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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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우리에게는 오래된 이름이 마음속에 있다. 그 이름을 온전히 부르기 위해서는 그가 누구든 그의 평생이 필요하다.

2020년 7월 23일 오후 5시 그랜드 하얏트 호텔 2층 홀에서 제105회 총회준비위원회의 마지막 서북지역 간담회 주제 세움은 성경의 말씀 '이는 성도를 온전케 하며 봉사의 일을 하게 하며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려 하심이라 엡 4:12'에서 출발한다. 말과 글이면서 그리스도의 몸이자 성령, 실체이자 믿음, 그리고 하나님 나라의 체제이자 교회인 성경의 말씀을 되새겨 본다. 그러면서 소리 내지 못하는 것 실행 없이 사라져 없어지는 것에 관해 환기한다. 사도 바울은 에베소서 4:11에서 ‘그가 혹은 사도로, 혹은 선지자로, 혹은 복음 전하는 자로, 혹은 목사와 교사로 주셨으니’라고 말씀한 뒤 주님이 목사와 교사를 주신 목적은 ‘성도를 온전케 하며 봉사의 일을 하게 하며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려 하심이라’ 말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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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기슭에 자리한 하얏트 호텔로 걸어가기 위해 지하철 한강진역 3번 출구를 나서자 빗발이 거셌다. 비는 많이 와도 말썽이다. 재난이 자주 닥쳤던 중국에서는 그런 비를 바라보며 키운 사람들의 노심(勞心)과 초사(焦思)가 제법 깊다. 비를 소재로 명시(名詩)를 남긴 당나라 시인 두보(杜甫)도 그중 하나다. 그는 참혹한 내전인 '안사지란(安史之亂)'을 피해 760년 지금의 미중 분쟁으로 폐쇄될 위기의 미국 영사관이 있는 쓰촨(四川) 청두(成都)로 쫓겨가 지인의 도움으로 겨우 초가집 한 채를 마련했다. 이듬해 두보는 ‘가을바람에 초가지붕이 뜯기다(茅屋爲秋風所破)’라는 시를 쓴다.

거세게 불어닥친 그해 가을 비바람에 지붕이 날아갔다. 동네 개구쟁이들은 일부를 주워 내뺐다. 지붕이 사라져 차가운 비를 맞으며 잠자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깊은 시름에 젖은 시인의 푸념이 가득하다. 그 상황의 하나를 두보는 ‘우각여마미단절(雨脚如麻未斷絶)’로 적었다. ‘질긴 삼줄처럼 끊이지 않고 내리는’ 비를 표현한 것이다. 이 시를 처음 우리말로 푼 '두시언해(杜詩諺解)'는 질긴 삼줄 '우각(雨脚)'을 '빗발'로 옮겨져 지금 우리에게도 전해진다.

그날 질긴 삼줄 같은 빗발을 새에덴교회 무슨 행사에서 선물로 받은 우산을 받쳐 쓰고 빗발을 헤치고 좀 늦게 하얏트 호텔에 도착했다. 2층의 ‘서북지역 리더 초청 정책 간담회’ 들어서니 총회의 불꽃 권순웅 목사의 대표기도가 끝나고 서북지역 노회 협의회를 뒷심으로 일어서는 단단한 모습의 김철중 목사가 본문 출애굽기 3:7-8 ‘네가 하니? 내가 하지’라는 사뭇 도전적인 제목의 말씀을 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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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쁜 마음으로 목회했더니 역사가 일어났습니다. 하나님 앞에 붙들린 바 된 하나님의 사람이 되십시다. (회중 아멘) 우리가 하는 것이 아니고 내가 내려와서 그들을 애굽인의 손에서 건져내고 그들을 그 땅에서 인도하리라. 너는 내게 붙들린 바 되라. 이게 주님의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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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예배 이날 총회 초대 사무총장 취임식을 한 이은철 목사 축도로 마친 뒤 2부 정책 간담회에서 총회 부총회장 소강석 목사가 제105회 총회 운영 기조 설명을 했다. 제105회 총회장 후보 소강석 목사는 그 특유의 달변으로 시원시원하게 정책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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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감사합니다. 원근 각처에서 길도 막히고 우중에 와주셔서 심심히 감사드립니다. 오늘 말씀을 전해주신 김철중 목사님 설교의 제목을 꼭 따서 한 번 전할 터이니 허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겉옷 좀 벗어도 되겠습니까. 저는 더위를 많이 타서... 제가 오늘 저녁으로 날을 잡았지만 위원장에게 날짜를 내일 점심으로 바꾸면 안 되겠냐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완장 차신 분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원래 날짜는 잡았는데 저희 장로님이신 남진 장로님이 63빌딩에서 후배들 설운도, 알리 이런 분들이 주선한 55주년 헌정 콘서트를 하고 거기에 문화부 장관을 비롯해서 많은 분들이 참석합니다. 그런데 제가 축사를 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위원장이 빨리 끝내주겠다고 했습니다. 밥도 못 먹고 거기 가도 밥도 못 먹고 한다는 점을 양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 대신 제가 빨리빨리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1945년 광복이 되던 해에 태어나 1965년 가수 데뷔 후 월남전 파병, 산업화, 민주화 등 우리 역사를 몸으로 겪어낸 가수 남진이 데뷔 55주년을 맞아 7월 23일 서울 여의도 63시티 컨벤션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55주년 헌정 기념 앨범과 공연에 참가한 설운도·진성·조항조·이자연·알리·육중완 밴드 등 후배 가수들도 함께했다. 이날 간담회는 오후 6시부터 데뷔 55주년 기념 공연으로 이어졌다. 후배 가수들이 남진의 히트곡들을 부르는 헌정 공연. 남진은 “이런 공연은 저도 처음 보고, 처음 해보는 것”이라며 “가수 된 보람을 느끼고 감사와 기쁨을 느낀다”라고 했다. 앞으로 가수 활동의 바람은 “더 열심히 몸과 목을 관리해 후배들과 공연 무대에서 함께 노래를 부르는 것”이라고 했다.

어쨌든 부총회장 소강석 목사의 발언은 이어졌다. 프로젝터가 영상 문자를 띄웠다.
 
“세움이란 게 왜 필요한가. 그냥 들으시면 좋겠습니다. 화합을 전제로 한 것입니다. 우리 교단 교회와 한국교회를 세우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우리는 순혈적 신앙 개혁주의 신학 하나 때문에 1959년에 눈물을 머금고 분리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개혁주의 신앙을 고집해야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우리 교단은 장자 교단으로서 우리 교단 살림만 하는 게 아니라 한국교회를 이끌어가는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신학적인 면에서는 퓨리티(purity) 오직 순결성입니다. 신학적으로 우리는 타협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한국교회를 지키는 데는 큰형님으로서 우리는 유니티(unity)의 리더십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교회 생태계를 지키고 보호하며 새로운 교회를 세우는 부흥 운동을 해야 합니다...

무엇을 세워야 하느냐. 첫째 신앙의 본질을 세우고 리셋(reset)해야 합니다. 아시다시피 제 의지가 아니라 제가 모시고 있는 총회장님의 의지이기도 하고... 둘째 교회를 세워야 합니다. 공동체의 영성이 회복되어야 합니다... 셋째 총회가 세워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저는 아시다시피 비주류이고 서자 출신입니다. 그러나 서자이지만 당당하게 총회를 사랑했고 우리 총회를 섬겨왔습니다. 그리고 1959년부터 우리 선진들이 우리 총회를 세우기 위해서 WCC를 반대하고 고난의 땀과 피와 눈물을 흘렸는가를 저는 연구했습니다. 우리 선지들의 눈물겨운 헌신의 역사를 예를 든다면 명신홍 박사님이 직장암 4기 말기 암이었는데 총신을 세우기 위해 모금 운동을 다녔습니다. 우리 까마득한 후배들이 몰라요. 우리가 정치꾼으로만 알았던 이영수 목사님 우리 총신과 총회회관을 세우는데 얼마나 수고하셨는가. 이런 사실들을 가르치면서 우리가 은혜를 받고 다시 우리 총회를 세우는데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래서 폐회 예배 시 보여줄 다큐멘터리를 KBS PD가 제작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 교단이 주도하는 연합 기관을 하나로 만드는 데 주력하겠습니다. 그리고 교단교류협력위원회를 다시 신설해서 한국교회의 원 리더십(one leadership) 메시지를 내야 하는데 여기에 같이 협력할 수 있는 위원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 교단 주도의 연합 기관을 만드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한국교회의 잃어버린 대(對) 사회 리더십을 회복하고 그것도 우리 교단이 중심입니다. 그리고 교단 연합과 대 사회 리더십을 실천하고 정부에 대해서 선제적인 대응을 해야 합니다... 말하기가 좀 그렇지만 우리 교계가 뒷북을 칩니다... 전략적인 대응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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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총회장님이 납골당 문제를 잘 처리해주셔서 은급 문제해결에 가속도가 붙으리라 생각합니다. 은퇴 교역자 문제는 우리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개혁과 합동이 하나가 되어 저 같은 사람도 여러분을 섬기고 한국교회를 섬기게 되었습니다... 연합 기관의 장이 되려고 서로 싸우다 보니까 우리는 지금 우리 후세들에게 어떤 미래를 물려줄 것인가 정말 잠이 안 옵니다. 정부가 까딱하면 예배를 통제할 것이고 선교 활동을 막을 것이고 특별히 차별금지법, 개별적 차별금지법이 아니라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총회장 사표 내겠습니다. 그만큼 저는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싸우고 반드시 물리칠 것입니다...”

이어진 토론과 광고 후 소강석 목사는 자리를 돌며 악수를 하고 떠났다. 지도자로서 말이 가볍고 교단 지도자로서 하나님의 이름으로 맡게 될 총회장직을 세상일과 연계시키는 먹구름을 남기고... 그리고 여러 가지 전채 요리에 안심 스테이크가 참석자들에게 제공됐다. 마음속에선 장대비가 아니라 하얀 눈이 흩날리는데 남산 아래 바깥은 온통 어둠을 짓누르는 여름 장마에 덮여 있었다. 부총회장 소강석은 어디로 간 것일까. 아니 그는 어디로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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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 회의를 마쳤는데도 서북지역 참석자들이 여전히 갈 곳 모르는 얼굴로 어딘가를 돌아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들 모두 정말 저 막막한 김일성 일가가 지배하는 서북지역에서 온 걸까. 그리고 이제 어디로 가고 싶을까. 내가 둘러보는 이들이 줄곧 바라보는 곳이 궁금해진다. 이따금 나도 그들 쪽을 향해 고개 돌린다. 교회와 진리를 거스르는 물이 급기야 흐르던 곳을 넘어 더 너른 땅을 삼킨 모습도 있다. 앙앙(泱泱)은 본래 수면(水面)이 광대하게 퍼져 있는 상태를 가리켰다. 왕양(汪洋) 또한 아주 너른 땅이 물에 잠긴 모습이다. 팽배(澎湃)는 거센 물결이 서로 부딪치는 경우다. 또한 물의 흐름으로 반드시 생겨나는 것이 물결이다. 파랑(波浪), 파란(波瀾), 파도(波濤), 낭도(浪濤) 등으로 적는다. 걷잡을 수 없이 센 물결은 노도(怒濤), 모든 것을 휩쓸어 갈 정도의 물결은 광란(狂瀾)이다. 언어는 경험의 축적이기도 하다. 팽배한 절대권력에 취해 휘청대는 이들의 모습에서 라틴어 속담 하나가 떠올랐다.

“신은 멸망시키고자 하는 자에게 먼저 광기를 부리게 한다.”

시인이기도 한 소강석 부총회장은 이런 시를 썼다.

길 잃은 사랑

오늘 나는 길을 잃었습니다. 해야 할 말도 잊어버렸습니다. 길 잃은 실어증 환자 그래도 괜찮은 것은 사랑 안에서 잃어버렸기 때문이지요. 잃음이 없었다면 소중함도 모르고 그것을 찾기 위한 그리움도 없었으리니 오늘 나는 그토록 사랑했던 당신을 잃어버렸습니다. 당신을 잃었기에 당신이 더 소중합니다. 떠나버린 당신이 나의 길을 되찾아 주었고 나는 그 길을 달리며 당신을 찾습니다. 그 어딘가에 있을 당신 다시 나를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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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제105회 총회장이 되면 실행할 여러 가지 정책을 내놨다. 그러나 정작 그는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해서 밥을 먹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자들이 주도하는 자들의 입법 사항을 놓고 제105회 총회장직을 걸겠다고 공개적인 발언을 했다. 그는 어디로 가겠다는 것이고 정말 어디로 갈까.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총회 역사를 돌아보고 늦은 밤의 창문을 나는 닫는다. 어디선가 교단의 한쪽에서 말없이 기도하는 사람이 있다. 차갑고 뜨거운 그의 얼굴은 그러나 너그러이 나를 대한다. 나즉이 나는 묵례를 보낸다. 혹시는 나의 교단을 지켜 줄 사람인가. 지향 없이 나의 믿음을 헤매일 사람인가. 그의 정체를 알 수가 없다. 시인이란 언제나 존재의 고향을 향해 걸어가는 박명(薄明)의 귀환자이며 머물 길 없는 행인이다. 그러나 소강석 그는 시인이기 이전에 목사이고 총회장이 될 존재이다. 그는 어디로 가는가. 아니 어디로 가려 하는가.

사도 바울은 에베소서 4:11에서 ‘그가 혹은 사도로, 혹은 선지자로, 혹은 복음 전하는 자로, 혹은 목사와 교사로 주셨으니’라고 말씀한 뒤 주님이 목사와 교사를 주신 목적은 ‘성도를 온전케 하며 봉사의 일을 하게 하며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려 하심이라’ 말씀한다.

2020-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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