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4(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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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죄부 판매 
 

타협하는 교회

교회가 조심성이 없어졌다. 야심만만한 데키우스 황제가 로마 권좌에 또아리를 틀기 전 반세기 동안 교회는 평화에 흠씬 젖어 있었다. 이 기간에 교회를 교회답게 하는 엄격함이 하나하나 풀어졌다. 그리스도교 신자가 이교도인에게 더욱 친근하게 되었다. 불신자와의 결혼도 꺼리지 않게 되었다. 시련에 대해 마음을 굳게 다잡지 않았다. 축복과 평화와 즐거움이 신자의 마음을 차지했다.

많은 신자가 발을 헛디뎌 넘어지고 엎어졌다. 서둘러 황제 신전에 희생 제사를 드리러 가는 신자가 조금씩 늘어났다. 그곳에서 얼굴을 마주친 신자들은 처음에는 서로 쭈뼛거리기도 했지만 이내 반갑게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감독들까지도 뒤질세라 이교도 제단에 양 떼를 질질 끌고 갔다.

그런가 하면 이교도의 제단에 허리를 조아리지 않고 투옥되는 그리스도인도 있었다. 잠시 고문을 견디는 그리스도인도 있었다. 아주 곤란하고 난처했음을 나타내는 모종의 행동을 취한 그리스도인도 있었다. 이 약삭빠른 사람들은 희생 제사를 드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이 희생 제사를 우상에게 드렸음을 말해주는 증명서를 취득했다. 종종 관리들도 신자들에게 사근사근하게 대했고 신자들을 죽이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관리는 신자한테 눈웃음을 치며 이렇게 말을 건넸다.

“난 당신이 그리스도인이라는 걸 알아요. 굳이 희생 제사를 드리지 않아도 되요. 뭐 좋은게 좋은거 아니겠어요.(이때 그는 눈을 찡긋했다.) 얼마 내세요. 그럼 희생 제사를 드리지 않아도 증명서를 내드리겠오.”

귀가 솔깃해진 그리스도인은 눈을 말똥거리며 머리를 잽싸게 돌려댔다. “희생 제사를 드려서는 안 된다고 감독께서 말씀하셨지. 나 역시 그럴 마음은 털끝만치도 없지. 그렇지만 증명서를 발급받아서는 안 된다는 말은 감독이 안 하셨지. 증명서를 갖는다고 해서 주 예수 그리스도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관리는 내가 그리스도인임을 알고 있다. 고맙게도 관리는 내 목을 자르질 않고 그리스도인이 된 것에 대한 벌금만을 물릴려고 한단 말이야. 내가 그리스도를 부인하지 않을진대 이걸 안 할 도리가 없지 않은가?”

정작 고통스러운 문제는 그 증명서가 우상에게 희생 제사를 드렸음을 말해준다는 데 있었다.

박해는 오래가지 않았다. 그게 끝나자 발을 헛디뎌 넘어졌던 사람들 가운데 많은 사람이 교회에 돌아가고 싶어 했다. 그들은 진심으로 주 예수를 사랑했다. 그들은 교회란 노아의 방주와 같아서 교회 밖에 있으면 모두 멸망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이제 이 사람들은 방주로 돌아갔으면 했다. 이런 사람은 달랑달랑 선물을 들고 감독을 찾아가 눈물 콧물 흘리며 애걸복걸했다.

마음이 약해진 감독은 넘어졌던 배교자가 용서받을 수 있는 조처를 취했다. 그 조처란 배교자가 굵은 베옷을 입고 머리에 재를 쓰고 회중 앞에 나와서 자신의 슬픔을 나타내 보이는 것이었다. 이것을 고백이나 참회라고 한다. 처음에 고백은 회중 앞에서 행하는 공개적이고 공중 적이었다. 나중에 그것이 목사나 사제 앞에서 행하는 은밀한 개인적인 것이 되었다.

2020-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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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배의 이야기 세계 교회사 23_ 타협하는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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