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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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월 미국 LA에서 한 흑인 노병
허리춤 풀어 총상 자국 보여주며 말해
'전쟁 뒤 한국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해’
 
내 동공(瞳孔)에 이슬이 촉촉해져
엎드려 큰절 하고는 한국에 초청 약속
이듬해 6월에 추진 올해로 11년째
 
새에덴교회 나라와 민족 위한 교회 자임
해외 6·25 참전용사를 매년 초청
참전용사와 가족들에게 보은하고
미래 세대에 나라 소중함 일깨우고자
 
붉은 늑대 한마리가 움막 같은 기도처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김일성이 미이라 되는 것을 묵묵히 내려다보는 김정일을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힘없는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숲과 바위를 오래 달려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늑대는 최초로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갔다. 저렇게 전쟁의 시간과 길도 흘러왔을 것이다. 누군가를 죽이러 가고 또 돌아서서는 저렇게 천천히 돌아왔을 것이다. 그러면서 죽을 때처럼 믿음이 없는 김일성의 생각은 늘 늑대처럼 맨발이었을 것이다. 믿음의 사랑을 잃고서는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맨발을 가슴에 묻고 전쟁을 누빈 것을 잊고 죽었으리라.
 
세상에 제일 나중에 나와 세상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큰 하중을 견뎌내고서는 세상으로부터 제일 나중에 거두어들이는 것이 맨발이다. 맨발로 살다 맨발로 돌아가는 모든 것들은 그래서 평등한 존재들이다. 길 위에서 태어나 평생토록 길 없는 길을 '맨발'로 걸어 다니다 길 없는 언덕 십자가 위에서 예수가 자신의 죽음을 슬퍼하는 제자들에게 보여준 못 박힌 두 발에는 피가 흘러 엉겨 있었을 것이다. 예수는 영생으로 가는 길에 죽고 사는 것이 다름없는 하나라는 것을 제자에게 일러주고 싶으셨을 것이다.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 / 조국을 원수들이 짓밟아 오던 날을 / 맨주먹 붉은 피로 원수를 막아내어 / 발을 굴러 땅을 치며 의분에 떤 날을…"
 
'6·25의 노래'는 박두진이 작사하고 김동진이 작곡한 노래로 66년 전 전쟁 당시 처절했던 상황과 남침에 맞서 의연히 싸우자는 메시지가 녹아 있는 곡이다. 올해 67년이 되는 북한군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6.25 전쟁은 한국군 62만명 유엔군 16만명 그리고 민간인 99만명의 인명 피해를 내고 전 국토를 폐허로 만들었다는 내용이 배어있는 노래다.
 
2017년 6월 14일 '흙수저' 출신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는 오전 10시 30분 새에덴교회 프라미스홀에서 국민가수 남진(김남진) 장로 취임식 행사를 가진 뒤 조선일보의 선임기자 ‘최보식이 만난 사람’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떤 계기로 '참전 용사 감사 행사'가 시작된 겁니까.
"2006년 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마틴 루서 킹 퍼레이드' 전야제에 참석했을 때입니다. 한 흑인 노병(老兵)이 '동두천 의정부 평택' 하며 허리춤을 풀어 총상(銃傷) 자국을 보여줬습니다. '그 뒤로 한국에는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고 하는 겁니다. 이게 무슨 뜻이겠습니까. 순간 눈물이라기보다 내 동공(瞳孔)에 이슬이 촉촉해졌어요. 넙죽 엎드려 큰절을 하고는 '한국에 초청하겠다. 친구들과 같이 와도 좋다'고 했습니다. 당장 이듬해 6월에 추진했어요. 10명쯤 올 줄 알았는데 40명이 신청했어요."
 
―일회성 이벤트로 끝내지 않고 왜 지금까지 계속 하게 됐습니까.
"그해 7월 북한 대포동 2호 미사일 시험 발사로 남북관계가 경색됐을 때 워싱턴에서 미 예비역 장성과 백악관 직원들 모임에서 설교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참석자들이 설교 내용에 대해선 질문하지 않고 '시위대가 성조기를 불태우고 짓밟는데 이럴 수가 있느냐 한국은 왜 미국을 미워하느냐'라고 물었습니다. 그전에 TV 뉴스로 '효순·미선이 사건 시위'를 본 것 같았습니다. 제가 '당신들이 자유민주주의의 꽃씨를 뿌렸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라서 친미도 반미도 있는 거다. 시위대만이 한국의 진짜 모습이 아니다. 우리는 여러분이 흘렸던 피와 땀을 잊지 않는다. 매년 참전 용사를 초청하겠다'고 했습니다."
“우리 교회가 '6·25 참전 용사 감사행사'를 시작하니 보훈처에서 뒤따라 했어요. 보훈처가 항공료만 대줄 때, 우리는 항공료·숙식·관광 등 일체를 다 부담해왔지요. 11년째 됐습니다. 지금까지 참전 용사와 가족 약 3000명을 섬겼습니다. 이분들이 고령(高齡)이라 이제 비행기를 타는 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올해는 미국 휴스턴에서 감사행사를 엽니다.”
...
 
인터뷰가 끝나고 그는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그 뒤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네 차례나 보내왔다. 에너지가 철철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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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7일(토요일 현지 시각) 오후 5시 미국 노스휴스턴호텔에서 “한국전 67주년 기념 미국 참전용사 초청 보은행사”가 열렸다. 550명의 참전용사와 가족이 참석했다. 한국전 67주년을 맞아 새에덴교회와 한민족평화나눔재단이 소강석 목사(蘇康錫 55세)를 대표로한 20여 명의 준비위원들과 공연단원들이 마련한 행사다. 공화당 대통령 경선에 나왔던 테드 크루즈(Ted Cruz) 상원의원을 비롯해 존 컬버슨(John Culberson) 하원의원 실베스터 터너(Sylvester Turner) 휴스턴 시장 쉴라 잭슨 리(Sheila Jackson Lee) 텍사스 주 의원 주휴스턴 한국총영사 재미 한인대표 예비역 장군 등이 참석했다.
 
특별히 이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감사의 뜻을 담은 대독 메시지에서 말했다.
 
“존경하는 한국전쟁 참전용사 여러분 그리고 내?외 귀빈 여러분. 한국전쟁 발발 67주년을 맞이하여 열리는  ‘한국전 미국 참전용사 초청 보은감사 기념식’을 뜻깊게 생각합니다. 한국전 참전용사 여러분은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셨습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여러분의 희생과 헌신 위에 서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국민을 대표하여 미국 참전용사와 가족 여러분께 깊은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드립니다. 여러분의 고귀한 희생에 힘입어 이제 대한민국은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자 무역 1조 달러의 통상대국으로 성장하였습니다. 또한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인구 5천만 명이 넘는 나라 중에서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달성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들은 여러분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대한민국을 더 좋은 나라로 만들어 갈 것입니다.
튼튼한 안보로 한반도 평화를 지키고 경제발전과 함께 민주주의도 더 깊게 뿌리 내릴 것입니다. 더욱 발전하는 대한민국을 오랫동안 지켜보시고 응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목숨으로 맺어진 우리 두 나라의 우정이 영원하기를 기대합니다. 올해로 11년째 뜻깊은 자리를 마련하고 계신 새에덴교회 소강석 목사님과 성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의 투철한 국가관과 애국심 그리고 물심양면의 헌신을 기억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한국전쟁 미국 참전용사 여러분과 가족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오늘 기념식에 참석하신 모든 분들게 하나님의 축복이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7년 6월 17일 대통령 문재인”
 
소강석 목사는 인사말을 했다.
 
“6.25 전쟁으로 인해 풍전등화와 같은 대한민국을 지키시기 위해 생명을 아끼지 않고 싸워주신 참전용사들의 땀과 눈물 피와 희생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며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미국 참전용사와 가족들에게 큰 절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새에덴교회는 나라와 민족을 위한 교회를 자임한다. 해외 6·25 참전용사를 매년 초청하는 것도 참전용사와 가족들에게 보은하고 미래 세대에게 나라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서다. 새에덴교회가 6·25 참전용사와 가족을 초청하기 시작한 것은 2006년부터. 시작은 우연한 계기였다. 2006년 1월 소강석 담임목사는 미국 LA를 방문했다가 마틴 루서 킹 목사 퍼레이드 전야제에서 우연히 한 흑인 노인을 만났다. 래리 레딕이란 할아버지는 소 목사가 한국인임을 알고 더듬더듬 "동두천 의정부 평택"을 발음했다. 6·25 참전용사였다. 허리를 걷고 총상 흉터도 보여준 그는 "전쟁 후 한국을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며 울먹였다. 그 자리에서 넙죽 큰절을 올린 소 목사는 바로 그해 6월부터 참전용사를 초청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미국 필리핀 태국 캐나다 터키 호주 영국 콜롬비아 등의 참전용사 500여명이 새에덴교회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교회가 미국으로 찾아가 1500명의 참전용사를 초청해 보은 행사를 갖기도 했다.
 
방한한 참전용사들에겐 국립현충원과 전쟁기념관 부산 UN묘지 판문점 평택 2함대 등으로 안내한다. 전쟁기념관 벽에 새겨진 전우의 이름을 발견하고 오열하던 참전용사들은 한국의 발전상을 보면서 "내가 싸운 것이 헛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처음 새에덴교회가 참전용사를 초청했을 때 주변에서는 10년 넘도록 지속될 줄 몰랐다. 그러나 새에덴교회는 초심을 잃지 않고 계속하고 있다. 소 목사는 "한국을 방문해 좋아하는 참전용사들을 보면 이 행사를 시작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참전용사들이 연로해 다 모시지 못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새에덴교회 예배당은 소강석 목사의 설교 시간처럼 종종 뮤지컬 공연장 대중문화인들의 공연장으로도 변신한다. '점프' '난타' '맘마미아' 등의 공연이 열렸고 조영남 노사연 윤도현 밴드도 이 무대를 찾았다. 4500석 예배당은 설계 때부터 조명 음향까지 문화공연장으로도 충분할 정도로 지어졌다. 문화예술 콘텐츠를 성도들과 지역 주민에게 제공하겠다는 다짐이었다. 이들 초청공연의 비용은 모두 교회가 부담하고 교인과 지역 주민들은 무료로 관람한다. 소 목사는 처음 서울 가락동 건물 지하에 교회를 개척하고 교인이 50명일 때에도 '경로 잔치'를 열었다고 한다. 그런 초심을 이제 4500석 예배당에서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목회생태계 복원을 위해 대정부 사역에도 몸과 마음과 재정을 다한다.
 
세계에 무수한 나라가 큰 별처럼 빛난다. 그럴지라도 내가 살고 내가 사랑하는 나라는 용인의 새에덴교회가 있는 오직 하나뿐이다. 반만 년의 역사가 혹은 바다가 되고 혹은 시내가 되어 모진 바위에 부딪쳐 지하로 스며들지라도 이는 나의 가슴에서 피가 되고 맥이 되는 생명의 교회가 있기 때문이다. 철조망이 남북으로 막아서고 경계하는 나라일망정 나는 느헤미야처럼 이 무거운 나라를 끌고 생명나무가 있는 새에덴으로 가리라. 오래 닫힌 불신의 문이 열리는 날 믿음을 전하는 에덴교회는 6·25를 잊는 그날까지 서리라. 이는 또한 내가 사랑하는 나라 내가 사랑하는 교회의 꿈이어라.
 
2017-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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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강석 눈동자 이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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