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소강석
2020/04/30 15:27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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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소강석(1962~)

봄날 흐드러지기 위해 피었나/산천에 피어있는 꽃보다/하얗게 흐드러진 꽃잎들이 눈부셔 /그 아래 서 있는 것 자체가 축복이다.

그 새하얀 꽃구름 아래/걷는 것도 송구스러워 /한동안 멈춰 서 있노라면/문득 떠오르는 한 눈동자/그 시선이 나를 걷게 한다

어디론가 끌리게 하고/아득한 세계로 안내하는 꽃잎 하나하나/모두가 사랑의 연서이고 초대장인 거야

벚꽃은 졌지만/여전히 벚꽃나무 길을 걷는다/...


남해는 섬이다. 그러니 남해로 가려면 다리를 건너가야 한다. 길은 두 개가 있다. 경남 하동에서 남해대교를 건너 들어가는 방법이 있고 사천, 그러니까 삼천포 쪽에서 창선대교를 건너 들어가는 길도 있다. 남해대교를 넘자마자 ‘장관’이라고 부르기에 모자람이 없는 꽃길이 기다리고 있다. 해마다 벚꽃이 필 때면 노량마을에서 왕지등대로 이어지는 길은 길고 화사한 벚꽃 터널이 된다. 맑은 날 파란 바다를 끼고 벚꽃 구름이 이루는 터널을 달리는 기분은 황홀하다. 벚나무 도열한 길 끝에 순백의 등대가 서 있는 풍경이라니…. 벚꽃 길은 왕지등대를 지나 해안가 언덕의 진목마을에 이르기까지 4㎞ 남짓 이어진다. 다른 지역에도 이만 한 벚꽃 터널이 없을까만 여기가 특별한 것은 벚꽃 너머로 교계의 기인 소강석의 신앙 시같은 쪽빛 바다 풍경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꽃이 시가 된다. 꽃 같은 믿음도 시가 된다. 이렇게 된 지 하마 오래되었다. 얼마 전부터 얼마나 그랬는지는 고시조를 보면 된다. 백영 정병욱 교수의 2400여 수 고시조 어휘 조사에 따르면 님, 일, 말, 몸, 꿈 같은 단어가 가장 많이 쓰였고 그 다음으로 많이 사용된 어휘는 달, 물, 꽃, 밤 등이었다고 한다.

옛사람의 마음에 님과 꿈과 꽃이 있었듯 오늘날의 마음에도 사람과 꿈과 꽃이 있다. 설명이 더 필요할까. 시인 소강석 목사의 ‘벚꽃’을 읽으면 곧바로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것이다. 올해도 봄은 꽃이 되어 찾아왔다. 꽃구경 가지 못하는 당신에게 꽃 같은 시라도 피었으면 좋겠다.

인터넷 세상이 열려서 우리는 보고 싶은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정말일까. 과연 나는 내가 찾던 것을 보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보고 싶은 것을 보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보고 싶었다고 착각하게 만들어지고 있는 건 아닐까. 이럴 때는 믿음의 재충전을 위한 리셋이 필요하다. 모든 세상을 향한 마음의 창을 다 닫고 모든 염려를 다 내려놓고, 그리고 잠시 처음 믿음으로 돌아가자. 고요한 나의 믿음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읽으면 도움이 될 시가 있다. 바로 교회 생태계를 위해 불철주야 엘리야처럼 분투하는 소강석 시인의 시집 '꽃으로 만나 갈대로 헤어지다‘에 실린 '벚꽃’이다.

2020-4-30
[ 김영배 ethegoodnews@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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