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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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젊은 목사 시절의 경험담이다. 노회 안에 힘이 팽팽한 두 분 어른이 계셨다. 소위 두 분이 막상막하의 실세였다. 그 두 분의 말이라면 모든 것이 다 통했다. “법이요” 하면 법으로 통했고 “법을 잠정하고 은혜로 합시다” 라고 하면 그게 통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안타까운 것은 ‘강자에겐 법이요’하면 좋았을 것이고 ‘약자에겐 법을 잠정하고 선처합시다.’하면 좋았을텐데 반대로 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우선은 법을 지켜야 한다. 하나님은 공의(公義)의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의 사랑은 십자가로 공의를 만족시키시는 사랑으로 나타났다. 그러므로 법을 지키는 사람 편엔 하나님이 계신다.
 
‘남이 법을 안 지키는데 나라고 법을 지켜야 하나’ 하지 말고 법을 지켜 가면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 누가복음 18장 나오는 과부의 기도는 막무가내(莫無可奈)로 하면 된다는 것이 아니라 정당성이 있으면 해결이 된다는 교훈이다. 정당하려면 법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때로는 철저한 법 적용보다는 용서하고 베풀어야 할 때가 있다. 한 마을에서 농사를 짓는 김 집사와 이 집사가 있었다. 김 집사의 논은 위에 있었고 이 집사의 논은 아래 있었다. 저녁에 김 집사가 자신의 논에 물을 풍성하게 가둬 놓고 자고 나면 이 집사가 김 집사의 논에 물을 빼가는 것이다. 김 집사가 항의하면 이 집사는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그러나 사과를 하고는 또 물을 빼갔다. 그 때마다 김 집사는 따질 것을 따지고 사과를 받았다. 당연히 경우에 맞는 말을 하였고 따질 것을 따졌지만 마음은 편치 않았다.
 
김 집사는 자진하여 자신의 논에 물을 이집사의 논에 흘려보내 주었다.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베풀어 준 것이다. 마음에 평안이 넘치는 것을 체험하였다. 철저하게 법과 원칙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때론 용서와 관용이 필요할 때가 있다.
 
법을 적용하는 것을 보면 정치꾼인지 정치하는 사람인지 알 수 있다. 남이 법을 어기면 법대로 하자고 하며 자신이 법을 어기면 법을 잠정하고 은혜(?)로 하자는 사람은 정치꾼이다. 소위 자기편으로 줄을 서지 않는 사람을 유심히 살피다가 어떤 법에라도 걸렸다 싶으면 가차 없이 법을 적용하여 불이익을 주려한다면 정치꾼이다.
 
정치꾼은 법이나 결의를 자기 유리하게 코에도 갖다 걸고 귀에도 갖다 건다. 정치꾼은 법의 잣대가 항상 일정하지 않다. 어제까지는 옳다고 하다가 오늘은 틀리다고 한다. 여론에 따라 법적용이 달라진다. 여론이 몰리는 쪽으로 법을 편파적으로 해석한다. 정치꾼은 돈을 좋아한다. 돈 주고 자리를 사고 돈 받고 자리를 내준다. 정치꾼은 기득권을 유지하거나 잡기위해 상대방의 약점을 캔다. 정치꾼은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의 눈치를 살핀다.
 
정치꾼은 자기의 유익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믿을 수가 없다. 정치꾼은 밖에서는 대단한 일꾼처럼 보이나 안에서는 귀찮은 존재이다. 정치꾼은 선거철이 되면 그 행태가 여실히 드러난다. 법으로나 결의로 볼 때 되지도 않는 후보를 된다고 하여 싸움을 붙이려 한다. 경쟁이 되어야 얻을 것이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또한 되는 후보를 안 된다고 하며 흠집을 낸다. 그래야 후보 측에서 달려오고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필자가 그동안 쓴 글 중에는 어떤 개인에게 도움이 되는 글도 많았다. 주변에서 농담조로 “그 글 써주고 얼마 받았어”라고 말한다. 우스개 소리로 말하는 것 같지만 ‘그냥은 안 썼을 것 같은데’ 하는 마음을 담고 있는 말 같아 불쾌감을 느끼게 된다. 단 한 번도 글을 쓰고 한 푼 받은 적도 없고 차 한 잔을 얻어 마신적도 없다. 우리 주변에 기생하는 정치꾼들이 근절되어야 한다. 이쪽 편들었다 저쪽 편들었다 하는 고무줄 법해석도 없어져야 한다.
 
사람의 이름에 따라 어떤 향기가 난다. 주기철 하면 ‘일사각오’의 향기가 나고, 손양원 하면 ‘사랑’의 향기가 난다. 한나를 생각하면 ‘기도’의 향기가 나고, 아브라함 하면 ‘믿음’의 향기가 난다. ‘아무게’하면 향기는 고사하고 ‘정치꾼’ 냄새가 나서는 안 될 것이다.
 
힘깨나 쓰는 사람들부터 법과 결의를 지켜 나가자. 또한 용서하고 관용하는 것도 힘깨나 쓰는 사람들이 할 몫이다. 힘 있는 자신에게 대하여는 엄격하게 “법이요”를 외치고 힘없는 자들에게는 “법을 잠정하고 은혜로 합시다”라고 해 보자. ‘강자에겐 법으로 약자에겐 은혜로’ 참 귀한 말인 것 같다. 그렇다고 약자는 법을 어겨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약자가 법을 어겨봐야 얼마나 어기겠는가? 언제나 강자가 내로남불식으로 법을 많이 어기지 않는가.
 
2019-12-28
김종희목사(정치부장 역임.성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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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희 칼럼 - 법 적용을 보면 정치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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