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1-01-22(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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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타 영감 이야기

신비의 베일 속에 있는 화타 영감에 대해서 세상의 호기심이 강했다. 그는 한의사가 아니고 종교적 주술로 병을 고치는 사람이라고 하기도 했다. 의료법 위반으로 입건된 화타 영감을 변론한다고 하니까 죽어가는 많은 사람들이 내게 절규하면서 마지막 부탁을 했다. 법원의 법원장이 화타 영감의 약을 부인이 먹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간청했었다. 화타 영감을 재판하는 법관의 위치였지만 아내의 죽음 앞에서 권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화타 영감의 의술을 무당 취급하던 의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날 창백한 안색의 의사 선생이 아내와 함께 찾아왔다. 50대 초반의 그는 큰 병원에서 내과 의사로 진료를 보아왔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자신의 병력을 얘기했다.

“췌장암입니다. 그리고 간에도 전이가 됐습니다. 몇 년 전 중국에 가서 신장이식을 받기도 했는데 지금은 아산병원에서 항암치료 중입니다. 의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대충 생명이 6개월 정도 남은 것 같습니다.”

그들 부부는 내 앞에 무릎을 꿇듯 하며 간청했다. 그런 절실함 앞에서 무쇠가 될 사람은 없다. 나는 화타 영감에게 죽어가는 그 의사 선생을 부탁했다. 그렇게 화타 영감은 실정법인 의료법을 계속 위반해 갈 수밖에 없었다. 검증이 안 된 그의 의술을 비난하던 의사들도 어찌할 수 없는 절벽 앞에 서면 그렇게 지푸라기라도 잡은 심정이 되는 것 같았다. 화타 영감과 잘 통하는 고교은사한테서 전화가 왔다.

“화타 할아버지가 그러는데 그 의사 선생 고치기가 힘든 것 같아. 화타 할아버지가 고개를 흔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그건 곧 죽는다는 소리야.”

고교은사의 목소리에는 안타까움이 배어 있었다. 다른 사람의 불행을 보면 더 마음이 아파하는 따뜻한 분이었다.

“그 의사 선생 생명이 앞으로 얼마나 남았다고 그래요?”

내가 물었다.

“화타 할아버지 말씀은 한 달 후에 항암제를 쓰는 날 확 나빠질 거라고 그러는데?”

신비 속에 있는 화타 영감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 같았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박태식 교수는 화타 영감 때문에 살아났다고 하면서 화타 영감을 숭배하는 사람이다. 그를 직접 만나 체험담을 들은 적이 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병원에서 이제 죽음이 3일 남았다는 선고까지 받았었죠. 저의 임종을 보려고 가족이나 친척이 찾아왔어요. 혼수상태 속에서 나의 영혼이 육체를 떠나 공중에서 찾아온 사람들을 보다가 다시 비몽사몽 간에 몸속으로 돌아오는 것 같았어요. 그러다가 할아버지를 만나 살아났습니다. 예수가 살린 성경 속의 나사로처럼 저는 화타 할아버지의 의술을 증명하는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어요.”

닷새 후 나는 회기역 부근의 연립주택에 사는 화타 영감을 만났다. 그를 변호하는 기회에 나는 신비의 베일을 들추고 영감을 조금이라도 더 자세히 알고 싶은 호기심이 있었다. 귀신을 만난다는 육경신 수련을 80년 가까이 했다는 백세 살의 노인이었다. 그날도 그는 검은 비단 위에 신선들이 노는 병풍 앞에 정물처럼 앉아 있었다.

“할아버지 내가 손금 좀 봐 둡시다. 무슨 복을 받아서 백 살이 넘는 지금까지 사시는지 알게.”
“봐.”

노인이 내게 손을 펴서 내밀었다. 작은 덩치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큰 손이었다. 손가락이 길쭉하고 명 금이 손목까지 뻗어 올라가 있었다. 손이 따뜻하지 않고 얼음처럼 찼다. 30년 동안 변호사를 해 오면서 만난 수많은 죄수들의 얼굴 특징도 틈틈이 메모해 놓기도 했었다. 이태리 학자 롬브로조는 범죄인들의 두개골 형태를 연구하기도 했다.

“무슨 손이 이렇게 커요?”

내가 말했다.

“손이 큰 사람은 심장이 커. 그리고 오장육부가 튼튼하지. 그런데 발이 큰 사람은 도둑놈 팔자야. 그리고 발에 땀이 많은 사람은 천하게 살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어. 난 사람들이 모였을 때 신발들을 많이 살폈어. 신발이 크고 거기서 냄새가 나는 사람들은 도둑놈이거나 어렵게 살더라구.”

믿거나 말거나 화타 영감의 의술과 손발에 나타난 건강과 운명을 배운 하루였다.

2020-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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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익의 미셀러니 - 화타 영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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