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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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onardo da Vinci(1452-1519)-The Last Supper(1495-1498)

사람을 먹는 인종

한껏 달군 빛으로 태양이 더위와 칙칙함을 보내는 8월이다. 열매가 딴딴히 영그는 이 계절이면 우리네는 늘 상 해묵은 부채를 정리하지 못한 찜찜함으로 몸과 마음을 더욱 뒤척인다. 그 개운치 못함이란 기실 해방이란 것이 된 지도 어언 수십 개 성상이 지났음에도 친일파 문제를 매듭짓지 못함이다.

이제 계절이 계절이니 만치 ‘국화 옆에서’가 아니라 해를 바라보는 꽃 옆에 서서 소태를 씹듯 한 편의 시를 읊조릴까 한다. 일본 칼이 행세하던 그 시절엔 그들을 위해 가미가제 공격 대원을 부추기는 그런 시를 썼던 서정주 씨가 이런 시를 써 내렸다.

해와 달이
문둥이에게는 서러워
보리밭에 달뜨면
애기 하나 먹고
붉은 꽃 같은 울음을
밤새 우웁니다.

한하운의 ‘나는 문둥이가 아니 올소이다’라는 나환자에 대한 자조적인 시도 있다. 그럼에도 나환자의 시에 관한 한 여인네 사이에서 꽤나 유명한 서정주의 이 시만큼 가슴을 저미게 하는 게 또 있을 성 싶지가 않다.

노르웨이의 의사 한센이 레프라균이라는 나균을 발견함으로써 치료 약이 개발되기 전에는 이병은 가히 절망의 병이었다. 그래서 그 옛날 나환자들에게 오늘날 쇠뜨기 풀이 어쨌든 나병에 특효라는 해괴한 치료법이 차츰 나돌기 시작했다.

그것은 처연스러운 달이 보리밭을 휘영청 밝히는 밤에 보리 김을 쐬며 얼라를 잡아먹으면 나병이 씻은 듯 가신다는 소문이었다. 나환자들 가운데에는 물색없는 이런 해괴한 소문을 몸소 실천에 옮긴 사람들이 혹간 있었던 모양이다. 오죽했으면 그렇게까지 했겠냐 싶지만 자기 몸 하나 낫겠다고 무고한 생명을 희생시키는 심성 앞에는 입만 벌어질 따름이다.

초대교회 시절에 그리스도인들이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소문이 로마인들 사이에 쫘하니 퍼졌다. 그리스도인들이 사육제를 열어 어린애들을 잡아먹는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당시 그리스도인들이 그들의 비밀 모임들에서 성만찬을 행한데서 비롯됐다. 예수님은 제자들과의 마지막 저녁 식사 때 “이 빵은 내 몸이고 이 포도주는 내 피이니라”라고 말씀하셨다.

초대교회 교인들은 모임 때마다 주님의 명령을 따라 주님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시는 성만찬을 행했다. 이런 내용을 알 길이 없는 이방인들은 그리스도인들의 모임에서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가당찮은 소문을 자기 눈으로 보지는 못했지만 두 귀로 똑똑히 들었노라고 여기저기 입을 놀릴 만도 했다.

당시의 무지렁이 민중들은 이런 무서운 일을 행하는 사람들을 살려둔다면 그 땅에 온갖 재앙을 가져오게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사악함은 신들을 노엽게 하여 괘씸한 그리스도인들뿐만 아니라 애꿎은 일반 민중들까지 벌을 받는 피해를 입힐 것이었다. 가축이 일없이 죽었다거나 로마의 젖줄인 티베르 강물이 강둑을 넘었을 때 이방인들은 고개를 외로 꼬며 입을 열었다. “이것 보라구! 사람 잡아먹는 그리스도인 녀석들을 사자들에게 던져 버리자구. 이 녀석들을 그대로 뒀다간 우리가 제 명에 살기 어렵다니까 그래”

이런 말을 듣는 사람들은 고개를 너나없이 끄덕거렸다.

2020-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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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배의 이야기 세계 교회사 13_ 사람을 먹는 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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