타리파를 평정하였다. Albigensian_Crusade_01.jpg

이노켄티우스 3세는 알비 십자군을 통해 카타리파를 평정하였다.

 

제국과 유럽의 올망졸망한 나라들을 다루는데 교회가 가장 큰 성공을 거둔 때는 위대한 교황 이노켄티우스 3세 치하의 13세기였다. 이노켄티우스 3세는 어떤 왕이나 황제라기보다는 거의 유럽의 주인에 버금갔다. 유럽은 그의 말 한마디에 왔다 갔다 했다. 군대도 없이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로서 지니는 말의 권능만으로 굳이 무기라고 해야 출교와 금령만으로 이노켄티우스 3세는 왕국들을 수여하기도 했고 빼앗기도 했다. 대륙에서 교황의 말은 곧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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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란서 왕에게 시실리를 주는 교황

 

영국에서 사건이 하나 발생했다. 존 왕이 자기 사람을 캔터베리 대주교로 임명했다. 교황은 발끈했다. 교황은 영국에서 가장 고결한 인물 스테픈 랭턴의 선출을 강력히 주장했다.

 

심사가 뒤틀린 존 왕은 하나님의 위력과 이름을 들먹이며 이를 앙다물고 맹세했다.

 

『영국에 있는 이태리 녀석들은 한 놈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눈을 뽑아버리고 코를 베어버리겠다. 내가 누구라는 걸 보여주겠어. 교황이 뽑은 녀석을 캔터베리 대주교로 받아들이느니 모든 주교들과 수도사들을 싸그리 내 땅에서 몰아내고 말테다.』

 

교황은 영국에 대해 금령을 명했다. 성찬을 못 받게 된 왕은 손들고 말았다. 다시는 반항하지 않겠고 교황청에 매년 솔찬한 돈도 내겠노라 약속했다. 교회는 많은 과오와 실패를 범하긴 했지만 중세 세계의 정의와 질서를 수호하는 가장 큰 세력이었다.

 

2021-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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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배의 이야기 세계 교회사 71_ 유럽의 지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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