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2-08-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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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터베리의 순교자 토마스

 

법정


세상 관행은 권력의 끈이 이어지면 바빠지고 끄나풀이 떨어지면 적막감에 싸이게 되는 법이다. 그래서 요즈막엔 장로 대통령을 싸고도는 사람들은 얼싸절싸 몰켜 다닌다. 늘 푸르고 키가 큰 월계수처럼 변함없이 힘을 떨치자며 월계수회를 만든 사람은 생일을 당했는데도 개미 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단다. 세상인심 괴이쩍기 그지없다.

 

지미 카터는 대통령직을 사임하고 땅콩농장에 돌아왔을 때 하룻밤을 지내고 아침이 되자 주위에 아무도 없는 적막감이 견디기 어려웠다고 회상하고 있다.

 

일천만 이상이 득실거리는 서울에서 텃밭을 가꾸며 사는 게 소원이라 수단껏 그 기반을 마련했다. 그런데 그것 때문에 그 좋은 시장을 일주일 하다 그만둔 교회 집사가 있다. 공기 좋은 우면산 기슭에서 텃밭도 한가로이 못 가꾸게 됐고 다락도 폐쇄됐고 입만 불쑥 튀어나오게 됐다. 그리고 어깨춤을 추며 감사헌금까지 냈는데 한 주일 지난 뒤에는 위로 예배를 굴삭기로 잔디를 갈아엎은 집에서 드리게 되었다니 쯧쯧, 주여 굽어살피소서.

 

교회와 국가가 티격태격할 일은 법정 문제에도 있었다. 교회는 자체 법정을 가지고 있었다.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인이 세상 법정을 들락거려서는 안 된다고 말씀했다.

 

그 이유땜새 그런 관행이 점점 자라나 주교가 그리스도인들 사이의 분쟁을 조정하게 만들었고 교회법이라는 법체계가 주교들의 판단을 이끌게 되었다. 국가 역시 계속해서 법정을 가지고 있었다. 교회와 국가가 힘을 합쳐 사이좋게 일할 때 어느 쪽 법정이 어떤 문제를 처리해야 될지에 대해서는 그닥 까탈이 일어날 수 없었다.

 

일상적인 협약에 따라 교회는 과부들, 미성년의 고아들, 결혼 등에 관한 사건들을 다루었다. 그런데 교회가 성가대에서 노래하는 사람들까지 포함해서 모든 성직자는 어떤 사건이든지 불문곡직하고 교회 법정에서만 재판을 받아야 된다고 공포했기 때문에 국가와 분쟁이 생겼다.

 

왕은 주장하기를 아무리 성직자라도 죄를 범했다면 그 누구를 무론하고 지엄한 나라 법정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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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th-century depiction of Becket with King Henry II

 

이 알력은 영국에서 곪아 터졌다. 영국 왕 헨리 2세는 교회에 압력을 넣어 캔터베리 대주교로 자신의 오랜 동지 토마스 베케트를 뽑도록 채근했다. 왕도 생각하기를 토마스가 자기 말을 고분고분 잘 따라 주리라 믿었다.

 

그러나 그는 사람을 완전히 잘못 봤다. 노래 잘하고 놀기 좋아하고 붙임성 있는 이 왕실 시중꾼은 주교가 되자마자 안면을 싹 바꿨다. 그는 교회를 옹호하는 완강한 투사로 변했다. 왕은 화가 날대로나 분을 삭이지 못해 치를 떨었다. 그는 신하들 앞에서 침을 튀겨 가며 백담사 시절의 머리 벗겨진 사람처럼 툴툴댔다.


『나한테 밥을 얻어먹은 녀석이 나한테 발길질을 해. 내 궁정에 들어올 때는 절름발이 망아지 마냥 설설 기더니 지금은 왕처럼 으스대는 꼴이라니. 그래 이런 고이얀 사제를 혼구멍 내는 신하가 한 놈도 없단 말이냐?』

 

이 말을 전해 들은 네 명의 우락부락한 기사들이 달려가 캔터베리 예배당에서 토마스를 살해했다. 이 사건은 영국 전역을 흉흉하게 했다. 사세가 불리해진 왕은 순교로 성자가 된 토마스의 무덤에 달려가 참배를 해야만 했다.

 

2021-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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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배의 이야기 세계 교회사 70_ 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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