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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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 엠마누엘레의 교황 그레고리오 7세에게 

용서를 구하는 하인리히 4세

 

교황의 무기


아파트를 헐하게 공급해 주겠다던 회장이 이마에 상처를 받고 느닷없이 정계를 떠났다. 제 돈 가지고 이런들 어떠며 저런들 어떠냐며 코를 벌름거리더니 이런저런 약속을 제 돈 아까워 헌신짝처럼 내패댕이 쳤다. 미국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단다. 그러니까 부자가 죽음을 눈앞에 두고 정신이 오락가락할 적에 하는 말인 성부르다.

 

『야, 이 노랭이야. 네 돈인데 왜 안 가져가니』

 

세상 정치는 그나마 새로움을 향해서 나아가고 있다. 우리 교회 쪽은 어떤지 모르겠다. 세상에선 부정부패를 일소하겠다며 머리를 맞대고 이 궁리 저 궁리를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공금을 그것도 신성하기까지 한 하나님의 돈을 제멋대로 쓰고도 어엿이 믿음의 공동체 안에서 행세를 하고 활갯짓을 치니 도대체 어찌 된 노릇인지 모르겠다.

 

떠나거라. 회칠한 무덤이여 이 봄에 열매 없는 늦은 가을 나무마냥 뿌리째 뽑혀 두 번 세 번 가뭇없이 사라져다오. 공회 앞에서 회술레를 당하기 전에 말이다. 그래도 제 버릇 누구 못 주겠지만.

 

중세 때 교회와 나라의 말다툼은 왕들이 왕이랍시고 제 기분 내키는대로 결혼하는 걸 못하게 잡도리하듯 간섭할 때 일어났다. 결혼이나 이혼문제에 있어 교회의 중재와 권고를 따르지 않으면 교회는 왕한테 두 가지 무기를 휘둘렀다.

 

첫 번째 무기는 출교였다. 이 조치는 왕이 성만찬에 참여할 수도 없고 교회의 어떤 위로와 편의도 받을 수 없음을 의미했다.

 

또 다른 무기는 금령이었다. 이 조치는 당사자인 왕의 영토에 적용되는 출교 조치였다. 벌 받을 당사자가 프랑스 왕이라면 교회의 모든 봉사가 프랑스 전역에서 금지됐다. 그러면 왕의 신하들은 자기들 상전이 교황한테 고분고분 말을 잘 듣게 하느라 땀을 찔찔 흘리며 골머리를 썩였다.

 

교회와 나라의 또 다른 형태의 싸움은 나라가 교회 일에 콩이야 팥이야 하며 나설 때 일어났다. 그 까닭은 교회가 독일과 프랑스 영토의 거의 반이나 되는 땅을 소유했기 때문이다.

 

교회가 땅을 소유하는 게 처음에는 나라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수도사들이 복음을 선교하려고 쑥대머리 야만인들이 북부 유럽으로 갔을 때 수도사들이 생계를 꾸리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 사용하지 않는 임자 없는 땅을 일구는 일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광대한 개간된 땅이 교회, 즉 교황청 소유가 되었다. 나라와 곤란한 문제들이 생기게 된 것은 땅에서 모든 세금이 나왔고 땅의 소유자들이 군대의 병사들을 대줬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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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와 협의하는 교황

 

자연히 왕은 땅이 돈을 잘 바치고 사람을 공급해 주는 사람들의 소유가 되길 바랬다. 궁리 끝에 왕은 주교와 수도원장들을 직접 임명하기 시작했다. 이런 고이얀 처사에 교황은 울대를 돋우며 발끈했다. 왕이 주교와 수도원장한테 든든한 배경이 되주었다.

 

그래서 급기야는 주교나 수도원장이 교황의 아랫것들인지 왕의 졸개들인지 하는 문제까지 일어나게 되었다.

 

권력이란 모래 같다던가. 아마 모래를 움켜쥐면 쥘수록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는 속성을 두고 이른 말인 것 같다. 이제 장로 신분의 대통령이 나왔으니 그가 권력을 잘 선용하도록 아부할 게 아니라 기도해야 될 것 같다.

 

2021-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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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배의 이야기 세계 교회사 67_ 교황의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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