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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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빛을 싸안고 안개처럼 자욱이 내려 덮일 때의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을 쌌던 세마포를 남긴 빈 돌무덤 속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나는 그것들을 노려보면서 언제나처럼 진기한 축복이 가득 들어찬 동굴 속을 보는 듯한 기대와 공포를 느낀다. 그 속에 잠든 개는 나쁜 꿈을 꾸고 있나 보다. 간혹 몸을 떨며 두려움에 찬 비명을 지르거나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를 내기도 했다. 개의 회백질 속에서 부유하는 악몽은 무엇일까. 나쁜 꿈은 밀폐된 유리 상자 혹은 얼음에 갇혀 소리가 되지 못하는 기도와도 같다. 기사를 통해 우리 삶의 심연과 우리를 억압하고 훼손하는 것들의 정체를 드러내며 무심하고 무감각하게 지나치는 것들 앞에 발걸음을 멈추고 총회 주위를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믿음에서 떠난 이상한 세계에 살고 있으며 행동하고 사고하는가를 일깨울 수 있을 뿐이다.

1918년 3월 미국 캔자스주 해스컬의 의사 로링 마이너가 주간지 ‘퍼블릭 헬스 리포트’에 ‘질병이 유행하고 있다’고 보고한다. 마이너는 초겨울부터 건강한 청년 수십 명이 ‘중증의 인플루엔자’에 걸려 죽자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당국은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미국 칼럼니스트 제니퍼 라이트는 1918년에서 1920년까지 전 세계 인구 최대 5%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이 유행했던 당시의 미국 상황을 다룬다. 독감은 군부대로 옮아가 장병들을 겨냥했지만, 언론은 침묵했다. 1917년 미국이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자 사기 진작을 위한 법이 통과됐다. 미국 정부에 관해 불충하거나 모독적이거나 악의적이거나 독설적인 표현을 발언 인쇄 집필 혹은 출판하면 20년 동안 수감될 수 있었다. 필라델피아에서는 9월 초 해군에서 유행했다. 9월 15일까지 600명의 군인이 입원했다. 그러나 당국은 사태를 은폐하고 위험을 경시했다. 수십만 명이 참여하는 9월 28일의 퍼레이드도 강행했다. 의사 하워드 앤더스가 퍼레이드의 위험성을 보도해 달라고 언론에 요청했지만 허사였다. 10월 1일 필라델피아에서 117명이 독감으로 죽었다. 그런데도 10월 6일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는 ‘질병 대신 유쾌한 일만 이야기하자’고 보도했다. 10월 10일엔 759명이 죽었다. 길거리에서 시체가 썩어갔다. 관(棺)의 수요가 급증해 가격도 급등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관을 훔치기 시작했다. 어린이 시체는 마카로니 상자에 틀어넣었다. 하지만 시카고에서는 보건국장이 ‘질병보다 공포가 더 치명적’이기 때문에 ‘공동체의 사기 진작에 방해가 되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달의 치사율은 15%에서 40%로 치솟았다. 스페인 독감으로 미국인만 약 67만5000명이 죽었다고 여겨진다. 4년 동안 지속된 남북전쟁 때의 사망자 수보다 많다.

역병(疫病)의 역사를 통해 우리가 배울 것은 ‘그것을 대하는 태도’라고 말한다. ‘역병이 돌면 놀랄 만큼 올바르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주위의 죽음과 파멸을 최소화한다. 착하고 용감하며 최상의 인간 본성을 보여준다. 미신에 사로잡힌 미치광이처럼 행동하며 사망자 수를 늘리는 사람들도 있다. 나병 환자들이 격리된 하와이제도 몰로카이섬에 들어가 환자의 붕대를 갈아주고 농사와 요리를 가르치다 감염돼 숨진 벨기에 출신 다미앵 신부(神父)는 ’최상의 인간 본성‘을 보여주는 예다. 다미앵은 질병과 병자를 결코 혼동하지 않았다. 그는 질병과 벌이는 전쟁에 힘을 보태기 위해 굳이 천재나 뛰어난 과학자나 의사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상기시켜준다. 우리의 전통적인 말씀 중심의 굳건한 믿음이 더욱 요구되는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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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총회 국장 재직 시절 교단 거물이 많은 대구를 방문해서 여러 교회 사람들을 만나보고 이야기를 나눠 보면 믿음의 단단한 전통이 남아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대구는 6·25라는 충격을 믿음으로 하나님의 도움과 보호를 받은 도시라는 확신이 들기도 했다. 해발 1000m급의 팔공산과 비슬산이 둘러싸고 있는 산악 도시가 대구이다. 그 산에 막혀 북한 인민군이 대구를 점령하지 못하였다고 하지만 대구의 믿음이 하나님의 도우심을 불렀으리라고 믿는다. 믿음의 전통이 남아 있다는 확신은 연비(聯臂)가 아직 작동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서로 이리저리 알게 되는 연비는 지연 혈연 학연의 종합이다. 두세 다리 건너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누구네 집안이고 학교 어디 나왔고 어디 교회 다녔고 평소 처세를 어떻게 한다는 정보를 알 수 있다. 종으로 횡으로 그물코처럼 인간관계들이 연결되어 있어서 함부로 개인플레이 하기가 어려운 믿음의 연대가 단단한 도시인 것이다. 총회 정치를 주도하는 대구를 생각하면 총회 구조조정의 공을 세운 허활민 목사 제103회 총회 무지개 이승희 총회장 등이 떠오른다. 대구 교회는 믿음의 굳건한 전통과 단단한 연대를 통해 이번 코로나19의 재난을 무사히 극복하리라 믿고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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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17일 11시 종암동 소재 임마누엘교회에서 열린 산서노회 동부시찰회(시찰장 조영기 목사)에 참석했다. 시찰회 정기회의 전에 드린 예배에서 임마누엘교회 담임 김한국 목사가 본문 예레미야 17:5-8 제목 ‘물가에 심기운 나무처럼’이라는 설교에서 수영로교회 원로 정필도 목사의 백만 달러짜리 말을 인용해 말씀을 전했다.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기 위해 목회하는 사람이 성공합니다. 그런 사람은 그는 물가에 심기운 나무가 그 뿌리를 강변에 뻗치고 더위가 올찌라도 두려워 아니하며 그 잎이 청청하며 가무는 해에도 걱정이 없고 결실이 그치지 아니할 것입니다.’

그렇듯 대구와 이 나라의 역병이 물러가리라 믿고 기도한다

2020-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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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도시 대구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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