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4(수)
 
20170131_132113-web.jpg
 
지난 2017년 10월 31일 오후 5시 30분경 노원역 환승 과정에서 일어난 사고로 벌금 30만 원을 선고받아 그 액수만큼 내일 2018년 6월 12일부터 14일까지 참회의 심정으로 하루 10만 원씩 3일 치르려는 교도소 체험의 전말은 이렇다.
 
사건번호: 2018고정298
피고인: 김영배
 
존경하는 판사님.
 
68세의 까칠한 목사인 제게 지난 재판정에서 판사님의 반성이 부족하다는 권면에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의 단견과 포용력이 부족한 처신에 깊은 반성을 느껴 이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노년에 7년 여 기독교계의 소식을 다루는 ‘더굳뉴스’라는 격주간지와 인터넷 신문을 운영하며 상계동 18평 아파트에서 살림집과 사무실을 겸해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목사이면서도 삶의 방향을 잘못 정한 탓에 2005년에 차도 처분해야 될 정도로 망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은혜로 2005년 11월 김대중 정권의 부동산 살리기 정책에 힘입어 거의 전액 수준의 아파트 담보 대출을 받아 상계동 수락산 산자락의 14단지 18평 아파트를 구입해 12년 째 살고 있습니다.
 
저는 2005년부터 자가용이 없는 탓에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살아왔습니다. 취재나 생활을 위해 주로 이용하는 교통수단이 지하철이었습니다. 그렇게 여기저기 지하철로 오가며 일하고 생활하는 가운데 지하철 당국이 피켓을 든 사람이나 포스터를 활용해 홍보하는 에스컬레이터의 한 줄 서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에스컬레이터 한줄 서기는 에스컬레이터의 하중을 한쪽으로 쏠리게 해 잦은 고장의 원인이 되고 바삐 걷거나 뛰는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는 경우가 있어 걷거나 뛰는 대신 에스컬레이터 양 쪽의 대를 한 손으로 잡고 두 줄 서기를 해야 한다는 안전 의식 고취 캠페인입니다. 그 운동에 찬동하게 되자 제 좁은 생각에 사람들은 바삐 걷고 성질이 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배려하기 보다는 그들의 간섭이 귀찮아서 오른 쪽 한쪽으로 대부분 선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두 줄 서기 캠페인이 지하철공사에 투입되는 국가의 예산도 아끼고 귀중한 시민의 안전에 꼭 필요한 운동이라는 합리적인 확신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편리하고 값비싼 에스컬레이터 유지를 위하고 고장으로 인한 수리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아내와 저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관행을 거슬러 가슴이 두근거리긴 하지만 용기를 내 늘 두 줄 서기를 했습니다. 그날 재판정에서 판사님의 지적대로 다툼도 더러 있곤 했습니다. 그러나 그 경우 그 동안 모두 별 탈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2017년 10월 31일 오후 5시 30분경 일을 끝내고 마들역을 향해 귀가 하던 중이었습니다. 4호선을 탔던 탓에 노원역에서 내려 7호선으로 환승해 마들역으로 가려고 에스컬레이터를 제 용감한 습관상 두 줄 서기로 서 있었습니다. 그곳은 환승역 사이가 크게 차이가 나 에스컬레이터가 높고 길어 두 단계로 나뉘어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뒤쪽에서  오른쪽으로 접근한 피해자가 왼쪽에 서 있는 저한테 바쁘니 비켜달라고 곱지 않은 얼굴로 말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저는 두 줄 서기를 하느라 서 있으니 양해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뒤에서 구시렁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무심히 서 있는 저를 확 밀치고 그 사람이 지나갔습니다. 내려가는 방향의 에스컬레이터에서 저는 휘청하며 거의 앞으로 카메라가 든 무거운 가방을 맨 채 꼬꾸라질 뻔 했습니다. 간신히 몸의 중심을 잡게 된 저는 순간 안 넘어져 다행이다 하는 생각보다 화가 치밀어 그 사람을 본능적으로 화급히 잡았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정신이 그리 맑지 않은 그 사람은 저에게 욕을 퍼붓고 저를 치려고 했습니다. 그때 저는 저보다 젊은 56세의 그 사람 손길에 방어도 하고 멱살도 잡히고 욕설을 듣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런 경우는 제 인생 처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와중에 그 사람이 넘어졌습니다. 정말 놀랍고 황당했습니다. 에스컬레이터는 철판으로 된 움직이는 계단이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그는 별 이상이 없는지 일어났습니다. 더 이상 서로가 할 말을 잃어버렸습니다. 아래 계단까지 같이 내려오는데 그의 욕설이 이어졌습니다. 어떻게 하나 하고 망연히 서 있는데 한 아주머니가 나서 우리를 말리면서 저보고 그냥 먼저 가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4호선 환승로에서 7호선 승강장으로 내려왔습니다. 열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그가 쫓아왔습니다. 그는 저에게 온갖 험한 말을 퍼부으며 경찰에 신고를 하고 저도 했습니다. 그리고 경찰에서 조서를 받고 화해 조정을 거치게 되었습니다. 화해조정을 하기 위해 기다리던 복도에서 그를 만나 사과를 했지만 받아주지를 않았습니다. 다행히 화해조정 때 알게 되었지만 화해 조정 위원의 물음에 그가 병원에서 검사한 결과 몸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는 위원들이 제시한 위로금을 곁들인 형식의 화해를 거부했습니다. 헤어진 뒤 전화로 화해 제의가 그렇게 하겠노라 했는데 소식이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가슴 서늘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러다가 2018년 2월 13일 자 법원의 약식 명령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약식명령서 맨 뒷면의 ‘범죄사실’에 제가 가해자가 되어 ‘피해자의 손과 몸체 부위를 붙잡고 밀쳐 계단에 넘어지게 하는 등 피해자를 폭행하였다’고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 짧은 생각에 그러한 표현은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표현대로제가 ‘밀쳐 계단에 넘어지게 했다면’ 상상하기도 괴롭지만 피해자는 상당한 상해를 입었을 것이고 저는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되는 그에 상당한 큰 벌을 받아야 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 급작스럽게 먼저 밀침을 당하는 피해를 입어 크게 넘어질 뻔 했고 그 다음에는 방어만 하고 욕설을 얻어듣다가 그의 실수로 그가 넘어졌는데 제가 폭행 가해자가 됐다는 사실을 제 나름으로는 질서를 지키려던 68세의 목사로서 받아들이기가 어려웠습니다. 또 약식명령서에 이런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는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다는 안내가 있어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존경하는 판사님의 그날 큰 일이 날 수도 있었던 일에 대한 ‘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권면을 곰곰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 좁은 생각에서 비롯된 이런 소송 제기와 당일의 변명이 오히려 나이를 더 먹은 사람이 반성을 모르는 부끄러운 일이라는 깨우침이 들었습니다.
 
존경하는 판사님.
 
그 결과 이제는 제게는 어떤 벌이라도 싸다는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원인이야 어떻든 피해자가 최악의 경우 죽을 수도 있었고 좀 더 양보해서 머리 같은 곳을 크게 다칠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피해자가 바로 병원에 갔는데 이상은 없었다고 하니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게다가 그런 황당한 일을 겪은 그는 얼마나 화가 났었겠습니까. 그런데도 저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되풀이하고 마음에 없는 사과만 했으니 말입니다. 존경하는 판사님 그날 제 태도와 변명에 실망하셨을 텐데 참으로 부끄럽고 죄송합니다. 그러나 감사합니다. 제 잘못을 존경하는 판사님이 깨우쳐 주셨기 때문입니다. 늘 건강하시고 속 좁은 저를 깨우쳐주시듯 생각이 모자란 사람들에게 반성의 기회를 많이 베풀어주시고 약자가 보호받는 사회정의를 바로 세워주시기를 기도드리겠습니다.

2018년 4월 25일
제출자: 김영배
생년월일: 1949. 12. 3.
피고인과의 관계: 폭행 가해자
 
2018-06-11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교도소에 가게 된 변명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