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The Eucharist has been a key theme in the depictions of the Last Supper in Christian art.jpg
 Christ with the Eucharist, Vicente Juan Masip, 16th century
 

주님의 만찬

주님께서 잡히시던 날 제자들과 더불어 저녁식사를 나누셨다. 요새말로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회식을 하신 셈이었다. 그러니 모처럼 제자들로서는 제법 걸게 차린 식사였다. 그러나 그것은 주님과 나눈 마지막 저녁 식사임을 제자들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이 마지막 만찬을 계속 기념하는 것을 주님의 저녁 식사 즉 성만찬이라고 한다. 이것이 그리스도교에서 세례 말고 또 하나의 성례가 되었다. 이 성만찬에 대한 그리스어 명칭이 유카리스트(Eucharist)였다. 그 뜻은 ‘감사한다(to give thanks)’이다. 이를테면 주님의 만찬은 일종의 감사제였다.

처음에는 성만찬이 진짜 식사였다. 감정표현이 솔직한 사도 바울은 고린도 교인들이 게걸스레 너무 많이 먹고 마신다고 툴툴거렸다. 그래서 사도는 교인들에게 점잖은 권면을 하나 해주었다. 그것은 성만찬을 먹으러 교회에 오기 전에 집에서 뭔가 먹고 배를 좀 채워오라는 것이었다.

사실 20세기 말엽을 한국교회에서 보내고 있는 우리들은 어떻게 보면 매 주일 초대교회식의 성만찬을 즐기고 있다고 봐야겠다. 우리는 늘 상 대 예배를 마치기가 무섭게 예배당의 지하실이나 별실로 몰려가 그들먹한 점심들을 양껏 뱃속에다 밀어 넣고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말하면 입이 뭐만큼 나와 우리는 기껏해야 국수밖에 못 먹는데 하는 교인도 있겠지만서두...

St_Michael_the_Archangel,_Findlay,_OH_-_bread_and_wine_crop_1.jpg
 St Michael the Archangel, Findlay, OH - bread and wine crop

어쨌든 얼마 안 가서 이런저런 이유로 해서 성만찬의 진짜 식사는 모습을 감추게 되었다. 그 대신에 오늘날과 같은 적은 양의 떡과 포도주로 대체됐다. 그리스도인들은 이 감질날 만큼의 떡과 포도주가 아주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믿었다. 초대교회 때 성만찬 시 사용된 다음과 같은 기도문이 있다.
 

먼저 잔을 위해 기도드립니다. 우리의 아버지시여 당신의 종 다윗의 거룩한 포도나무에 대해 당신께 감사드립니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아들 예수님을 통해 우리에게 그 거룩한 포도나무를 알려주셨습니다. 당신에게 영원히 영광을 돌리옵니다. 뗀 떡을 위하여 기도드립니다. 당신의 아들 예수님을 통하여 우리에게 알려주신 생명과 지혜에 대해 우리의 아버지 당신에게 감사드립니다. 당신에게 영원히 영광을 돌리옵니다. 떼어진 떡이 산들에 씨앗으로 뿌려진 뒤에 함께 모여 한 덩어리가 됐던 것처럼 당신의 교회가 땅의 쪼가리들에서 하나님의 나라로 함께 모여지게 해주소서.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영광과 권세가 당신의 것이기 때문이옵니다.

주님과 더불어 식사를 하는 이 성만찬 예식에서 눈물을 글썽이는 집례자들이 적지 않다. 감사제로 드리는 이 성례에 참여하는 세례 교인들은 사실 그리스도교의 정식회원으로서 떡과 포도주를 먹고 마시게 된다. 그러나 이 식사를 권하는 사람이 눈물을 섞어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게 되면 주님의 식사에 초대받는 세례교인들도 덩달아 목이 메어 얼마 되지도 않은 식사를 보릿고개 넘기듯 해야 한다.

초대교회의 성만찬 기도를 통해 엿볼 수 있듯이 이 예식을 통하여 모든 신자들이 한 덩어리 떡이 되고 한 줄기 포도나무가 되는 뜻을 되새겨야 할 것 같다. 하나님이신 주님의 만찬에 초대받아 그의 살과 피로 만들어진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전라도니 경상도니 하는 것은 얼마나 객쩍은 일들인지...

2020-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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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배의 이야기 세계 교회사 21_ 주님의 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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