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은행나무가 단풍으로 곱게 물드는 계절이다. 은행나무는 "살아있는 화석"이라 일컫는 독특한 식물이다. 비슷한 종(種)은 오래전에 멸종했지만 홀로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낙양의 지가를 올린 베스트셀러 '대학별곡'의 작가 '김신'(김필신)은 먼저 잠들었지만 나는 잠들 때 깨어난다. 내가 동문을 보는 게 아니라 동문이 나를 본다. 내가 말을 하는 게 아니라 동문이 나를 발음한다. 50년 전 수도여고 지나 후암동 용고 정문으로 가면 50년 후의 내가 열린다.
조국으로 전도된 조국이 나를 초기 박정희 시대로 되돌린다. 그래서 일상적인 무언가를 문득 다른 눈으로 보고 이를 통해 그 대상을 처음 보게 만든다. 50년 전 동문을 아내와 함께 보며 느린 추억과 얘기를 나누느라 느린 동문의 빛과 얘기를 나눌 수 없다. 그 느림의 빛 속에 있는 지난 50년의 빛이 너무 빠르게 내 추억 속을 빛의 속도로 회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아직 자라나는 청춘이었을 때는 세상에서 현실감이 느껴졌을 때 추억을 만들지 않으려는 욕망이 생겼었다. 지금은 지금 존재한다는 동문이, 그리고 50년의 스승들, 특별히 은인 같으신 은사 조익현 선생님의 살아계심이 내게 뭔가를 의미하기 시작했다. 멈추지 말자 회상하며 나는 방금 멈칫하였다. 어느 순간 졸업이 돌연 끝난다는 걸 깨닫고 내가 삶이 되는 순간을 만끽했다. 그 50주년 졸업 기념 환희의 순간으로 나를 부른 글이 충실한 발바리 총무 유재성을 통해 이렇게 속삭였다.
일시; 2019.10.25(금) 17;30부터
장소; GS타워 아모리스 홀(역삼역 7출구 연결)
2019-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