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1-09-18(토)
 

Jerome_and_Gregory 성 예로니모(왼쪽)와 성 대 그레고리오(오른쪽)_ web.jpg

Jerome and Gregory

성 예로니모(왼쪽)와 성 대 그레고리오(오른쪽)

 

교황의 씀씀이


인플레에 좋은 점이 있다면 돈 쓰는 데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는 거다. 그런데 우리네 세종대왕이나 이율곡 선생이 힘을 엄청 발휘하는 곳이 있다. 그곳은 묘하게도 공산주의 나라들인 옛 소련과 중공이다.

 

어느 목사 한 분이 옛 소련 선교사로 파송되어 모스크바에서 일을 하다가 어느 고려인 교수에게서 요긴한 도움을 받았던 모양이다. 그 고마움에 대한 답례를 인사치레로만 때우지 않고 우리네 돈 30만 원에 해당하는 미국 돈을 건네 주었는데 우리에게는 별 크게 생각되지 않는 그 돈의 액수가 소련에서 그 교수로 하여금 입이 함박 만큼 벌어지게 한 모양이다. 까닭인즉슨 그 액수가 소련에서 그 교수의 일 년 치 봉급에 해당된다는 것이었다.

 

 

돈의 힘은 묘해서 부자가 하는 농담은 모든 사람이 다 배꼽을 쥐게 한다고 한다. 러시아에 가 있는 한국 선교사들의 주위에는 이런저런 연유로 많은 사람들이 꾀는 모양이다. 그래서 한국인 선교사들이 웃기는 말을 하면 러시아에 사는 사람들도 덩달아 낄낄거릴 게다.

 

그레고리우스 교황은 교회를 위해 돈을 쓸 때도 있었다. 세례받을 때 입는 세례 복을 마련해 개종한 유대인들에게 보내주었다. 시내 산에서 믿음을 성장시키기 위해 애를 쓰는 수도사들에게는 담요를 보내주었다. 그리고 이집트에는 예배당을 지을 때 요긴하게 쓰라고 통나무를 보내주었다.

 

이집트에 보낸 통나무가 너무 짧다는 보고서가 교황청에 접수됐다. 교황은 양미간을 좁히며 펜을 들어 답장을 보냈다.

 

『이것 참 미안하게 됐습니다. 통나무를 배 길이에다 맞추다 보니 그리됐습니다. 요즈막에는 긴 배가 잘 없군요. 긴 배가 항해를 하게 되면 그때 다시 기럭지가 긴 통나무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이집트 교인들은 하는 수 없이 교황이 보내준 키 작은 통나무로 서까래도 짧고 기둥도 낮은 교회를 지어야 했다. 그레고리우스 교황은 가끔 기분 내키면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선물을 내렸다. 그는 자상하게 편지까지 곁들였다.

 

『오리와 오리 새끼를 당신한테 보냅니다. 그것들을 볼 때마다 날 생각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성 대 그레고리오와 비둘기.jpg

 

그레고리우스는 옛날에는 정부가 행했던 종류의 일을 위해서도 돈을 썼다. 옛날에는 로마 정부가 로마 시민들의 식량을 공급해줬었다. 이제는 시대가 바뀌어 교황이 밀 경작지와 화물 수송 선박들을 소유했다. 로마인이 야만인에게 포로가 되었을 때도 속량 금을 교황이 지불했다.

 

로마에서 돈을 넉넉하게 가진 사람은 오직 교황뿐이었다. 교황은 야만인 롬바르드족하고도 조약을 맺곤 했다. 이 모든 일을 행함에 있어서 교황은 이태리 반도의 실질적인 통치자 역할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교황은 이런 과업들을 스스로 떠맡을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교황이 하고 싶어 안달이 나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마땅히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교회는 필요성을 느꼈고 그런 일을 해결하기 위해 간여했다.

 

교황은 그 영향력이 갈수록 증대됐다. 그래서 그는 주변의 여러 지방들, 콘스탄티노플에 자리 잡은 로마 황제, 그리고 스페인, 프랑스, 영국 등지의 야만 왕국들하고 교제를 나누며 싫든 좋든 정치를 논해야 했다.

 

2021-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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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배의 이야기 세계 교회사 54_ 교황의 씀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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