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2-05-25(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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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시조(巿鳥) 흑두루미는 영어로 ‘Hooded Crane’이다. ‘두건을 쓴 두루미’라는 뜻이다. 학명은 ‘Grus monacha’로 수녀(修女)를 닮은 두루미라는 뜻이다. 흑두루미의 몸 색깔이 두건을 쓴 수녀의 옷 색깔과 비슷하다는 데서 유래되었다. ‘수녀’는 가톨릭에서 수도 생활을 하는 여성을 말한다. 이들은 3대 서원 즉 정결·청빈·순명 세 가지를 삶의 원칙을 따라 수도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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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는 초등학교 4학년 때 갈멜수녀원에 들어간 친언니가 보내주는 수도원 생활의 편지를 읽으며 세속의 삶보다는 수도자의 길을 선망했다. 그녀는 1964년 열아홉의 나이에 홀어머니와 오빠와 여동생을 떠나 수녀원에 들어갔다. 그녀는 수녀회 본원이 자리 잡은 부산의 푸른 바다(海)를 바라보며 대자연이 주는 편안함과 위로를 받고 평생을 자비와 사랑을 뜻하는 인(仁)을 실천하는 일에 바치기로 서원했다. 그래서 본명 이명숙 대신 부산의 푸른 바다 해(海)와 자비와 사랑을 뜻하는 인(仁)을 합쳐 이해인(海仁)이라는 가슴 따뜻한 시인의 필명이 그렇게 지어졌다.


바다는 온몸으로 시를 읊는 나의 선생님

때로는 늦게 때로는 낮게 

어느 날은 거칠게 

어느 날은 부드럽게 

가끔은 내가 알아듣지 못해도 

멈추지 않고 시를 읊는 푸른 목소리의 선생님

아이를 달래는 엄마처럼 가슴이 열린 바다

그 기도는 가진 게 많아도 뽐내지 않는다 

줄 게 많아도 우쭐대지 않는다

답답한 마음 바다에 내려놓고 시원한 마음 들고 온다

가득한 욕심 벗어놓고 빈 마음 들고 온다


순천만 수녀 흑두루미를 닮은 이해인의 시 ‘바다의 노래’다. 그의 시의 원천(源泉)은 주님 예수에 대한 끝없는 사랑과 기도이지만 시를 품어내는 모태(母胎)는 바다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다를 품은 그의 시를 만난 사람들은 바다처럼 너른 마음과 깊은 위로를 체험한다. 1980~90년대 시인 이해인은 세상살이에 지친 사람들에게 믿음과 위로의 수녀 순천만 흑두루미였다.


기도는 나의 음악

가슴 한복판에 꽂아 놓은

사랑은 단 하나의

성스러운 깃발

태초(太初)부터 나의 영토(領土)는

좁은 길이었다 해도

고독의 진주를 캐며

내가

꽃으로 피어나야 할 땅


기도는 나의 음악이라는 ‘민들레의 영토’를 나르며 흑두루미 수녀 이해인은 노래한다. 


내가 새라면 너에게 하늘을 주고

내가 꽃이라면 너에게 향기를 주겠지만

나는 인간이기에 너에게 사랑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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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를 닮은 흑두루미는 두루미과의 새이다. 두루미가 몸에 흰색을 띠는 것과 달리 검은색을 띤다 해서 흑두루미라고 부른다. 두루미라는 이름은 "뚜루루루~, 뚜루루루~"라고 우는 소리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참고로 두루미는 라틴어로 그루스(Grus), 일본어로 츠루(つる)라고 하는데 이것도 울음소리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몸길이는 약 76cm로 몸은 암회색을 띤다. 머리는 흰색이고 머리 꼭대기에 붉은 반점이 있다. 논·습지 같은 곳에 50~500마리씩 떼를 지어 다니며 물고기·조개·곤충·지렁이 등과 식물의 줄기·잎·뿌리 등을 먹는다. 알은 엷은 갈색 바탕에 검은색 반점이 있다. 겨울에는 암수와 어린 새 두 마리 정도로 구성된 가족군들이 모여 큰 무리로 생활한다. 날 때는 V자 모양으로 무리를 지어 이동한다. 시베리아·만주·몽골 등지에서 번식하고 한국·일본·중국에서 월동한다. 


암수 구분 없이 몸길이는 76㎝ 정도로 대형조류이다. 머리는 흰색이며 몸은 검은색을 띤 회색이다. 이마는 검고 머리 꼭대기에는 붉은 반점이 있다. 부리는 황록색이고 다리는 흑색이다. 어린 새의 머리는 갈색을 띠며 몸은 어미 새보다 검은 편이다. 4∼5월경이면 광활한 평야나 농경지 등에 갈대나 짚을 모아 둥지를 만들고 2개의 알을 낳는다. 주로 논밭이나 얕은 하천 등에서 3∼4마리가 무리를 지어 생활한다. 우리나라에는 겨울에 찾아오는 철새로 전남 순천만에서 약 100∼120마리, 충남 천수만 지역에서 약 50∼60마리가 겨울을 나고 있다. 흑두루미는 세계적으로 약 10,000마리 정도가 남아있는 진귀한 새이므로 한국에서는 천연기념물 제228호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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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두루미가 도래하는 순천만이 있는 순천시는 1995년 승주 군이 통합하여 도농복합 시가 되었다. 적당한 바닷바람도 불고 여수와 달리 열대야도 적어 여름엔 서늘하고 겨울엔 따뜻한 살기 좋은 기후의 도시다. 그래서 전라남도의 인구가 전반적으로 감소함에도 순천시만큼은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 중심에 순천만이 있다. 순천만의 아름다운 경관과 훌륭한 교통을 갖춘 순천시는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생태 도시와 정원 도시라는 명성을 지닌 명품 관광도시로 발돋움했다. 2015년 9월 5일에 대한민국 최초의 국가정원 1호 지정식을 가졌다. 명칭도 기존 순천만 정원에서 순천만국가정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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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국가정원에는 순천만 선상 투어가 있다. 드넓은 갯벌과 갈대 군락, 다양한 철새를 가까이서 볼 수 있고 흑두루미를 닮은 해설사의 아기자기한 이야기가 있는 생태탐조 여행을 관광객에게 제공한다. 순천만 갯벌은 원형에 가깝게 보존되어 멸종 위기의 철새도래지로 그 보존 가치가 높고 그곳 새벽의 안개도 유명하다. 그 안개를 알린 순천의 작가가 있다. 그는 동인문학상(1965), 이상문학상(1977), 대한민국예술원상(2012) 등을 수상한 작가 김승옥(1945.8.15~)이다. 1964년 ‘사상계’에 발표한 그의 대표작 ‘무진기행’은 순천만에 새벽마다 드리우는 안개를 이렇게 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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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가까이 있으니 항구로 발전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가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럴 조건이 되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수심이 얕은 데다가 그런 얕은 바다를 몇백 리나 밖으로 나가야만 비로소 수평선이 보이는 진짜 바다다운 바다가 나오는 곳이니까요.” 

“그럼 역시 농촌이군요?” 

“그렇지만 이렇다 할 평야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럼 그 오륙만이 되는 인구가 어떻게들 살아가나요?”

“그러니까 그럭저럭이란 말이 있는 게 아닙니까!” 그들은 점잖게 소리내어 웃었다. 

“원, 아무리 그렇지만 한 고장에 명산물 하나쯤은 있어야지.” 

웃음 끝에 한 사람이 말하고 있었다. 무진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사이에 진주해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무진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도 안개에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당해버리고 없었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오는 여귀가 뿜어내놓은 입김과 같았다. 해가 떠오르고 바람이 바다 쪽에서 방향을 바꾸어 불어오기 전에는 사람들의 힘으로써는 그것을 헤쳐버릴 수가 없었다. 손으로 잡을 수 없으면서도 그것은 뚜렷이 존재했고 사람들을 둘러쌌고 먼 곳에 있는 것으로부터 사람들을 떼어놓았다. 안개, 무진의 안개, 무진의 아침에 사람들이 만나는 안개, 사람들로 하여금 해를, 바람을 간절히 부르게 하는 무진의 안개, 그것이 무진의 명산물이 아닐 수 있을까!


김승옥에게 안개로 둘러싸인 순천은 내적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근원적인 공간이었다고 한다. 소설 속 주인공은 일상의 공간인 ‘서울’과 고향인 ‘무진’을 오가면서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기 때문이다. 이곳 순천에는 교계에 진돗개 전도로 유명하고 평생 모은 수석에 안개처럼 스멀거리는 십자가 형상과 예수님 형상과 세계수석박물관 건립 사이에서 야곱처럼 씨름하는 박병선 장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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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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