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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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은 고슴도치 쪽일까 아니면 여우에 가까울까. 조금 실례되는 말처럼 들리지만 이 인간 유형론(類型論)을 학문 세계에 처음 도입한 인물은 정치철학자 이사야 벌린(1909~1997)이다. 고슴도치는 한 가지 이론으로 복잡한 세상만사를 설명한다. 모든 일에는 빛과 그늘, 효과와 역(逆)효과라는 양면성(兩面性)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자신의 정책과 예측이 잘못됐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전면 부인한다. 예측이 빗나가면 타이밍이 이상하게 꼬였다거나 예상 밖 요인이 등장했기 때문이라며 틀린 생각을 고집한다. 실업률이 올라가고 취업률이 떨어진 이유를 장마 탓으로 돌리는 식(式)이다. 의견이 다른 두 마리 고슴도치가 부딪치는 TV 시사토크쇼는 재밌고 시청률도 높다.
 
여우는 다르다. 눈앞에 보이는 사태의 배후에서 작용하는 다양한 원인을 탐구한다. 최저임금만 인상하면 가계소득이 절로 높아진다는 단순 이론을 거부한다. 무한히 긴 지렛대와 그만한 받침점만 가져오면 지구도 들어 올릴 수 있다고 호언장담(豪言壯談)하지도 못한다. 그래서 간(肝) 큰 고슴도치와 붙으면 백전백패(百戰百敗)다.
 
문재인은 프랑스 방문에서 "프랑스혁명과 광화문 촛불이 시공간(時空間)을 뛰어넘어 깊이 연결돼 있음을 느꼈다"면서 "프랑스혁명 정신은 한국 국민이 들었던 촛불 하나하나에서 혁명의 빛으로 되살아났다"고 했다. 외교적 수사법(修辭法)이라 해도 프랑스혁명은 이렇게 단순한 미화(美化)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역사다.
 
미국역사학회(AHA) 회장의 2003년 취임 연설을 들어보자.
 
"프랑스혁명의 역사적 의미는 인정받고 있지만 평판(評判)은 추락했다. 이제 프랑스혁명은 폭력·공포 정치·전제주의 그리고 집단 학살의 전조(前兆)로 다가선다."
 
왕과 백성에서 혁명 주동자까지 1만 명 이상의 목이 단두대에서 잘려나갔으니 평가가 여러 가지일 수밖에 없다.
 
1957년 6월 마오쩌둥(毛澤東)은 고위 당직자 회의를 소집했다. 그 자리에서 중국이 지향하는 정치체제를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중앙집권적이면서도 민주적이고, 기율(紀律)이 엄격하면서도 자유스럽고, 뜻을 하나로 모으면서도 각자의 개성이 분방(奔放)하게 발휘될 수 있는 정치 풍토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 발언을 계기로 봄이 찾아왔다. 반동(反動)이란 딱지가 붙어 무수한 사람이 희생된 엄동설한(嚴冬雪寒) 뒤의 봄이라서 지식인들은 특히 환호했다. 주석(主席)의 뜻이 '민주적' '자유스러운' '개성이 분방하게 발휘되는'이란 단어에 있다고 믿은 일부는 공산당의 비(非)민주성을 개혁하라는 데까지 나갔다. 봄은 갑자기 끝났다. 수천 명이 처형되고 수만 명이 감옥에 갇혔다. 이것이 '뭇꽃이 핀다'는 백화제방(百花齊放)의 결말이다. 이런 결말이 마오(毛)가 의도적으로 덫을 놓았기 때문인지 아니면 공산당 독재에 대한 불만이 그렇게 큰지 몰랐다가 비판의 홍수에 당황했기 때문인지는 불분명하다.
 
노무현 대통령도 그랬다. 노 대통령은 2003년 중국 칭화대(淸華大) 방문 때 "가장 존경하는 중국 정치인으로 마오쩌둥(毛澤東)·덩샤오핑(鄧小平) 주석"을 꼽고 "두 분이 시대를 나눠 중국 역사를 새롭게 만들었다"고 했다. 천윈(陳雲)은 혁명 원로로서 마오쩌둥 사후(死後) 덩샤오핑과 함께 권력의 양축(兩軸)을 이뤘다. 천윈의 마오쩌둥 평가는 이렇다. "마오 주석이 1956년에 죽었더라면 업적은 불멸(不滅)로 남았을 것이다. 1966년에만 죽었어도 과오도 많지만 공(功)이 더 크다 했을 것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1976년까지 살아있었으니…." 대약진운동·인민공사·문화대혁명을 거치며 최소 4,500만 명이 굶어 죽고, 맞아 죽은 마오의 시대를 한마디로 규정한다는 것 자체가 고슴도치의 과욕(過欲)이다.
 
고슴도치 시대에 여우들 목소리는 여론 대접도 받지 못한다. 그 결과 앞뒤가 어긋나는 말과 행동이 탱크처럼 굴러간다. 현 정권은 역사 교과서에서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라는 표현을 삭제키로 했다. 북한을 합법 정부로 인정한다는 뜻이다. 그래놓고 대통령 대변인은 "북한은 우리 법률 체계에선 국가로 인정되지 않으므로 북한과 합의는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 없다"고 한다.
북한을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非核化)의 길'로 인도하기 위해서 한국은 '동맹 관계에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줘도 된다' 식의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재판의 독립'과 '법관 인사의 독립'이 사법부 독립의 기둥이다. 정권은 이 두 기둥을 뽑으면서 사법부를 개혁한다고 한다. 현 정권을 비판·공격·조롱하면서 국고 지원을 받는 예술가는 없다. 예술계의 굵직굵직한 의자에는 한자리 예외 없이 자기편을 앉혔다. '이심전심(以心傳心) 리스트'를 갖고 있다는 말이다. 리스트를 인쇄했던 미련한 전(前) 정권 인사들은 엄중 처벌을 받았다. '인쇄된 리스트' 와 '인쇄되지 않은 리스트'의 차이가 무엇인가.
 
우익 독재와 좌익 독재는 힘의 방향이 다를 뿐 작동(作動) 원리는 같다. 나치 독재 시대를 몸으로 뚫고 나온 독일 어느 법학자는 그 시대를 이렇게 요약했다. '"명령은 명령이다" "법률은 법률이다"라는 구호로 군(軍)과 사법부를 무력화(無力化)시키고 "정의는 정의다"라는 구호로 '불의(不義)의 시대'를 완성했다.' 권력이 휘두르는 동어반복(同語反復)의 최면술은 일종의 사기(詐欺)다. 이런 시대를 뚫고 나가려면 여우들은 '근거'를 물어야 한다. '명령의 합리성'과 '법률의 정당성'의 근거를 묻고 권력이 내세우는 '정의의 실체'를 의심해봐야 한다.
 
전략의 출발은 '여기가 어디고 지금이 언제인가'를 정확히 아는 것이다. 앞의 것이 '지리(地理) 감각'이고, 뒤의 것이 '역사 감각'이다. '상대를 바로 알고 나를 바로 아는 것'도 이 두 가지 위에서 가능하다. 역사는 지리 감각과 역사 감각을 잃은 국가들의 무덤이다.
 
1871년 독일을 처음 통일했던 비스마르크는 후대(後代)에 두 가지 생존의 지혜를 물려주었다. 하나는 서쪽 프랑스, 동쪽 러시아와 이룬 국경이 산맥이나 바다처럼 든든한 울타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당부다. 양쪽을 적으로 삼거나 양쪽과 동시에 전쟁을 벌이는 것은 '국가의 자살'과 같다고 했다. 다른 하나는 내부가 분열됐을 땐 어김없이 외세(外勢)가 개입했다는 교훈을 명심하라는 것이다. 비스마르크가 남긴 '지리 감각'과 '역사 감각'은 곧 잊혔고, 독일은 두 차례 세계대전에서 양면(兩面) 전쟁을 벌이다 패배했다.
 
2018년 6월 13일 수요일에 대한민국 전역에서 치러진 6·13 지방선거 결과는 더불어민주당의 싹쓸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선거를 딱 한 달 앞둔 대통령 지지도가 최고 86%를 기록했다. 취임 당시(84%)보다 더 높다. '대통령 우산' 속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55%가 나왔다.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 등 4당 지지율을 모두 합친 것의 2배였다. 반면 2020년 1월 31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인 34%로 떨어졌다는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지지 정당이 없다고 밝힌 무당층(無黨層)은 현 정권 출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현 정권 핵심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둘러싼 여권과 검찰의 충돌, 부동산 정책 논란,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등이 여권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거 전날 6월 12일에는 트럼프-김정은 회담이 싱가포르에서 열렸다. 3월부터 이어져 온 북핵 드라마의 정점(頂點)을 찍는 날이었다. 지 고모부를 박격포로 죽인 천인공노할 김정은 위원장은 회담 분위기 조성을 위해 억류 미국인 석방이라는 선물을 보냈고 뒤든 앞이든 이익만 밝히는 거래의 달인 트럼프 대통령은 '생큐(Thank you)' '나이스(nice)'라는 단어로 감사를 표시했다. 오가는 말에서는 미·북 간 중대 거래(去來)가 익어가는 냄새가 물씬 풍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대안(代案)'을 제시한 데 대해 사의를 표한다'(김정은) '우리가 한반도 전체(entire peninsula)를 비핵화 할 때 가장 자랑스러운 업적이 이뤄질 것'(트럼프). 트럼프의 표현도 지금까지의 '북한 비핵화'에서 김정은식 용어(用語)인 '한반도 비핵화'로 옷을 갈아입었다. 의미심장(意味深長)한 듯 했지만 실상은 있으나마나 한 것의 비유인 개뿔 변화였다.
 
모든 거래의 기본 원칙은 등가(等價) 교환이다. 김정은이 확실히 핵과 미사일을 내려놓는다면 그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대북(對北) 제재 완화, 경제 지원과 국제 경제 기구 참여 허용, 미·북 수교(修交)를 비롯한 북한 체제 보장 방안, 전략무기 한반도 전개 축소, 한·미 연합훈련 축소, 주한 미군 감축 등 모든 메뉴가 정상회담과 후속 회담 탁자에 오른다고 봐야 한다. 이들 메뉴는 트럼프식 '신속한 일괄 타결'과 김정은이 희망하는 '단계적 동시 타결' 방식을 혼합한 조리법(調理法)으로 굽거나 익혀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이 코스 요리가 자신이 재선에 도전하는 2020년 11월 이전에 제공된다는 시한(時限)만 명시되면 조리법의 배합(配合) 비율에는 융통성을 보일 공산이 컸다. 개뿔 아무것도 없었다.
 
한국 보수(保守)는 2020년 총선, 2022년 대선으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 속내를 감출 줄 모르는 위선의 중독자 문재인의 고공(高空) 지지율을 떠받치는 핵심 기둥은 남북 관계 변화다. 그러나 실상은 선제공격, 예방전쟁이란 살벌한 단어들이 오가는 전쟁 분위기에서 벗어난 듯한 빈말의 성찬으로 일시적 안도감(安堵感)이 불러온 착각 비슷한 것이다.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끈 처칠은 전쟁 승리 두 달 후 선거에서 졌다. 1차 이라크 전쟁 승리로 지지율이 89%로 치솟았던 아버지 부시도 재선에 실패했다. 선거정치에선 평화도 승리만큼 덧없는 물거품이다.
 
브란트 총리의 동방(東方) 정책을 매섭게 비판하면서도 그 위에서 자유민주주의적 독일 통일의 길을 닦았던 헬무트 콜 총리의 비전과 전략이 담긴 말을 참고할 일이다.
 
“사회주의자는 (정권 장악에) 성공할지 몰라도 사회주의는 (국민을 고루 배부르게 한다는) 목표 달성에 성공한 적이 없다.”
 
100원에 사들여 80원에 파는 기업은 없다. 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에선 80원의 세금을 걷어 100원어치 복지를 베풀겠다는 정치인이 성공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결과는 정치인 대신 나라가 망하는 것이다. 경제와 담쌓은 사람도 일거리가 늘어야 일자리가 는다는 원리는 알고 있다. 이 정부는 거꾸로 간다. 세계 모든 개발경제학 교과서에는 '한국 성공'과 '북한 실패' 스토리가 체제(體制) 간 우열을 비교하는 대표 사례로 실려 있다. 그런데 정작 한국은 이와 정반대로 학생을 가르치기 위해 역사 교과서를 뜯어고치고 있다. 우리 보수 교단은 나날이 깊어가는 국민의 이런 시름과 걱정에 희망의 출구(出口)를 위한 기도의 사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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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인파가 몰렸던 2019년 10월 광화문 집회 뒤 한기총 회장 전광훈이 약속보다 늦게 나타나 인터뷰 기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출발하려는데 취재진이 빙 둘러쌌다. 내가 스타가 됐다. 전국에서 사람들이 다 나를 보겠다며 온다."
 
"문재인 정권에 대해 화가 나서 광화문에 몰려나왔지 목사님을 보러 나온 것은 아니다. 그걸 착각하면 안 된다."
 
"적어도 80%는 나를 보러 나왔다."
 
"분노하는 국민을 위해 자리를 깔아주는 역할을 맡았다고 생각해라. 자신을 과대평가하면 파국이 시작된다."
 
문재인을 탄핵한다는 그는 "나라를 위해 내 한 몸 바치려는 것뿐이다. 세속 정치에 대한 욕심은 털끝만치도 없다"고 문재인 어법으로 말했다고 한다.
 
이런 전광훈 목사와 손잡고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신당을 창당한다고 한다.
 
요즘 보수층이 가장 열광하는 진보층의 폭격기 '문재인 정권 공격수' 진중권씨가 이런 말을 했다.
 
“탄핵 이후 보수의 환골탈태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결국 그들에게 발목을 잡혀 개혁에 실패하고 말았죠. 그런 의미에서 태극기 부대야말로 문재인 정권을 지탱해주는 최대의 버팀목입니다. 변화를 거부하는 그들이 보수의 헤게모니를 잡고 있는 한 우리 사회의 친문 헤게모니도 영원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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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독재정권 시절 진보주의 교단과 신학대학은 용감하게 시위에 앞장섰다. 이제 공법의 철옹성 윤석열 검찰총장과 촌철살인의 성웅 진중권 교수 외에 공산주의 행태를 빼닮은 친문 헤게모니를 침묵으로 지원하는 진보 진영 교단을 넘어서서 하나님의 주권과 공의를 믿는 보수 교단이 나서야 할 갈 것이다. 보수교단의 선봉장 제104회 총회장 김종준 목사는 신앙의 회복을 외치고 있다. 그러면 자유민주주의를 따르고 추구하는 세력이 국가를 운영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 교단은 구태의연한 태도를 벗어나 태극기 부대를 넘어서는 자유 민주주의 토대의 신앙을 위한 회복 기도회를 광화문 광장에서 열고 찬송과 기도로 국가와 민족의 평화 통일을 위해 성령의 투혼 김종준 총회장과 목회생태계 퍼스트무버 소강석 부총장이 함께 나서야 할 것이다.
 
2020-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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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난국을 위한 보수 교단의 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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