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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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의 최초 노벨상 수상(1923년) 시인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 1865년 6월 13일 ~ 1939년 1월 28일)의 시 가운데 이런 글이 있다.

“나는 내가 맞서 싸우는 그 사람들을 증오하지 않고, 내가 위해서 싸우는 그 사람들을 사랑하지도 않는다.”

목사의 의무. 목사는 기본적으로 객관성과 보편성을 지켜야 한다. 노동자들이 해주는 옷을 입고 농민들이 해 주는 밥을 먹고 있는데 밥값 해야 한다. 목사들이 자기 영역에서 자기 일들만 하면 사회가 잘 굴러가게 돼 있다. 목사가 갑자기 정치와 결탁하면서 기득권 공유하며 어용으로 변해간다든지 하면 ‘기생충’이 되는 거다. 목사도 인생은 한 번밖에 없는데 자기를 배려해야 한다.

진정으로 교단이 잘 되기를 바란다면 쓴소리를 들어야 한다. 가장 훌륭한 비판은 대안이니까. 자기들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반성하고 개혁해야 한다. 맨날 정치 싸움하는 게 총대 역할인가. 지금 교단은 자기 개혁을 해야 한다.

혁신(革新)은 동물의 표피에 무두질을 해서 전혀 새로운 가죽으로 만드는 일이다. 쇄신(刷新)은 옛것을 긁어 없애 아주 새롭게 탈바꿈토록 하는 행위다. 갱신(更新)은 아예 새로 바꾸는 일이다. 보수 교단의 개혁(改革)은 제도나 체제 따위를 성경에 맞게 새롭게 뜯어고치는 것이다. 선거법이 있어도 성경에 벗어난 신앙생활을 하니 신앙양심이 일반인보다 못하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처럼.

우리의 몸도 그와 같아서 새 양분을 들이면 이전의 그것은 자리를 비켜야 한다. 이른바 신진대사(新陳代謝)다. 새것[新]과 옛것[陳]이 차례대로[代] 사라짐[謝]을 가리킨다. 시간의 변화도 마찬가지다. 송구영신(送舊迎新)이라고 하면 지나가는 해 보내면서 다가오는 해를 맞는 일이다. 과거를 돌아보는 회고(懷古)의 정서도 얼핏 읽히지만 사실은 다가오는 새것을 향한 주목(注目)이 더 강하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성어가 그렇다. 옛것을 익혀 새것을 알아가자는 취지지만 ‘온고(溫故)’의 실제 목적은 새것을 알아가자는 ‘지신(知新)’이다.

총회실행위원회는 11월 19일 라움호텔에서 제105회기 1차 회의를 열었다. 가수 나훈아처럼 광대를 자처하는 소강석 제105회 총회장은 기관지 기독신문을 통해 광야의 소리 세례 요한 같은 전광훈 목사에 대해 대통령 문재인과 좌파 성향의 현 정부가 좋아할 팩트를 말했다. 기자는 팩트만 주면 된다. 팩트가 가장 위대한 비판이라 생각한다. 기자가 하는 최대의 비판은 팩트이기 때문이다. 기독신문 기자가 전하는 제105회 총회장 소강석의 팩트는 이렇다.

“위원회가 전광훈 목사에 대해 이단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전광훈은 이단성이 없다고 보지 않는다. 하지만 이단 교리를 설파하거나 책을 낸 것이 아니다. 말 실수를 했으며, 과도하게 정치에 함몰됐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광훈 목사는 공교회 앞에 사과하고 회개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교회는 엄중 경고해야 한다. 차제에는 그런 행사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강석 목사는 총회 산하 교회와 목회자들도 우려했다. 그는 “총회 산하 목회자들과 성도들 중에 전광훈 목사의 애국 운동에 동참한 인사들이 있다. 만약 전광훈 목사를 이 자리에서 이단으로 처리하면 총회 산하 목회자와 성도들도 이단에 동조한 자들이 될 수 있다”라면서 “따라서 충분한 검토와 논의를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2020년 9월 7일 자 기사는 전광훈 목사에 대해 이런 팩트를 전했다.

법원의 ‘보석 취소’ 결정에 따라 재수감이 결정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경찰의 수감 지휘 집행 아래 다시 구치소에 수감됐다.

7일 오후 3시 30분께 진행된 경찰의 수감 지휘 집행에 따라 마스크를 쓴 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앞에 모습을 드러낸 전 목사는 “대한민국이 전체국가로 전락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전 목사는 “대통령 말 한마디에 사람을 이렇게 구속시킨다면, 이것은 국가라고 볼 수 없다”라며 “저는 다시 감옥으로 가지만 반드시 대한민국을 지켜낼 것”이라고 했다.

이어 “언론에서 자꾸 제가 방역을 방해했다고 분위기를 조성해서 재구속 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에 다시 이런 일이 있으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보수 교단의 총회장이라면 쿨한 것까지는 봐주겠는데 사람들이 신뢰할 수 있을 만한 보수적인 점잖음이 있었으면 좋겠다. 시인 소강석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예이츠가 1920년 쓴 ‘재림’은 20세기 창작된 시 가운데 시적 형상화가 무척 두드러지는 시이다.

“모든 것이 파괴되고 그 중심은 무너진다.
오직 혼돈만이 지상에 가득하다.
온 누리에 핏빛으로 얼룩진 조수가 퍼지고
순결한 의식은 물에 잠긴다.
선인은 주저하고 악인의 열정은 가득하다.”

이 시에서 ‘선인’이라고 일컬어지는 존재는 당시 유럽을 휩쓸던 물질주의의 바람 앞에서 전통문화를 지키는데 무능력했던 기존의 기득권층이다. 시의 마지막 구절은 역사는 반복되고 당시 사회는 순환하던 역사가 마무리되고 새롭게 기독교가 성장하는 시대였다는 예이츠의 믿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런데 마침내 때를 맞이하여 태어나고자 베들레헴으로
뚜벅뚜벅 걷고 있는 저 상처 입은 짐승은 누구인가?”

성경에 근거해 기존 보수 전략의 문제가 무엇이며 새로운 개혁 세력을 어떻게 세울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성경 말씀대로 입을 막으면 돌들이 일어나 외치게 되어 있다. 주님이 말씀하신다.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만일 이 사람들이 잠잠하면 돌들이 소리지르리라 하시니라 누가복음 19:40

2020-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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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회 세움 총회 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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