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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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supper from Kremikovtsi 

예배와 예절

스무 세기 끄트머리쯤에 사는 한국 사람들은 너나없이 새로운 병을 하나씩 앓고 있다. 병명은 교통체증이다. 며칠 전에 살 만치 살았으니 가도 괜찮겠다며 세상 떠난 이브몽땅이 코맹맹이 소리로 노래하던 마른 낙엽처럼, 길마다 차들이 가득가득 뒹군다.

주일이면 그리스도를 모르는 친구들은 들녘이나 산자락으로 승용차를 타고 몰려가 북새통을 이룬다. 또 그리스도인과 친하거나 안면이 있는 사람들도 거의 대부분이 자가용을 타고 교회로 밀려와 교회 마당 내지는 골목을 깍두기 판으로 만들어 놓는다.

초대교회의 예배는 금요일 해 질 녘에서 토요일 해 질 녘까지 이어진 유대교의 안식일보다는 주일(Sunday)에 드려졌다. 그리스도인들이 예배드리는 날을 이렇게 바꾸게 된 연유는 그리스도께서 죽으신 뒤 제자들에게 처음 모습을 나타내셨던 날이 바로 일요일이기 때문이다.

이날이 되면 도시와 지방에 흩어져 살던 그리스도인들이 꼬박꼬박 함께 모였다. 그리스도인들이 옹송옹송 모여들면 지도자가 그들에게 구약과 신약을 읽어주고 설명을 해준다. 설교를 마친 뒤 회중은 일어서서 기도했다. 그다음에 떡과 포도주를 들여왔다. 지도자가 감사기도를 드렸고 모든 사람이 ‘아멘’이라고 답했다. 아멘이라는 말은 히브리어로서 “그렇게 되게 해주소서(So may it be)”라는 뜻이다.

이 말은 예수 님의 말씀을 그대로 채택한 것인데 헬라어와 라틴어로 변함없이 번역되었다가 나중에 영어로 번역되었다. 그리고 급기야는 한국말로도 원래 말 그대로 옮겨져 사용될 정도로 온 세계에서 공히 사용되고 있고 누구나 알아듣고 뜻이 통하는 방언이 되었다.

감사기도를 드린 뒤 집사들이 떡을 떼고 잔을 나누는 일을 봉사했다. 초대교회 그리스도인들은 주일마다 꼬박꼬박 성만찬 내지는 감사제를 가졌다.

설교자는 회 중에게 신앙의 위대한 진리를 들려주었다. 또 한 설교자는 교인들에게 좋은 몸가짐이나 예절과 같은 아주 사소한 문제들에 대해서도 말했다. 예컨대 이 세기 교인이 받은 교훈 가운데 이런 게 있다.

설교자는 그를 빤히 바라보는 교인들에게 담담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길 떠나는 사람이 배를 채우듯이 음식을 게걸스레 먹지 마십시오. 입안에 음식을 가득 채우고 우적우적 먹는 모양은 얼마나 볼썽사납습니까. 입에 음식을 넣은 채 말한다든지 동시에 마시고 먹고 하지 마십시오. 웃음을 자제하세요. 사람이 늘 상 웃어서는 안 됩니다. 사람이 시도 때도 없이 웃게 되면 웃는 동물이 되고 맙니다. 말이 늘 상 히잉 거리며 우는 것은 그렇게 울게 되어 있는 동물이기 때문에 그런 것처럼 말입니다. 여자가 너무 웃음이 헤픈 걸 킬킬거린다고 하고 남자가 그러는걸 껄껄거린다고 합니다. 그런 웃음보다는 미소가 훨씬 낫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뭐 울적한 표정을 지을 필요는 없습니다. 재채기가 날 경우에 느닷없이 폭발해서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하지 마십시오. 보석으로 치렁치렁 꾸민 여인들에게 그렇지 못한 여인들이 그들의 종들처럼 보일까 걱정됩니다. 제발 여자들은 덕지덕지 바른 화장으로 그 고운 얼굴들을 뭉개지 마십시오. 아름다움이란 건강한 모습이 활짝 핀 꽃이랍니다. 너무 사치품들을 쓰지 마십시오. 칼자루에 보석이 없다고 칼이 잘 들지 않겠습니까? 예수 님은 그냥 밥그릇에 밥을 잡수셨고 풀밭에 앉아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는 사마리아 여인에게 바가지에 담은 물을 좀 달라하셨습니다...”

2020-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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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배의 이야기 세계 교회사 22_ 예배와 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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