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1-11-25(목)
 

엄상익 초상화 580px-web.jpg

 

좌판에서 떡볶이를 팔던 그분 


한밤중 잠이 오지 않는 시각에 유튜브에서 한 대통령 후보의 형수가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 걸 우연히 봤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던 대통령 후보의 욕설 장면을 본 적이 있다. 그렇게 독한 쌍욕을 들어본 적이 없다. 세상 밑바닥의 어떤 사람도 형수를 그렇게 욕할 것 같지 않았다. 대통령 후보가 그 배경을 해명했다. 그런가 보다 하고 이해했다. 화면에 나타난 대통령 후보의 형수는 후보의 해명을 거짓말이라고 반박하고 있었다. 온 가족이 도와도 힘이 부칠 상황에서 가족끼리 증오를 가지고 싸우는 보기 흉한 모습이었다. 가짜뉴스가 많은 세상이라 어떤 것도 선뜻 믿기가 힘이 든다. 변호사 생활을 30년이 넘게 했다. 사회의 밑바닥에서부터 허위와 위선이 가득 차 있는 세상이었다. 인간 세상 그 자체가 행복한 곳이 아닌 것 같다. 집집마다 분쟁이 있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있는 사람은 욕심을 부리고 없는 사람은 뜯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권력을 놓고 대통령 후보들은 국민까지 편을 갈라 죽기 아니면 살기의 싸움을 하고 있다. 권력욕 앞에 인간성이나 양심은 증발하고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세상이 서로 손톱과 발톱을 세우고 물고 뜯고 싸우는 지옥 같은 세상 같기도 하다.


이런 세상에서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할까, 아이들과 손자 손녀들에게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생각할 때가 있다. 도덕과 윤리는 미쳐 날뛰는 탐욕이라는 말 위에 타고 절절매는 약한 존재인 것 같다. 아마 쇼펜하우어가 그 비슷한 말을 했었지. 변호사는 세상 바닥의 애환과 아우성을 관찰하는 직업이다. 상가분양 사건의 변호사가 되어 사기범을 고소하고 배상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었다. 상가분양만 받으면 평생의 삶이 보장될 듯 달콤한 말을 해서 분양대금을 받은 것이다. 상가는 언제 지어질지 막연했다. 사기범들이 돈을 챙겨 다른 데 쓴 것 같았다. 그들은 미꾸라지 같은 지능범이었다. 불행 속에서도 사람들은 지저분했다. 피해자 대책회의에서 대부분은 그 상가를 다시 분양해서 피해를 보상받자고 했다. 그것은 집단 적으로 다시 사기를 쳐서 다른 사람의 눈물을 뽑자는 심사였다. 가난할수록 더 이기주의적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욕심에 의해 낱낱이 분열되어 있었다. 소송을 대리하는 변호사인 내게 사람마다 몰래 찾아와 돈을 받으면 자기만 먼저 달라고 했다. 나는 그들이 싫어졌다. 왜 그들이 피해자인지 의문도 들었다. 그들은 작은 돈을 내고 큰 걸 바라는 탐욕 때문에 사기를 당한 면도 있었다. 배상금을 먼저 받으려고 서로가 서로를 미워하고 교활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중 특이한 할머니 한 분이 있었다. 남대문 시장 안의 좌판에서 평생 떡볶이 장사를 했다고 했다. 그렇게 한푼 한푼 모은 돈으로 노년에 작은 상가를 사서 비를 맞지 않고 장사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 할머니가 내게 와서 이런 말을 했다. 


“사람들이 자기만 돈을 받으려고 혈안이 되니까 사기범들이 거꾸로 그 욕심을 이용하려는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소송을 취하하면 돈을 주겠다고 또 속이는 거예요. 그 사기범들은 법정에서 사기가 아니라 과장 광고라고 하면 얼마든지 법을 피할 수 있다고 큰소리치면서 사람들 마음을 약하게 만들어요. 이래서는 안 되겠어요. 내가 모든 걸 양보하겠다고 하면서 사람들을 뭉치게 하려고 해요. 억울하지만 저는 못 받아도 견뎌내겠어요. 평생 그런 일을 한두 번 당한 게 아니예요. 저는 괜찮습니다.”


그 할머니의 말을 듣는 순간 뭉클한 감동이 느껴졌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 할머니는 그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만들었다. 그리고 재판 때마다 사람들을 법정에 나가 앉게 하면서 침묵의 시위를 벌였다. 개개인을 만만하게 봤던 사기범들이 법정구속을 당할 위험에 처하게 되자 돈을 토해 냈다. 그리고 사건은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그 일이 끝나고 사무실을 찾아온 그 할머니에게 물어봤다.


“얼마나 힘들게 버신 돈인데 그렇게 양보하실 수 있습니까?”


그 할머니는 침착한 표정으로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육신이 죽고 영혼이 살면 되요. 성령의 힘으로 내가 없어지면 되죠. 그렇게 하면 어떤 고통도 쉽게 견뎌낼 수 있어요. 속에 성령이 오시면 가난해도 기쁘고 만족하고 감사할 수 있어요.”


그 할머니는 주위의 어둠을 비치는 등대였다. 자신이 행복하고 주위의 사람들까지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슬픔과 고통이 많은 인간 세상에서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까. 좌판에서 떡볶이를 40년 동안 팔았다는 그 할머니의 말이 맞는 것 같다. 육신이 죽고 영혼이 살면 된다고. 

 

2021-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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