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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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3일 동아일보 김갑식 문화 전문 기자가 다음과 같은 제하의 기사를 게재했다.


소강석 목사 10번째 시집 ‘꽃으로 만나...’ 출간
 
한번은 그와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바쁜 직업의 하나가 목회자다. 도대체 언제 시를 쓰나.”
“장소와 시간이 따로 없다. 뭔가 떠오르면 읊조리고 종이에 옮기고…”
그러면서 그는 휴대용 녹음기를 꺼냈다. 거기에는 다듬어지지 않은 시구는 물론이고 흥에 겨워 부른 노래까지 담겨 있었다. 고단한 목회자의 삶을 지탱해준 쉼터이자 보물창고였다.
경기 용인시 새에덴교회 소강석 목사(58)의 10번째 시집 ‘꽃으로 만나 갈대로 헤어지다’가 최근 출간됐다.
‘꽃은 먼저 주고 돌은 마지막에 던져라/예수는 여인에게 꽃을 주고 돌을 던지지 않았다/사랑할 일이 있으면 가장 먼저 꽃을 주고/미워할 일이 있으면 마지막에 돌을 던져라/….’(‘꽃과 돌’ 중)

우리 교단 제105회 총회장이 될 소강석 목사는 그의 가슴 깊이 품은 바람을 그의 10번째 시집에서 ‘불의 사연’을 통해 이렇게 전했다.

불의 사연

홀로 타오를 수 없습니다
장작개비가 되어 내 곁으로 와 주세요
나는 당신을 품에 안고
바람을 기다립니다
당신은
바람이 불면 재가 될 줄 알면서도
내 품에 안긴 채
바람을 기다립니다
나는 불
당신은 어느 겨울 숲에서 꺾여
내게로 온 장작개비
난 당신의 차가운 몸을 껴안고
바람을 기다립니다
(시집 ‘꽃으로 만나 갈대로 헤어지다’ 中)

한 사람의 목숨은 하나지만 한 시의 생명은 하나가 아니다. 시의 생명은 시인이 쓸 때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읽을 때 태어난다. 읽을 때마다 거듭해서 태어난다. 마치 매일 뜨는 달이 같은 달이면서 같은 달이 아니듯 매일 읽는 같은 시도 같은 시가 아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시를 계속해서 읽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시는 언어로 되어 있다. 물론 언어 그대로 우리에게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시를 읽는 과정은 일종의 변신이다. 기호는 이미지로 이미지는 다시 정서로 변화해서 우리에게 스며든다. 스며들 곳이 있으면 스며들고 그렇지 않으면 사라진다. 그러므로 서로 다른 균열을 지닌 우리는 같은 시를 서로 다르게 흡수한다. 찬란한 날에는 찬란한 방식으로 서글픈 날에는 서글픈 어조로 읽는다. 이 시도 그렇다. 막막한 밤에 읽으면 밤이 마치 해일이 된 것처럼 밀려온다. 희망찬 새벽녘에 읽노라면 잔물결에 햇빛 부서지듯 눈이 환하다. ‘불이란 홀로 타오를 수 없어 자신의 불을 지필 장작개비가 되어 내 곁으로 와 주기를 바라며 어느 겨울 숲에서 꺾여 내게로 온 장작개비 난 당신의 차가운 몸을 껴안고 바람을 기다린다’는 내용처럼 말이다. 수많은 숲의 장작개비 수만큼 이 시는 계속 다르게 태어날 것이다. 사람 안에는 저마다의 작은 숲이 존재한다. 작은 숲의 존재를 가장 열렬하게 믿는 자들이 바로 시인이다. 이 절절한 시를 읽는 동안 당신은 시인의 믿음을 경험할지도 모르겠다. 수천 개의 장작개비가 불과 함께 살라지고 활활 타오르는 불이 바로 내 안에 있다고 말이다.

사람들은 언제고 시간이 흘러 좋은 소식이 오고 설움이 풀리기를 기원했다. 그런데 전 세계 상황은 먹먹하다. 포로수용소와 정신병동 그리고 노숙인 쉼터 등 기피시설이 들어섰던 미국 뉴욕시 브롱크스 북동쪽의 하트섬. 길이 1.6km 폭 530m의 이 외딴섬은 150년간 무연고 시신을 안치하는 묘지로 사용돼 왔다. 이 섬이 최근 뉴욕시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참상을 알리는 상징적인 현장이 됐다. 뉴욕포스트는 2020년 4월 9일(현지 시간) “뉴욕시가 하트섬의 무연고 묘지에 코로나19 희생자들을 매장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흰색 방호복과 마스크로 무장한 작업자 10여 명이 사다리를 타고 오르내리며 40여 개의 소나무 관들을 층층이 쌓아 묻고 있다. 관 위에는 펜으로 쓴 이름이 적혀 있다.

평소에는 인근 라이커스 아일랜드 교도소의 재소자들이 이 섬에서 1주일에 약 25구의 무연고 시신을 매장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최근에는 재소자 대신 민간 계약업자들이 시신 매장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뉴욕시 교정국에 따르면 시신 매장 회수도 주 5일 하루 20구씩으로 늘었다. 코로나19 사망자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 전체의 코로나19 사망자는 하루 만에 1900명 증가하면서 1만6697명으로 집계돼 스페인(1만5547명)을 넘어섰다. 세계에서 이탈리아(1만8279명) 다음으로 사망자가 많다. 뉴욕주는 미국 내에서 코로나19의 피해가 가장 심하다. 4, 5일 신규 사망자가 600명 선을 밑돌면서 ‘정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기대감이 나왔지만 사망자 수는 다시 증가하고 있다. 8일에는 하루 최다인 799명의 사망자가 발생해 누적 사망자는 7067명으로 늘어났다. 뉴욕시의 누적 확진자는 8만7725명, 사망자는 4778명에 이른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 전 뉴욕시의 하루 평균 사망자는 158명이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9·11(테러) 때 2753명의 생명을 잃었는데 이번 위기에서는 7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며 비통해했다.

이 세기말적인 상황은 시인 소강석 목사의 이런 바람을 가지기 위해 그리고 이런 바람이 불기를 간절히 기도해야 할 것이다.

나는 불
당신은 어느 겨울 숲에서 꺾여
내게로 온 장작개비
난 당신의 차가운 몸을 껴안고
바람을 기다립니다

2020-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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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소강석 목사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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